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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나의 ‘심리 거울’이 된다”
사물인터넷으로 마음 읽는 시대
‘생활 데이터’가 정신건강 진단


“요즘 왜 이렇게 피곤하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이제 ‘집 안의 데이터’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집은 가장 내밀한 정서가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 안의 행동 데이터를 통해 감정 변화를 읽어낸다는 건 정신건강 기술의 진화를 상징한다. 게티이미지
KAIST 연구진이 가정 내 사물인터넷(IoT) 센서로 개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읽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활 속 무의식적 행동 패턴만으로 우울, 불안, 스트레스 수준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워치나 앱처럼 사용자가 직접 작동하거나 착용하지 않아도, 집 안의 공기처럼 ‘조용히’ 마음 상태를 감지한다.
 
◆스트레스 받을수록 냉장고 사용 급등락…생활 속 행동, ‘정신건강 지표’로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의진 KAIST 전산학부 교수팀은 가정 내 사물인터넷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정신건강 변화를 고해상도로 분석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의 정신건강 측정 방식은 스마트폰 앱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심박수·활동량·수면 시간을 분석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착용의 번거로움, 집 안 활동의 누락 등 한계가 뚜렷했다.
 
이번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선다. 연구진은 청년층 1인 가구 20세대를 대상으로 4주간 실증 연구를 진행, 가전제품·조명·수면 매트 등 IoT 센서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생활 패턴 변화가 우울·불안·스트레스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울하거나 불안할수록 수면 시간은 줄고 실내 온도는 올라갔다. 생활 패턴은 불규칙해졌다.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냉장고 사용이 급증하거나 활동량이 급감하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뉘었다.
 
◆‘데이터로 마음 읽기’가 가져올 변화
 
연구팀은 사용자가 IoT 기반 정신건강 분석 결과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개발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수면 환경이나 실내 온도 등 생활 요소를 조정함으로써 정신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실증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시각화된 그래프로 직접 확인한 뒤 조명 밝기를 낮추거나 취침 시간을 조정하는 등 행동 변화를 보였다. 기술 수용성 역시 초기 대비 약 2배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정신건강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한다.
 
한 정신건강 전문가는 “사람들은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기술은 사각지대를 메워 조기 개입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어 매우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객관적인 데이터로 정신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건 큰 전환점”이라며 “혼자 사는 청년층에게는 ‘자기 돌봄(Self-care)’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전문가는 “웨어러블 없이도 일상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한다는 점에서 IoT와 AI 융합의 모범 사례”라며 “이 연구는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인간 행동의 맥락을 해석하는 기술적 한계를 한 단계 넘은 결과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이제 정신 건강은 ‘데이터 과학’의 영역”
 
집은 가장 내밀한 정서가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 안의 행동 데이터를 통해 감정 변화를 읽어낸다는 건 정신건강 기술의 진화를 상징한다.
 
실내 온도, 수면 습관, 가전제품 사용 등은 단순한 생활정보가 아닌 정서적 신호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환경 조절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정신건강은 주관적이라 여겨졌지만, 이제는 패턴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 시대다. 개입도 정밀하고 과학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스트레스나 우울 증상이 데이터화된다는 건 정신건강 관리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중심으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기술이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진짜 혁신’이다.
 
착용 부담 없이 평소처럼 지내면서 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정신건강을 수치로 보는 것은 ‘변화의 근거’를 제시한다. 데이터 기반 피드백은 행동 변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
 
실내 온도, 수면 습관, 가전제품 사용 등은 단순한 생활정보가 아닌 정서적 신호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환경 조절이 가능해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게티이미지
이번 연구는 정신건강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웨어러블 기기 중심의 개인 건강 모니터링이 ‘공간 기반 데이터 분석’으로 확장되면서 집은 이제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닌 ‘마음의 거울’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집이 나의 심리 치료사”라며 “IoT가 사람의 ‘생활 패턴’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읽어내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