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IST, ‘온칩 학습 기반 뉴로모픽 시스템’ 개발
| 뉴로모픽 컴퓨팅 시스템 연구성과 컨셉 이미지.[K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뇌의 신경망 연결을 분석하는 기술은 인공 팔다리 제어, 인간 지능 강화 등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핵심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더 정밀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뇌 속 수많은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신호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반도체기술연구단 박종길 박사 연구팀은 뇌의 학습 원리를 모방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뇌가 신경세포 간의 신호 발생 순서에 따라 연결 강도를 조절하는 ‘스파이크 시각 차이 기반 학습(STDP, Spike-Timing-Dependent Plasticity)’ 원리를 공학적으로 구현했다. 이를 통해 신경세포의 활동을 모두 저장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신경망의 연결 관계를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기술은 신경세포의 활동 데이터를 오랫동안 저장한 후 통계적 방법으로 신경세포 간 연결 관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신경망의 규모가 커질수록 막대한 연산량과 시간 지연이 발생해, 뇌처럼 수많은 신호가 동시에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실시간 분석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구진은 ‘스파이크 시각 차이 기반 학습(STDP)’를 하드웨어로 구현할 때 필요한 대규모 메모리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학습 구조를 고안해냈다. 이 기술은 메모리 소모가 큰 ‘역연결 테이블’을 제거해, 고집적 뉴로모픽 하드웨어에서도 확장 가능한 구조로 STDP를 구현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이번에 개발된 하드웨어 기반 ‘온칩 학습 기반 뉴로모픽 시스템’은 기존 기술과 유사한 해석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최대 2만 배 빠른 처리 속도를 달성했다.
| 박종길 KIST 박사.[KIST 제공] |
‘뉴로모픽(Neuromorphic)’ 기술은 뇌의 신경망 구조와 학습 방식을 모방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사하는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집중 투자 중인 전략 분야다. 하지만 뇌처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응용 분야, 즉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부족해 상용화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KIST 연구진이 제시한 ‘실시간 뇌 신경망 연결 구조 분석’ 기술은 뉴로모픽 기술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차세대 AI 반도체 상용화의 전환점을 마련한 중요한 성과다.
박종길 박사는 “이번 성과는 뉴로모픽 컴퓨팅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로 발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하드웨어 구조가 단순하고 확장이 쉬워, 앞으로는 생각만으로 기기를 제어하거나 특정 뇌 기능을 복사하는 것은 물론, 시간 순서와 원인·결과 관계가 중요한 복잡한 센서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율주행차와 위성 통신 같은 첨단 AI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Neural Systems and Rehabilitation Engineering’ 최신호에 게재됐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