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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0월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특별 세션에서 연설을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단
[서울경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슈퍼컴퓨터 다음으로 양자컴퓨터와의 하이브리드(혼합형) 컴퓨팅 기술 선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자사가 장악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슈퍼컴퓨터와 완전히 새로운 연산 방식을 가진 양자컴퓨터를 잘 결합해 상호보완적으로 운용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거죠(참고: 양자컴에도 GPU가 필수? 엔비디아의 공진화 전략 [김윤수의 퀀텀점프]).

황 CEO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 중인 10월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전문가조직(CoE)을 구성하고 한국에서도 하이브리드 컴퓨팅 사업 추진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KISTI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들이 시뮬레이션 등 연구 활동에 쓸 수 있도록 대규모 연산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관입니다.

KISTI는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에 이어 엔비디아 GPU 8496장을 탑재해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추가한 6호기 ‘한강’을 구축 중입니다. 또 미국 아이온큐의 1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도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엔비디아 협력을 통해 이 둘을 통합 운용하고 수요기관들의 연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주겠다는 구상입니다.

짧게 설명하면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 단위로 빠르게 병렬 연산할 수 있습니다. 신약 후보물질이나 신소재 발굴처럼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최적의 선택지를 찾아내는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 수 있죠.

반면 비교적 단순한 대신 빠르고 정확한 계산이 중요한 문제에서는 슈퍼컴퓨터가 여전히 앞섭니다. 양자컴퓨터의 고질적 단점인 계산 오류를 정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작동시키는 데도 다름 아닌 슈퍼컴퓨터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이 둘을 결합해 상호보완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마침 이번주에 미국에서 공개한 ‘NVQ링크’ 기술이 KISTI 협력에서도 쓰일 것으로 전해집니다. NVQ링크는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잘 결합할 수 있게 지원하는 솔루션입니다.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페르미 연구소,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등 유명한 국립 연구소 9곳과 양자컴퓨터 기업들이 NVQ 개발에 참여했다는 게 엔비디아 설명입니다.

엔비디아의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황 CEO는 올 초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사상 처음으로 양자세션 ‘퀀텀데이(양자의 날)’를 열고 양자컴퓨터 주요 기업들을 초청해 투자와 협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하이브리드 컴퓨팅 인프라 ‘가속 양자 연구센터(NVAQC)’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밝혔죠. AI 개발자들을 위한 개발도구 플랫폼 ‘쿠다(CUDA)’처럼 하이브리드 컴퓨팅에 최적화한 개발도구 플랫폼 ‘쿠다큐(CUDA-Q)’도 있습니다.

황 CEO는 “머지않은 미래에 모든 엔비디아 GPU 과학용 슈퍼컴퓨터는 양자 프로세서와 긴밀히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NVQ링크는 양자와 고전 슈퍼컴퓨터를 단일 통합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로제타석으로 양자·GPU 컴퓨팅 시대의 개막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황 CEO의 방한으로 국내 AI 업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양자컴퓨터 혁신을 위한 협력도 앞으로 눈여겨볼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