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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제공

미국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자국우선주의 기조로 미국 내 인공지능(AI) 인재들의 이탈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이 이를 인재 유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21일 ‘글로벌 AI 인력 현황-국내외 관련 지표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표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공개한 AI 분야 논문 피인용수 상위 25% 인재 흐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 학부 졸업자의 93.7%가 미국 대학원에 진학했다. 반면 한국은 학부 졸업자의 38.6%가 해외 대학원에 진학했다. 특히 미국 대학원에 간 비율이 32.9%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논문 인용이 많은 AI 연구자 가운데 한국 학부 출신만 놓고 보니, 3분의1 이상이 해외에서 대학원을 나왔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인간중심 AI 연구소의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 AI 인재 ‘순유출국’이다. 유입된 인재보다 해외로 유출된 인재가 많다는 의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4년 인공지능산업 실태조사’에선 지난해 국내 AI 분야 종사자 중 외국인 인재는 604명(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미국 학술지 네이처가 지난 3월 미국 내 과학자 1600여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약 75%가 미국을 떠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R&D 예산 삭감, 연구자 해고, 이민 단속 등으로 학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유럽연합(EU)은 ‘과학을 위해 유럽을 선택하세요’ 이니셔티브(정책 계획)를 발표하며 미국 이탈 인재 유치에 나섰다. 연구 프로그램, 지원금, 유럽 생활, 노벨상 등 연구성과를 홍보하고 일자리, 박사 및 박사후연구원 펠로우십 등 정보를 연계해 제공한다.

산기협 보고서는 한국도 EU를 벤치마킹한 이니셔티브를 추진해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우수 AI 인력이 국내에서 학업과 연구를 이어가도록 AI 분야의 전문연구요원제도(이공계 석・박사 졸업생 대상 군 복무 대체 제도) 적용 대상 범위를 대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산학 연계와 정착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지금이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골든타임”이라며 “국내 핵심 인재의 유출을 막는 동시에 미국의 비자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해외 우수 인재들이 한국을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