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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정의 AI 너! 머?]는 인공지능(AI)를 넘어선 AI 너머의 이야기라는 코너다. AI가 일터, 가정, 교육, 문화 등 일상 전반에 끼치는 변화상을 심층 조명한다. 특히 미래를 바꾸는 기술이 아닌, 기술이 바꾸는 우리의 미래를 묻고자 한다.



가장 평범한 소재로 세상을 열광시킨 AI 아이돌의 무대 직관평과 팬심


역사상 최초의 시총 5조 달러 회사가 탄생했다. 엔비디아. AI라는 단어가 언제까지 우리의 정치,경제, 사회, 문화의 독점적 아이콘의 단어가 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의 압도적인 아이돌은 ‘엔비디아’ 임은 부인할 수 없다.

어떤 기술이든 그것이 시장화되고 기업의 상품이 되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고객의 선택이다. 그 선택은 많은 경우 압도적 기술 그 자체라기보다 그 기술을 팔 수 있는 ‘여건’이 최적화되었을 때 상품/서비스으로서 고객으로서의 가치로 전달된다. 이 과정 중 정말 중요한 것이 마케팅이다. 역사를 통틀어 성공한 혁신의 기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그 기술 자체의 우수성이 월등함에도 불구하고 고객에게 외면당해 퇴출된 경우는 무수히 많다.

현재 AI 시대의 대표적 주자는 하드웨어의 엔비디아, AI모델/ 소프트웨어의 오픈AI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나누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있다. GPU를 단순히 하드웨어라 보고, ChatGpt 및 LLM 모델로 뭉뚱그려 논하는게 이해가 빠를 것 같아 편의상으로만 이렇게 나누는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젠슨 황과 엔비디아는 독보적인 AI 시대의 마케팅을 만들어 가고 있다.

10월 30일 코엑스 정문 앞, 저녁이 아닌 밤은 초록빛으로 세상에 중심이 되었다. 늦은 9시 경부터 젠슨 황, 삼성전자의 이재용, 현대차의 정의선 회장 요즈음 가장 재계에서 몸값 높은 슈퍼 스타들이 야외 무대에 등장했다. 그 쇼는 세상에서 가장 몸값 비싼 사람들이 가장 싼 입장료로 (입장료 없음) 말도 안되는 경제가치를 만들어내는 ROI 를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마케팅 이벤트였다.

장소 선정.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그 장소 선정. 사실 엔비디아 코리아가 처음 한국에 오피스를 낸 것이 무역센터 건물이었고 길 하나 건너 글라스 타워로 옮긴지도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 오피스가 있다. 엔비디아의 시작점이며, 길 건너에는 정의선 회장의 홈그라운드가 될 현대차 사옥이 준공 중이며, 비록 한자가 다르긴 하지만 삼성동의 삼성역은 삼성그룹에겐 마치 삼성의 공간처럼 친근할 것이다. 이 세 사람이 모이기에 이보다 더 의미 깊은 장소가 있을까? 어쩌면 이까지는 우스개에 가까운 이야기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을 만날 장소로 이보다 더 완벽한 공간은 없다. 세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볼 온라인 고객 타겟의 관점에서 본다면, 젠슨 황이 언급하고 싶었던 한국의 급성장과 눈부신 발전을 상징하는 높은 빌딩들과 K Pop과 문화의 상징이었던 SM 타워 및 대형 사이니지. 한류의 중심임을 외국에 송출하기에도 가장 완벽한 장소를 선정했다.

오프라인 관점에서는 더욱 훌륭하다. 열린 공간에서 축제처럼 만나는 한국 고객들. 한국 최고의 전시관의 안이 아니라, 밖을 통해 입장료 없이도, 그 행사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행인들조차도 대형 전광판에 보이는 세계적 재계 아이돌의 쇼를 감상할 수 있었고, 그 자리에서 감격스러워했다. 타깃 고객과 타깃하지 않은 잠재고객들까지 모두를 섭렵한 완벽한 장소였다.

엔비디아는 초록색 로고와 젠슨황의 검은 가죽 자켓으로 강력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그 무대가 세워진 장소는 그저 입구였던 광장이었다. 그러나 인조잔디를 깔아두었던 언제나 초록의 공간이었다. 레드카펫대신 엔비디아를 위해 초록 카펫이 이미 깔려 있었던 그 곳에 밤의 검은 색. 초록색 조명. 완벽히 엔비디아의 검정과 초록이 그곳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사실 마케터의 입장에서, 특히 기술회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이렇게 야외무대에 밤에 행사를 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더군다가 젠슨 황이 직접 참석하는 행사에 비가 온다거나, 안전문제라든가 여러 제반 사항들이 실내의 행사보다 실외의 그것도 도심 한가운데서 진행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그것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조직의 힘. 그것이 엔비디아가 창조적인 실행을 할 수 있는 조직 문화임을 증명한다. (물론 내부자가 아니므로, 절대 일반화 할 수 없고 다만 이 행사 기획과 그들의 마케팅의 횡보를 관찰한 외부자적 시선에서의 판단이다.) 적어도 젠슨 황이 모든 행사를 어디서 어떻게 하라 지시하거나 기획하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하고, 그의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마케팅 기획자는 이러한 형식을 CEO도 좋아하며 그의 매력을, 엔비디아의 메시지를 가장 잘 전달하는 방법이라 생각하고 실행하고 모든 실패도 감수했었을 것이다. 글로벌 넘버원, 가장 부자 회사의 여유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최고의 글로벌 회사들, 소위 부자회사들일수록 실패는 용인되기 힘들고 오히려 내부 경쟁 속에서 치열한 인재들의 성과는 실패에 관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적어도 내부가 어떻건 간에 엔비디아가 창의적이면서도 누구도 하지 않은 방식의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역시 1등임을 다시금 확인케한다.

여기에 핵심은 AI 시대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 최첨단 마케팅의 키워드는 ‘인간’ 그것도 가장 평범한 인간들의 ‘보편적 인간미’ 이다.

1. 공연무대 (시간, 공간을 포함한 분위기의 형성) - 가장 힙한 곳에서 가장 평범하게 가장 부자들이 깐부치킨에 모여 치맥을 즐겼다. 샐러리맨들의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경험 공유를 통해 인간미를와 동질감을 통한 연결성으로 친밀함을 형성했고, 혼자의 원맨쇼가 아닌 ‘깐부’ 내 친구들을 등장시켰다. 친구와 치맥. 이 보편적 감정은 특별한 사람이 아닌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그들과의 연결이고 사람들은 열광했다. 가죽 잠바와 어느 나라를 가든 소탈한 대중 식당을 찾는 젠슨 황의 매력은 AI 시대의 부자, 엘리트 및 셀럽들과의 차별성을 가지며 그 자체가 아이콘으로 팬덤을 형성했다.

그리고 무대에 오른 세 아이돌 ( 물론 센터는 젠슨 황, 좌 재용, 우 의선 )의 무대 장악력은 뛰어남 이상이었다. 이민자로 식당 아르바이트까지 해 본 그의 몸에 베인 대중들과의 소통과 태어나면서부터 재벌로서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2세인 이재용, 정의선 회장의 소통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어찌되었든 센터는 그런 리딩을 하는 역할이니, 완벽한 센터였다.

2. 공연 컨탠츠

한국의 성장을 읊어주며 그리고 고객의 빛나는 성취를 극진히 설명하며 고객을 높은 자리로 올려 놓는 것. 그것은 단순히 ‘Customer First’ (고객 우선)을 막연히 외치는 영혼 없는 존중이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어떻게 훌륭하다는 근거를 설명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있는 영업사원의 영업 멘트가 아닌가?

그 기본 위에 본 공연은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근본적이며, 가장 아날로그적인 가장 비이성적인 감성적 접근이었다. 고객이 기분 좋아지자 그는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그 스토리의 전개 방식은 역시 혼자가 아닌 훌륭한 친구 두 명에 의해서였고, 그는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친구’ 라고 소개했고 1996년 이재용의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편지를 통해 그들의 Strategic Alliance 와 미래 비전을 이야기한다. 이재용 회장 역시 ‘저희 아버지입니다.’ 라고 말하며 공식적으로 혹은 프로페셔널하게 잘 허용되지 않는 부자지간의 대중적 언어를 통해 그들의 비즈니스 관계를 설명한다.

깐부와 치맥을 하고, 내친소 (내친구를 소개합니다)에다가 내친구의 아버지 그리고 편지. 이 모든 것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아날로그적이며 인간적인 감성의 접근이다. 어떤 기술 발표회, 기술 컨퍼런스 혹은 기조연설도 이렇게 대중적이고 편한 세팅에 친밀한 방식은 없었다. 그러나 그 내용 안에는 삼성과 현대와 엔비디아의 미래 전략, 파트너쉽 그리고 한국의 AI에 대한 고객으로서의 엔비디아의 세일즈까지 모든 것이 고도의 전략처럼 스며들어가 있었다.인간에게 스토리(Story)는 ‘맥락’을 가진다. 젠슨 황은 이민자의 아들로 대니스 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서빙과 설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그 서빙의 경험을 통해 낯선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고 그리고 통제할 수 없는 긴장된 상황에서 타인과 타협하는 노하우도 배웠다고 한다. 또 그 식당에서 창업 회의를 했었으며 엔비디아를 창업했기에 데니스에 표창했을 때 소감으로 “식당에서 일할 때 나보다 커피 잔을 많이 들고 다니던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에서 일을 시작해라. 식당에서 일하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뭔지 안다. 겸손을 알 수 있다. 친절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그는 깐부의 감성이 무엇인지, 일상 속에서 서민들이 무언가를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떠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 감성을 이해하며 즐기는 리더이다. (그것을 아니까 부하 직원들이 이런 퍼포먼스를 준비할 수 있었으리라) 그 감성을 너무나 잘 알기에 그 깐부 쇼와 친구들과 야외무대에서 엔비디아 티셔츠를 총에 담아 총쏘기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해 낼 수 있었다. (이런 평범한 액션이 익숙치 않은 이재용 정의선 회장은 어색했지만 어쩔쏘냐 형님이 하자는데.)

그 정서는 먹혔다. 친구와 함께 하는 놀이. 수다. 치맥 그것이 어쩌면 AI 시대의 기술의 현란함과 복잡함에 지쳐버리고 비슷비슷한 메시지 중 파격적이고 신선하며 따듯하고 이해할 수 있게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낯섦으로 인한 AI의 공포가 아닌, 내가 아는 느낌, 내가 아는 정서, 내가 아는 공감의 아날로그들이 설명하는 AI는 오히려 친근하고 인간적이며 친구처럼 느껴졌다.

또한 이는 AI의 강자가 될 수 있었던 엔비디아의 핵심 철학과 전략과 맞닿아 있다. 친구!.

엔비디아의 결정적 승리를 많은 이들은 CUDA 생태계에서 찾는다. 초기 GPU는 전문적인 그래픽 프로그래밍 전용이었지만,CUDA는 2006년에 “모든 개발자에게 열려 있는 컴퓨팅 플랫폼”으로 등장했다.기존 CPU 프로그래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C/C++ 기반.오픈 문서화, 오픈 개발환경, 무료 툴킷으로 수백만 명의 연구자·학생이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CUDA는 “첫사랑 효과(first exposure lock-in)를 가지고 확장한 후, 폐쇄적인 락인을 걸어 다른 경쟁사들은 진입할 수 없는 열린 닫힌 생태계를 구현했고 이것이 오늘날 AI 생태계에서 엔비디아가 독점적 지위를 가질수 있는 근본이 되었다. 즉 엔비디아는 그 사업 구조 자체에 ‘친구’를 어떻게 만들고 친구가 얼마나 소중하며 한편으로 우정을 유지하는 방법을 이 마케팅까지 적용하여 친구들을 무대로 불렀다. 물론 이 친구들도 너무 좋아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의 지극히 마케팅적인 퍼포먼스는 그가 살아온 인생의 원칙과 경험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대중과 같은 맥락으로 감동하고 감사하고 계산할 줄 알기에 그 맥락을 엔비디아의 마케팅도 따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쇼이지만 쇼가 아닌 진심이 담겼다고 고객은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AI 시대의 마케팅의 키워드는 지극히 인간적인 평범한 공감을 통한 안전한 비전 ( AI 기술의 낯섦과 불안전함은 결국 불안으로 이어진다) 혼자만이 개발하고 감당할 수 없기에 친구를 만드는 생태계 (복잡한 AI 기술은 모든 단계에서 협업을 통한 내편 만들기 즉 생태계가 중요하다) 그리고 똑똑해진 개인을 향한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창의적 실험 (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창의적이어야 살아남는다.)

이것임을 엔비디아는 지금 지구촌에서 가장 핫플인 서울의 중심에서 세상을 향해 엔비디아가 얼마나 멋지게 AI의 서사를 풀어가는 지를 머리로, 가슴으로 보여주는 멋진 쇼를 만들었다.그가 단순히 한국이 좋아서 한국을 무대로 삼은 것만이 아님을 그가 최고의 영업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하다. 그는 요즘 가장 힙한 장소에서, 단순히 한국만을 위한 것이 아닌 세계의 팬들을 대상으로 가장 선망하는 아이돌들이 자기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공감과 신뢰를 통해 AI 그 자체에 대한 불신마저 사그라뜨렸다. 그리고 그 쇼는 자신과 엔비디아 그리고 AI 및 삼성, 현대차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광고하는 윈윈의 마케팅으로 깐부란 무엇인가를 보여주었다. AI시대의 승리는 혼자가 아님을 생태계와 친구 그리고 독창적인 창의력과 고객의 지지가 함께 해야함을, 엔비디아의 문화와 전략이 그대로 스민 그 거대한 쇼를 통해 정확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즐겁고, 근사하고, 멋있으며 우리는 어떤가를 생각하게 하는 엄청난 순간이었다. 우리의 AI는 어떤 맥락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있는가를 질문하는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손은정 공학박사, 인문공학커뮤니케이터, 작가]

글쓴이는 공학박사이자 작가, 설치미술가로서 글로벌 빅테크, 대기업 등에서 20여 년 이상 근무하면서 기술과 인간의 삶의 점들을 연결하는 것에 의미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