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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반도체 영업이익 7조원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3분기(7~9월) 실적을 내놨다. 부진했던 반도체 사업은 빠르게 회복했고, 스마트폰 사업도 양호한 실적을 냈다. 중국 업체들의 진입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TV와 가전 사업 성적표는 좋지 못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인 반도체 사업 부문은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하며 빠르게 부활했다. 앞서 2분기엔 4000억원이었다. 작년 3분기(3조8600억원)와 비교해도 81%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30일 3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8.8% 상승한 86조617억원, 영업이익은 32.5% 증가한 12조1661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HBM3E와 HBM4. /뉴스1

삼성전자 실적은 반도체가 좌우한다. 3분기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 매출은 1년 전보다 20% 늘어난 26조7000억원을 거두며 역대 최고를 달성했다.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매출이 증가하고,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폭발하며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반도체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57.4%다. 영업이익 7조원은 증권가가 예상한 5조원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발생했던 1조원대 일회성 비용이 감소했고, 메모리 반도체 판매 호조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가동률 상승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HBM3E를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라고 했다. 그동안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던 HBM3E가 엔비디아 납품 조건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3분기 HBM 판매량은 전 분기보다 80% 증가했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파운드리 사업도 기지개를 켰다. 2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칩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칩을 수주하며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사업을 담당하는 MX 사업부 매출은 1년 전보다 매출이 12%, 영업이익이 27.7% 증가했다. 지난 7월 출시한 갤럭시Z폴드7 시리즈가 흥행을 이어가고,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5 시리즈가 인기를 이어간 덕분이다. 가전과 TV 사업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려 영업 적자로 전환됐다.


삼성전자는 4분기 전망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의 서버 탑재 증가와 개별 기기의 메모리 탑재 비율이 증가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은 4분기에도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재고 부족이 심해지며 가격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업체 중 메모리 생산 능력이 가장 큰 업체다. 지금처럼 수요가 치솟지만, 단기간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생산량이 많은 삼성전자가 다른 업체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D램 사업 중 범용 D램 영업이익 비율은 88%로 높다”며 “반도체 사이클 반등에 따른 실적 개선 폭이 경쟁사보다 크다”고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3E 납품을 개시하면서 경쟁력을 되찾은 만큼 HBM4 시장에도 조기 진입해 부진했던 HBM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까지 R&D에 역대 최고치인 26조9000억원을 썼다. 삼성전자는 또 이날 ‘시설 투자 계획’을 공시하고 올해 반도체 시설 투자에 40조9000억원, 디스플레이 분야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HBM 관련 추가 수요가 접수되고 있어 증산 가능성에 대해 내부 검토 중”이라며 “파운드리 사업도 2026년엔 미 테일러 팹 본격 가동을 위한 마무리 투자와 신공정 준비 투자 등으로 올해보다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분기 배당으로 주당 370원씩 총 2조4533억원을 배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