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사 유토파이이스트 설립
"내년엔 韓 콘텐츠…亞 진출도"범LG가 3세인 브라이언 구(구본웅·사진)가 인공지능(AI) 영화 제작 합작사를 설립한다. 3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구 대표가 공동 창업한 투자그룹 스톡팜로드(SFR)는 영화·TV쇼 제작사 유토파이스튜디오와 함께 유토파이이스트를 설립했다. 두 회사는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다.

유토파이이스트는 SFR그룹이 소유한 AI 인프라와 자본, 유토파이스튜디오가 가진 기술과 인력을 결합해 AI를 활용한 영화와 TV쇼를 제작할 예정이다. SFR그룹은 지난 2월 전남 영암 일대에 3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350억달러(약 50조4000억원)를 투입해 2028년 완공되는 이 데이터센터를 AI 영상 제작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SFR그룹의 보유 자금과 집행 능력에 대한 정보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할리우드에선 AI가 영화배우와 작가 등 영화업계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방송 작가 1만1500여 명이 소속된 미국작가조합(WGA)은 2023년 5월부터 5개월간 파업을 벌인 끝에 영화·TV 제작사들로부터 AI 도입에 따른 제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유토파이이스트는 AI가 작가, 배우 등 기존 인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높이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우리의 업무 흐름은 영화 제작자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제작자들이 AI와 함께 작업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나아가 젊고 혁신적인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신선한 형태의 영상 매체를 제작한다는 구상이다.

유토파이이스트는 내년 공개하는 한국 콘텐츠를 시작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세실리아 센 유토파이스튜디오 대표는 “일본은 훌륭한 시장이어서 자연스럽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며 “중국과 태국 시장에서도 큰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창업자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2022년 별세한 구자홍 LS그룹 회장 외아들인 구 대표는 LS그룹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미국에서 벤처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제학 학사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수료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