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1990~2000년대 용산 전자상가 찾아 GPU 영업
상인들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과거 그를 봤겠지만 유명하지 않았으니 기억 안 나"
3일 찾은 용산 전자상가에 '깐부 황' 광고판 내건 점포도
무대 오른 젠슨 황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2025.11.6 [공동취재]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젠슨 황이 이곳을 돌아다니기는 했을 거예요.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유행 이전에는 엔비디아가 중소기업 정도도 안 되는 소규모 업체였고, 이곳을 찾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 만큼 기억에 남지는 않아요.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엄청난 사람이 됐네요."
용산 전자상가에서 30년간 장사를 해온 이현구(50) 씨는 3일 이렇게 말하며 20여년 전에는 수많은 손님 중 눈에도 안 띄었던 젠슨 황이 지금은 세계를 주름잡는 거물이 된 것에 놀라워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15년만의 한국 방문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그와 한국의 오랜 인연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황 CEO를 접견하면서 "옛날에 용산 전자상가에 가시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다녀달라"고 당부했다. 황 CEO가 과거 용산 전자상가를 종종 찾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그 용산 전자상가를 지난 3~4일 이틀간 찾아 황 CEO의 흔적을 '탐문'하고 그때 그 시절을 돌아봤다.
"'깐부 황'이 파는 그 그래픽카드"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인근 선인상가 2층에 위치한 한 컴퓨터 부품 가게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깐부 회동'을 이용한 간판을 걸었다. 2025.11.6
"옛날에는 상인들이 007가방에 현금을 넣고 다녔다는데…" 지하철 용산역 3번 출구를 따라 구름다리를 건너 긴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면 왼쪽에는 거대한 전자랜드가, 오른쪽에는 공장 건물처럼 보이는 선인상가가 있다. 선인상가 뒤편에는 나진상가가 보인다. 용산 전자랜드와 이러한 건물 한 동짜리 전자상가들이 모여 용산 전자상가를 이룬다.
현재 선인상가 구 15동에는 가벽이 둘러쳐진 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게임 판매업체 13동에서 21동 2층으로 이전'을 알리는 전단지들이 가벽에 붙은 채 바람에 휘날렸다.
선인상가 내부에는 가게들이 빼곡했다. 2층은 주로 노트북이나 컴퓨터 부품, 3층과 4층은 프린터·케이블 등 컴퓨터 주변 제품을 판매했다. 컴퓨터 수리 업체 상인들의 작업대에는 조립 중인 듯한 각종 부품이 널브러져 있고 이따금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도 들렸다. 다만 손님은 드물었다.
선인상가 22번 출입문을 열자 젠슨 황과 치킨을 합성하고 "그렇습니다. 깐부 황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이 시선을 끌었다. 화제의 '깐부치킨 회동'을 발 빠르게 활용한 홍보 사진이다.
'깐부 황'을 내세운 점포의 주인 이현구 씨는 "원래 젠슨 황, 리사 수(AMD CEO) 등 CEO의 사진을 넣어 홍보하고는 했다"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사진을 조금 바꿨다"며 웃었다.
이씨는 그러나 장사가 잘 되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여기는 이제 끝났다"며 "전성기는 1980~90년대 '386', '586' 컴퓨터가 출시되던 시절이고, 그때 영업하던 상인들은 '007가방'에 현금을 넣고 다녔다고 풍문으로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한산한 선인상가 복도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역 인근 선인상가 2층 복도의 모습. 2025.11.6
같은 층의 한 컴퓨터 조립·수리 업체 사장 A씨는 "젠슨 황이 용산 전자상가를 찾았을 당시는 엔비디아 제품군이 다변화되고 있는 시점이었다"며 "아마도 그는 (일반 매장보다는) 엔비디아 총판에나 들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컴퓨터 완제품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그래픽카드만 찾는 사람은 열에 하나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황 CEO가 찾았을 20여년 전 용산 전자상가의 상황이 어떠했냐고 묻자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금은 한산한 상가 복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복도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가는 데 5분은 걸릴 정도로 사람이 붐볐으니 지금의 명동 거리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인터넷 쇼핑 플랫폼이 생기면서 다 망한 셈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다른 컴퓨터 부품 가게에서 근무 중인 15년 경력의 고모 씨는 "요즘과 달리 2000년대만 하더라도 온라인이 활성화되지 않아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부품을 찾는 손님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 업계에서는 압도적인 만큼 게임용 컴퓨터를 구하는 이들은 견적을 100만원으로 잡으면 그중 50만원 정도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에 쓴다"고 설명했다.
1999년 8월 용산 전자상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젠슨 황 "한국이 엔비디아의 시작부터 핵심 역할" 황 CEO는 그간 엔비디아를 세계 인공지능(AI) 기술 생태계의 중심으로 키워내는 여정의 출발점에서 용산 전자상가를 여러차례 방문했던 경험을 밝혀왔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황 CEO는 지난달 30일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서는 "엔비디아의 첫 시장은 PC 게임이었고 한국은 스포츠라는 새로운 혁명의 중심지로 엔비디아는 한국에 아주 오래 머물렀다"고 언급하며 PC방을 한국어로 '피시방'이라고 발음하기도 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발명한 GPU, 지싱크(G-SYNC), 저지연 리플렉스 등은 모두 e스포츠 덕분이고 한국 덕분"이라며 AI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e스포츠와 한국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제가 처음 헤르츠 모니터를 본 것도 한국이었고, (당시 본) 초당 300프레임은 말이 안 되는 숫자였다.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표준이 된 놀라운 일"이라고 회고했다.
젠슨 황 대표 맞이하는 이재명 대통령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면담 전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2025.11.6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한 황 CEO는 2000년대까지 한국에 올 때마다 용산 전자상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컴퓨터·전자제품 수요가 급증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용산 전자상가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정보기술(IT) 마니아들의 메카로 명성을 떨쳤다.
지금이야 GPU가 AI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하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지만 이전까지 사용처는 주로 PC 게임이었고, 그 PC 게임의 성지가 한국의 PC방이었기에 황 CEO도 용산 전자상가에서 영업을 뛰어야 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PC방에 들어가는 PC를 주로 용산 전자상가에서 조립했고, 엔비디아로서는 그 PC에 들어가는 GPU를 판매하는 영업이 중요했다.
젊은 시절의 황 CEO가 영업을 뛰었던 용산 전자상가는 그러나 온라인시장과 가전 양판점들이 들어서면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게 됐다.
선인상가 3층에 위치한 한 컴퓨터 부품 판매 업체의 경력 30년차 상인은 "그 사람(젠슨 황)이 용산에 왔다 간 지 20년이 넘었는데, 1999년에서 2001년쯤 한국에서 개인용 컴퓨터 붐이 일며 용산에서 뭐든 팔기 위해 돌아다녔을 것"이라며 "이곳처럼 컴퓨터 업체가 집약된 형태가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과거 그를 봤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유명하지 않았으니 기억할 리가 없지 않냐"고 덧붙였다.
PC방도 스펙 경쟁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 3일 저녁 서울 노량진역 인근 한 PC방이 컴퓨터 속도와 사양을 홍보하는 입간판을 걸었다. 2025.11.6
한편, 깐부치킨을 중심으로 이번 한국 방문에서 황 CEO가 방문하고 언급한 것들이 모두 화제가 되는 가운데 PC방들도 분위기를 타는 모양새다.
3일 찾은 노량진역 인근 한 PC방은 2018년 출시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RTX2080'을 구비하고 있다는 홍보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종각역 인근 한 PC방 매니저는 "웬만하면 '롤'(LOL), '배틀그라운드'나 스팀에서 제공하는 고사양 게임이 무리 없이 돌아가도록 컴퓨터 사양을 구비해놓는다"며 "적어도 2~3년 내 출시된 컴퓨터 제품을 들여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 CEO를 비롯해 외국인들이 지금도 한국 PC방에 '엄지 척'을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가 황 CEO의 한국 방문에 맞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린 한국 헌정 영상 '한국의 차세대 산업혁명'은 5일 현재 조회수 60만회를 기록하며 해외에서도 화제다.
엑스 이용자 'mot***'는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일본어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었다"며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는 나에게는 깊이 와닿는 게 있다"고 썼다.
youknow@yna.co.kr
상인들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과거 그를 봤겠지만 유명하지 않았으니 기억 안 나"
3일 찾은 용산 전자상가에 '깐부 황' 광고판 내건 점포도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2025.11.6 [공동취재]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젠슨 황이 이곳을 돌아다니기는 했을 거예요.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유행 이전에는 엔비디아가 중소기업 정도도 안 되는 소규모 업체였고, 이곳을 찾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 만큼 기억에 남지는 않아요. 그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사람인데, 지금은 엄청난 사람이 됐네요."
용산 전자상가에서 30년간 장사를 해온 이현구(50) 씨는 3일 이렇게 말하며 20여년 전에는 수많은 손님 중 눈에도 안 띄었던 젠슨 황이 지금은 세계를 주름잡는 거물이 된 것에 놀라워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15년만의 한국 방문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으면서 그와 한국의 오랜 인연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황 CEO를 접견하면서 "옛날에 용산 전자상가에 가시는 마음으로 대한민국 전역을 다녀달라"고 당부했다. 황 CEO가 과거 용산 전자상가를 종종 찾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그 용산 전자상가를 지난 3~4일 이틀간 찾아 황 CEO의 흔적을 '탐문'하고 그때 그 시절을 돌아봤다.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역 인근 선인상가 2층에 위치한 한 컴퓨터 부품 가게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깐부 회동'을 이용한 간판을 걸었다. 2025.11.6
"옛날에는 상인들이 007가방에 현금을 넣고 다녔다는데…" 지하철 용산역 3번 출구를 따라 구름다리를 건너 긴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오면 왼쪽에는 거대한 전자랜드가, 오른쪽에는 공장 건물처럼 보이는 선인상가가 있다. 선인상가 뒤편에는 나진상가가 보인다. 용산 전자랜드와 이러한 건물 한 동짜리 전자상가들이 모여 용산 전자상가를 이룬다.
현재 선인상가 구 15동에는 가벽이 둘러쳐진 채 공사가 진행 중이다. '게임 판매업체 13동에서 21동 2층으로 이전'을 알리는 전단지들이 가벽에 붙은 채 바람에 휘날렸다.
선인상가 내부에는 가게들이 빼곡했다. 2층은 주로 노트북이나 컴퓨터 부품, 3층과 4층은 프린터·케이블 등 컴퓨터 주변 제품을 판매했다. 컴퓨터 수리 업체 상인들의 작업대에는 조립 중인 듯한 각종 부품이 널브러져 있고 이따금 드릴이 돌아가는 소리도 들렸다. 다만 손님은 드물었다.
선인상가 22번 출입문을 열자 젠슨 황과 치킨을 합성하고 "그렇습니다. 깐부 황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이 시선을 끌었다. 화제의 '깐부치킨 회동'을 발 빠르게 활용한 홍보 사진이다.
'깐부 황'을 내세운 점포의 주인 이현구 씨는 "원래 젠슨 황, 리사 수(AMD CEO) 등 CEO의 사진을 넣어 홍보하고는 했다"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사진을 조금 바꿨다"며 웃었다.
이씨는 그러나 장사가 잘 되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여기는 이제 끝났다"며 "전성기는 1980~90년대 '386', '586' 컴퓨터가 출시되던 시절이고, 그때 영업하던 상인들은 '007가방'에 현금을 넣고 다녔다고 풍문으로만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 4일 오후 서울 용산역 인근 선인상가 2층 복도의 모습. 2025.11.6
같은 층의 한 컴퓨터 조립·수리 업체 사장 A씨는 "젠슨 황이 용산 전자상가를 찾았을 당시는 엔비디아 제품군이 다변화되고 있는 시점이었다"며 "아마도 그는 (일반 매장보다는) 엔비디아 총판에나 들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컴퓨터 완제품을 찾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그래픽카드만 찾는 사람은 열에 하나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황 CEO가 찾았을 20여년 전 용산 전자상가의 상황이 어떠했냐고 묻자 A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금은 한산한 상가 복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복도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가는 데 5분은 걸릴 정도로 사람이 붐볐으니 지금의 명동 거리와 비슷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인터넷 쇼핑 플랫폼이 생기면서 다 망한 셈이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다른 컴퓨터 부품 가게에서 근무 중인 15년 경력의 고모 씨는 "요즘과 달리 2000년대만 하더라도 온라인이 활성화되지 않아 그래픽카드 등 컴퓨터 부품을 찾는 손님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엔비디아가 그래픽카드 업계에서는 압도적인 만큼 게임용 컴퓨터를 구하는 이들은 견적을 100만원으로 잡으면 그중 50만원 정도는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에 쓴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젠슨 황 "한국이 엔비디아의 시작부터 핵심 역할" 황 CEO는 그간 엔비디아를 세계 인공지능(AI) 기술 생태계의 중심으로 키워내는 여정의 출발점에서 용산 전자상가를 여러차례 방문했던 경험을 밝혀왔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황 CEO는 지난달 30일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지포스'의 한국 출시 25주년 행사에서는 "엔비디아의 첫 시장은 PC 게임이었고 한국은 스포츠라는 새로운 혁명의 중심지로 엔비디아는 한국에 아주 오래 머물렀다"고 언급하며 PC방을 한국어로 '피시방'이라고 발음하기도 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발명한 GPU, 지싱크(G-SYNC), 저지연 리플렉스 등은 모두 e스포츠 덕분이고 한국 덕분"이라며 AI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e스포츠와 한국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제가 처음 헤르츠 모니터를 본 것도 한국이었고, (당시 본) 초당 300프레임은 말이 안 되는 숫자였다. 한국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표준이 된 놀라운 일"이라고 회고했다.
(경주=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면담 전 기념 촬영을 마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2025.11.6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한 황 CEO는 2000년대까지 한국에 올 때마다 용산 전자상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컴퓨터·전자제품 수요가 급증하며 전성기를 구가한 용산 전자상가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정보기술(IT) 마니아들의 메카로 명성을 떨쳤다.
지금이야 GPU가 AI 생태계의 핵심 역할을 하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지만 이전까지 사용처는 주로 PC 게임이었고, 그 PC 게임의 성지가 한국의 PC방이었기에 황 CEO도 용산 전자상가에서 영업을 뛰어야 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PC방에 들어가는 PC를 주로 용산 전자상가에서 조립했고, 엔비디아로서는 그 PC에 들어가는 GPU를 판매하는 영업이 중요했다.
젊은 시절의 황 CEO가 영업을 뛰었던 용산 전자상가는 그러나 온라인시장과 가전 양판점들이 들어서면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게 됐다.
선인상가 3층에 위치한 한 컴퓨터 부품 판매 업체의 경력 30년차 상인은 "그 사람(젠슨 황)이 용산에 왔다 간 지 20년이 넘었는데, 1999년에서 2001년쯤 한국에서 개인용 컴퓨터 붐이 일며 용산에서 뭐든 팔기 위해 돌아다녔을 것"이라며 "이곳처럼 컴퓨터 업체가 집약된 형태가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과거 그를 봤을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유명하지 않았으니 기억할 리가 없지 않냐"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서윤호 인턴기자 = 지난 3일 저녁 서울 노량진역 인근 한 PC방이 컴퓨터 속도와 사양을 홍보하는 입간판을 걸었다. 2025.11.6
한편, 깐부치킨을 중심으로 이번 한국 방문에서 황 CEO가 방문하고 언급한 것들이 모두 화제가 되는 가운데 PC방들도 분위기를 타는 모양새다.
3일 찾은 노량진역 인근 한 PC방은 2018년 출시된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RTX2080'을 구비하고 있다는 홍보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종각역 인근 한 PC방 매니저는 "웬만하면 '롤'(LOL), '배틀그라운드'나 스팀에서 제공하는 고사양 게임이 무리 없이 돌아가도록 컴퓨터 사양을 구비해놓는다"며 "적어도 2~3년 내 출시된 컴퓨터 제품을 들여놓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 CEO를 비롯해 외국인들이 지금도 한국 PC방에 '엄지 척'을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가 황 CEO의 한국 방문에 맞춰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린 한국 헌정 영상 '한국의 차세대 산업혁명'은 5일 현재 조회수 60만회를 기록하며 해외에서도 화제다.
엑스 이용자 'mot***'는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일본어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이었다"며 "한국, 일본, 미국을 오가는 나에게는 깊이 와닿는 게 있다"고 썼다.
youkn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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