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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고 AI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 CEO
APEC CEO 서밋 연설 후 1시간 넘게 기자간담회
“삼성 파운드리 선택, TSMC 헤징 아냐”
“韓, AI 인프라 구축…아시아의 허브될 것”
中 진출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돼야…대체불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경주=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경주)=김현일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에 대해 “우리 제품이 삼성의 칩 제조 방식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며 “삼성은 엔비디아의 모든 로보틱스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두고 본격 경쟁을 시작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해선 “양사 모두 놀라운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HBM4 이후에도 두 회사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젠슨 황 CEO는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올라 발표를 마친 뒤 자리를 옮겨 국내외 미디어와 간담회를 가졌다.

스탠딩 질의응답에 이어 공식 미디어 간담회에 이르기까지 1시간이 넘어가자 넥타이를 풀곤 “당 떨어진다. 이렇게 기력이 떨어진 건 처음”이라며 중간중간 빼빼로 과자와 함께 콜라를 연거푸 들이키는 모습도 보였다.

전날 오후 방한한 황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늦은 밤까지 회동을 하고 이날 경주에 내려왔다. 경주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국내 기업인들과의 회동까지 쉼 없이 이어지는 강행군에 피곤함이 역력해 보였다.

“파운드리, 기술·타이밍이 다 맞아야 협력 가능”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 중 콜라를 마시고 있다. 경주=임세준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자간담회에서 답변 중 넥타이를 풀고 있다. 경주=임세준 기자


황 CEO는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이 대만 TSMC 의존에 대한 ‘헤징(위험회피)’ 차원인지 묻는 질문에 “‘헤징’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제품이 삼성의 칩 제조 방식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며 “삼성이 엔비디아의 모든 로보틱스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할 것”이라고 답했다.

칩 생산을 맡길 파운드리 선택에 대한 질문이 재차 이어지자 황 CEO는 “파운드리의 기술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이 완벽하게 부합하는지 여부와 관련 있다. (파운드리 기술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결정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어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며 “공정 기술은 발전하고, 우리의 칩도 발전한다. 때로는 (파운드리 회사와) 로드맵이 서로 맞지 않을 때가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BM4 납품 경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엔 “한 회사(SK하이닉스)는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반면, 삼성은 훨씬 더 다각화됐다”며 “집중의 장점이 있고, 다각화의 장점이 있는데 둘 모두 성공적으로 해냈다. 우리가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메모리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의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HBM5, HBM97까지 앞으로 삼성, SK하이닉스와 장기적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했다.

“韓, AI 인프라 구축하면 아시아의 AI 허브될 것”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 서밋 2025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경주=임세준 기자


황 CEO는 전날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과의 ‘치맥 회동’을 염두에 둔 듯 삼성과 SK하이닉스를 가리켜 ‘치맥 형제’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전날 회동엔 당초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참석하기로 했으나 경주 APEC 정상회의 일정으로 인해 불참했다.

이날 엔비디아가 삼성, SK, 현대차, 네이버에 총 26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을 약속한 가운데 또 다른 한국 기업에 추가 공급할 지 묻자 황 CEO는 “한국이 GPU 슈퍼 클러스터와 AI 슈퍼컴퓨터를 빨리 가동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이 AI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칩 공장이 없으면 칩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AI 팩토리 없이는 AI를 생산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GPU 공급을 계기로) 한국에 AI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한국은 아시아의 AI 허브가 될 것이다. 다른 국가의 스타트업들을 한국 AI 클라우드에 유치할 수 있다”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황 CEO는 기자 간담회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스탠딩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번 경주 APEC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국이 많은 산업을 유치하고 단합시킨 덕에 이재용 회장과 산업계의 모든 사람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에게 SK가 지니는 의미를 묻자 “SK는 (HBM으로) AI 슈퍼컴퓨터를 발명하는 데 도움을 줬다. HBM이 지금 모든 AI 슈퍼컴퓨터에 표준 메모리로 쓰인다. 우리의 협력이 한국의 칩 제조업에 정말 큰 기회를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다시 中 진출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돼야…대체 불가 시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31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엔비디아 기자간담회에 참석 전 행사장 입구에서 취재진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경주=임세준 기자


황 CEO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 매출이 급감한 것에 대해 “중국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엔비디아가 중국에 다시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는 분명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전날 부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며 “엔비디아가 중국에 재진출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고, 중국도 엔비디아의 복귀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는 연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중국의 저비용 AI 추론모델 ‘딥시크’를 언급하며 “전 세계 오픈소스 AI의 압도적인 다수가 중국에서 개발된다. (AI) 개발자와 업계가 정말 활기차고, 놀라운 AI 연구가 너무 많다”며 중국은 대체 불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황 CEO는 “중국 시장에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미국에게도 최선의 이익이다. 중국도 미국 기업들의 진입을 환영한다”며 “양국 모두의 이익이기 때문에 상황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재차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