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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학교는 2022년부터 ‘서울 임팩트(Seoul Impact)’ 사업을 시작으로, ‘가장 서울다운 영향력, 가장 세계적인 가치’를 비전으로 내세워 청년 창업과 지역 혁신을 선도합니다. 특히 AI 기반 도시혁신과 소셜임팩트 분야의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며, 기술과 사회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서 지역활성화 분야 우수 사례로 선정됐으며, 2024년 서울시 캠퍼스타운 성과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했습니다. 이에 IT동아는 서울시립대학교가 육성 중인 AI 스타트업들의 성장 스토리와 혁신 성과를 소개합니다.

반도체 미세공정 경쟁이 심화되며 실리콘 반도체 시대는 전환점을 맞았다. 실리콘 반도체를 만들 때 쓰는 선폭을 원자 단위까지 줄이는 ‘스케일링 다운’ 기술 경쟁이 비용 상승, 물리 한계라는 벽에 부딪혀서다. 이에 실리콘 반도체 소재 기업들은 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도울 차세대 소재를 찾아 나섰다. 이 가운데 ‘전이금속이칼코겐화합물(이하 TMD)’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TMD는 두께가 아주 얇음에도 밴드갭(에너지 이동 간극)을 갖춰 기존 실리콘 반도체 제작에 유용한 차세대 소재로 주목 받는다. TSMC와 인텔 등 반도체 기업, 연구 기관이 TMD 기술 연구 개발에 나선 것도 이 덕분이다.

김태완 투디에피 대표 / 출처=IT동아

이 경쟁에 우리나라 스타트업 투디에피(2D Epi)도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의 장점은 유기금속 화학기상증착법(이하 MOCVD), 유기금속 화합물에 열과 압력을 가해 반도체 웨이퍼 위에 TMD 소재를 증착하는 기술이다. 나아가 투디에피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 생산, 생산 공정 지식을 제공하는 위탁 생산 파운드리로까지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투디에피가 그린 반도체 소재의 미래는 어떨까? 김태완 대표와 인터뷰해 이야기를 들었다.

실리콘밸리의 ‘실험실 창업’ 모델을 한국에서

“구글, 메타, 애플, 엔비디아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대학교 실험실에서 개발된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보고 교수로 재직하며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우수한 제자를 양성하는 것은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좋은 기술로 직접 창업해 대한민국 경제에 기여하고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창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완 대표는 반도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세대 2D 반도체 소재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로 투디에피를 설립했다. 개발해 온 반도체 소재 기술이 연구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산업의 원천 소재 확보와 고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투디에피는 MOCVD 기술에 주력한다. 유기금속 화합물에 열과 압력을 가해 웨이퍼 위에 TMD 소재를 증착하는 기술인데, 이 과정에서 트라이메틸인듐, 트라이메틸알루미늄 등의 유기금속 화합물이 전구체(화학반응 이전 단계 물질)로 사용된다. 투디에피는 원자층 단위의 TMD 소재를 얇고 균일하게 증착하는 기술로 차별화를 꾀했다. 동시에 수율과 공정 안정성을 확보했다.

투디에피는 TMD 소재를 얇고 균일하게 증착하는 기술로 차별화를 꾀했다 / 출처=투디에피

MOCVD 제조 장비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 가능한 것도 투디에피의 경쟁력이다. MOCVD는 최적의 온도, 압력, 분압 등 성장 조건 최적화가 중요하다. 김태완 대표는 MOCVD 분야에서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장비의 설계와 제작을 담당해왔다. 이는 자연스럽게 파운드리 서비스 모델 구축으로 이어졌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원자층의 수를 조정하거나, 서로 다른 2D TMD 소재를 샌드위치 형태로 쌓아 올리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태완 대표는 “2D TMD 소재는 기존 실리콘과 공정 조건이 완전히 달라 다루기 어렵습니다. 투디에피의 파운드리 서비스는 고객이 요구하는 환경에 따라 소자를 만들어 관련 특성이 발현되는 것까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2D TMD 소재로 실제 공정 노하우와 폭넓은 오류 데이터를 축적했기에 가능한 사업입니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양산화, 품질과 신뢰로 넘어설 것

차세대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목표로 성장 중인 투디에피의 고민은 양산화다. 2D TMD 소재의 생산 규모를 확대해야 기업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대량 생산 체계 구축 및 비용 경쟁력 확보 과정이 필요하다. 2D TMD 소재의 증착과 합성 공정은 일반 반도체 소재의 공정보다 복잡하고 비용도 비싸다. 김태완 대표는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면 성장이 어렵습니다. 고객사의 검증과 신뢰 확보, 공정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김태완 대표는 반도체 공급망 진입의 높은 장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기존 공급망에 진입하려면 인증과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국내외 경쟁도 치열하고, 글로벌 소재 기업이 이미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기술만으로 성공을 보장받기는 어렵습니다.”

투디에피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2D TMD 소재 증착·합성 공정을 최적화해 원가 절감 및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 장비사 등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해 소재 적용을 검증한 후 공급 계약 체결로 이어지도록 힘쓸 예정이다. 설비 투자와 인력 보강, 생산 라인 확보를 통해 생산 규모를 소규모에서 중간 규모 이상으로 전환하는 작업도 함께다.

수출 판로도 찾는다. 소부장 분야 기업, 대학, 연구기관과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술 사업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학회에서의 기술 발표와 인증 획득, 품질보증 체계 강화를 통해 고객 신뢰를 확보할 예정이다. 기술개발 중심에서 사업, 마케팅, 생산까지 아우르는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김태완 대표의 설명이다.

대한민국 반도체 시장 견인하는 소부장 기업으로 성장할 것

투디에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기관 사업에 참여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공초점 기반 비선형 광학 시스템, 텔루륨(Te) 도핑된 p형 이황화 몰리브덴(MoS2) 필름이 적용된 P-채널 모스펫(pFET) 디바이스 등 기술 기반 지식재산권(IP)도 확보했다.

이렇게 투디에피가 꾸준히 성장한 데에는 서울시립대학교 캠퍼스타운 프로그램의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술 연구와 제품 개발을 위한 공간과 기반 시설 외에 멘토링과 네트워킹 활동을 지원했다. 연구 기관과 동문, 기업 네트워크의 연계를 통한 2D 소재 기술의 사업 고도화에도 기여했다. 김태완 대표는 “서울시립대학교의 지원 덕분에 투디에피가 기술 기반 성장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기술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태완 투디에피 대표 / 출처=IT동아

“반도체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기술을 선도하는 반도체 소부장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IMEC, TSMC,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은 2D TMD 소재를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보고 개발에 투자 중입니다. 투디에피가 차세대 반도체 소재 원천 기술을 확보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줄 거라 생각합니다.”

투디에피는 2차원(2D) 소재와 결정 구조를 일치시켜 소재를 성장시키는 기술인 에피택시(Epitaxy)의 의미를 담았다. 2차원 소재 특화 기업이라는 뜻처럼 실리콘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소재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게 김태완 대표의 설명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