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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목표 최소 50% 제시
산업계 48% 감축 제안 묵살
철강사, 1톤당 3만원씩 손해
공장 해외이전 더 많아질 것
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과 비교해 최소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원자력발전 추가도 없이 ‘인공지능(AI) 3강’을 달성하되, 탄소배출은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목표다.

그나마 산업계에서 제안한 48% 감축안은 ‘위헌’ 운운하는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묵살됐다. 미국과 중국처럼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도 모자를 판에 기업들은 사실상의 ‘탄소세’를 더 부담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경쟁에서 중국이 미국에 승리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그 이유로 “(중국에서는)전기가 무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들은 최근 3년간 60% 인상된 산업용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정부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공청회를 열고 탄소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50∼60%’ 또는 ‘53∼60%’ 감축하는 안을 최종 후보로 정했다고 밝혔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 따라 이에 서명한 각국은 5년마다 국제연합(UN)에 NDC를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UN이 지난 9월로 제시한 2차 제출 권고도 지키지 못했다.

2018년 국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은 7억4230만톤이며, 작년 배출량 잠정치는 6억9160만톤이다. 계획대로면 최소한으로 잡아도 앞으로 10년간 최소 3억톤 이상의 배출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최근 7년 간 감축량이 5000만톤 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쉽지 않다.

미국의 경우 30년 동안 61~66%를 감축하는 2035 NDC를 제출했고, 유럽연합(EU)은 무려 45년 전인 1995년과 비교해 66.25~72.5%를 줄이겠다고 설정했다. 이번 NDC를 두고

전문가들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목표라고 지적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현재 1톤 조강 생산에 영업이익이 3만원 발생하는데 2톤 탄소배출량이 발생해 6만원 상당의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계산하면 철강사가 1톤 당 3만원씩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고 저가 중국산은 물론 일본산과의 경쟁도 어렵다. 안방 시장을 다 내어줄 판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는 AI 고속도로를 깔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가 확보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으로 만든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인구 20만명급 신도시 2개의 1년치 소비량에 맞먹는다.

전문가들은 원전 추가 증설 없이 기존 발전 시설과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무리라고 지적한다. 그나마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청정기술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청정수소의 단가 문제 등으로 인해 아직 상용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자원경제학회장)는 “정부가 제시한 NDC 계획을 달성하려면 기업들은 탄소 감축 시설, 배출권 추가 구매 등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의 이익이 없어지는 구조에서 (제조업체들은)값싼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게 되고, 공장의 해외 이전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NDC 안은 이미 탈 탄소화 돼 있는 선진국들과 비교하기보다 국내 산업부문의 현실성, 즉 기술적 가능 여부, 경제 파급 효과, 사회적 수용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원승일·임재섭 기자

won@dt.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