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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카카오 본사 /사진= 윤상은 기자


카카오가 2년 만에 계열사 수 30%를 감축한 기준은 인공지능(AI) 중심 사업개편이다. 메타버스·게임 개발사와 무선통신 기기 제조사 등 AI와 거리가 먼 계열사가 우선 정리 대상이 됐다.

25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132개였던 계열사 수는 현재 99개로 감소했다. 카카오는 올해 말까지 90개 미만으로 감축을 지속할 예정이다. 올해는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개발 자회사 넵튠과 그 자회사 8곳, 메타버스 개발사 컬러버스 등이 연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카카오가 밝힌 계열사 축소 이유는 AI 핵심 사업 집중, 사회적 신뢰 회복이다. 카카오는 지난 2022~2023년 급속한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경영진 사법리스크로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특히 그룹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기 위해 계열사 수를 늘리고 상장을 추진하는 성장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계열사가 정보기술(IT)과 관련성이 떨어지고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카카오는 이달 21일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1심 무죄 선고를 받아 사법 리스크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계열사 축소 신뢰 회복 과제로 남았다.

계열사 축소는 AI 투자 여력 확보 방안이기도 하다. 올해 6월 기준 처분 예정인 관계기업투자주식은 1647억원이다. 카카오는 AI모델·서비스 개발과 자체 데이테센터 등 인프라 구축비용을 늘려왔다. 올해부터는 경기 남양주에 6000억원 규모로 두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시작했다. 향후 늘어날 AI 투자 비용을 고려하면 조직 효율화를 통한 재원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픽= 윤상은 기자


이에 따라 올해 매각·인수합병 대상이 된 계열사는 넵튠, 컬리버스, 세나테크놀로지, 카카오VX 등이다. 각각 게임 개발,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한 넵튠과 컬리버스는 IT 범주에 속하지만 카카오의 AI사업과 관계가 멀어 우선 정리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세나테크놀로지는 오토바이 운전자용 무선통신 기기 제조, 카카오VX는 골프장 사업으로 IT 회사로서 카카오의 정체성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7월9일 크래프톤에 넵튠 주식 1838만7039주를 매각 완료했다. 1650억원 규모다. 님블뉴런, 넥스포츠 등 넵튠 자회사도 크래프톤의 연결 대상으로 함께 넘어갔다. 이 외에 카카오게임즈의 또 다른 자회사인 카카오VX도 매각 대상이다. 카카오VX는 매각되기 전인 올해 8월 자회사인 테인스밸리를 흡수합병해 카카오의 계열사 수 축소에 기여했다. 다만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VX 원매자를 외부에서 찾지 못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 외에 카카오는 메타버스 사업 계열사 컬러버스가 5월 파산할 때 자금 수혈 없이 청산되도록 했다. 컬러버스는 넵튠과 카카오게임즈가 각각 지분 44%, 11% 갖고 있던 카카오의 증손자 회사였다. 2021년 메타버스 붐이 일어났을 때 메타버스 서비스 '퍼피레드M'을 운영했지만 메타버스 사업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재정 어려움을 겪었다. 카카오로서도 AI, 카카오톡 등 주력 사업과 관계가 멀어 정리 대상 계열사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올해 추가로 매각 또는 청산 예정인 계열사를 밝히지 않았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최근 주주서한에서 AI 중심 사업 개편과 계열사 수 감축을 연관지었다. 정 대표는 "지난 1년 반 동안 그룹 지배구조를 속도감 있게 개편하고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동시에 진행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올 하반기부터 AI와 카카오톡의 결합을 통한 또 한번의 일상 혁신을 본격적으로 선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