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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10월19일 01시42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수면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이 경영권 체제 안정화 및 사업 순항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의 수면 중 심장마비 사망이 수면 사업의 출발점이었다”며 창업 배경을 밝혔다. 에이슬립은 2022년 기업가치가 최근 1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하며 투자 유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CES 2025 혁신상 수상 이후 파트너십 확산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동헌 대표는 “수면은 혈압·혈당처럼 생활과 의료의 공통 지표가 될 것”이라며 “착용 없는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측정·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슬립, 기업가치 급등하는 이유는

에이슬립의 기업가치 급상승은 독보적인 기술력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기인한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65.5% 급성장했고, 올해는 50억원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이슬립의 핵심 경쟁력은 스마트폰 마이크만으로 수면을 분석하는 ‘무착용’ 기술이다. 이동헌 대표는 “사람의 숨소리·환경음을 신호처리로 전처리한 뒤, 딥러닝 모델로 수면단계·호흡 안정성을 추정한다”며 “전 세계 최대 규모의 PSG-사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다원검사 대비 94%의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 (사진=에이슬립)
특히 호흡음을 통해 자율신경계와 운동신경계의 활성화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 착용 없이도 정확한 수면 단계 분석과 수면 장애 진단이 가능하다. 2023년 스탠포드의대와 분당서울대병원 공동 연구에서 애플워치, 삼성 갤럭시워치 등 11개 기기 중 가장 높은 정확도를 입증했다.

이동헌 대표는 “그동안 수면 측정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실생활에 필요한 솔루션을 만들어내지 못한 점이 패착이었다”고 회고했다. 기술 정확도에서 실용성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조직과 투자사 간 갈등이 있었으나, 성공적으로 체질을 개선한 결과 하반기부터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과 협업을 시작했다.

70명에 달했던 직원을 30명으로 줄이고 하드웨어 사업을 포기하며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것이 전환점이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을 40%까지 늘려 경영권을 안정화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가치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2분기 처음으로 분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연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SK텔레콤, 경동나비엔, 세라젬 등에 수면 측정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 기업은 월 평균 1500만원 가량 사용료를 지불한다.

이동헌 대표는 “올해 안에 20~30개 업체에 서비스를 공급할 예정이고 내년엔 100여 개 업체로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월간 손익분기점은 올 3분기, 연간 손익분기점은 올 4분기에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이 에이슬립에 주목하는 이유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에이슬립에 주목하고 있다. 비만치료제와 수면무호흡증의 밀접한 연관성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비만의 주요 합병증 중 하나다.

실제 수면무호흡증과 비만의 상관관계는 의학적으로 입증됐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심장마비 위험이 58% 높아진다. 이동헌 대표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심혈관계 합병증을 미리 발견했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CES2025 AI,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에이슬립의 슬립보드 (출처 : CES 웹사이트)
시장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전 세계 수면무호흡 진단 시스템 시장은 2025년 44억 7000만 달러에서 2032년 72억 2000만 달러로 연평균 7.1% 성장할 전망이다. 슬립테크 디바이스 시장은 2022년 179억 달러에서 연평균 18.2% 성장해 2032년 95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에이슬립의 2025년 2026년 로드맵 실현의 관건은 다기관 RWE 축적, 환경 노이즈·마이크 편차에 대한 일반화 성능 입증, 규제 변경관리와 보안 인증의 고도화, 그리고 고객 성공 사례 축적을 통한 의료·보험 도입 장벽 해소다.

에이슬립의 앱노트랙은 2024년 5월 식약처로부터 수면무호흡 진단보조 2등급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았다. 별도 장비 없이 가정에서 수면무호흡증을 검사할 수 있는 앱으로는 업계 최초다. 최근 세계수면학회에서 단일 기업으로 최다인 8편의 연구성과를 발표한 것은 근거 기반 수면 토탈케어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동헌 대표는 “이러한 학술적 성과가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슬립은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전 승인을 받아 미국 매출 비중을 전체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미국 현지사업을 시작했고 늦어도 내년 말, 2027년 상반기에는 FDA 승인이 나올 전망이다.

일본 시장에서는 소프트뱅크 계열사 리얼라이즈 이노베이션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양사는 앱노트랙의 일본 인허가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수면학회 참가를 통해 현지 의료진들에게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동헌 대표는 “글로벌 수면 헬스케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겠다”며 “잠이 부족한 세상을 AI 기술로 해결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라고 밝혔다. 그는 “2032년 1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슬립테크 시장에서 한국 기업으로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