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에 바른 지 20일 만에 털이 자라나는 새로운 탈모 치료제가 개발됐다. 국립대만대학교(NTU) 연구팀이 동물 실험에 성공했으며, 조만간 인체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사나 약물 복용이 아닌 단순한 피부 도포 방식이어서, 탈모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 상처 생긴 후 털나는 현상에서 착안
27일(현지시간) 과학 전문매체 뉴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에 따르면, NTU 연구팀은 피부 속 지방세포를 자극해 모낭 재생을 촉진하는 혈청(serum)을 개발했다. 이 혈청에는 화학 자극제 대신 천연 물질을 담았다.
연구팀은 상처나 자극 후 털이 다시 자라는 ‘국소성 과다모증(Localized hypertrichosis)’ 현상에서 착안했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체모의 대부분을 잃었지만, 여전히 일부 부위에는 모낭 재생 능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 화학 자극 물질 바르자 10일만에 모낭 재생
연구진은 수컷과 암컷 실험쥐의 털을 없앤 뒤 황산나트륨(SDS) 이라는 자극 물질을 도포해 일시적인 습진(eczema)을 유도했다. 약 10일이 지나자 해당 부위에서 모낭이 다시 활성화되며 새 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반면 화학 자극을 받지 않은 부위에서는 털이 다시 자라지 않았다.
연구진은 “자극 물질이 피부 아래 지방층으로 면역세포를 이동하게 만들고, 이는 지방세포에 신호를 보내 지방산을 방출하게 한다”며 “이 지방산이 모낭 줄기세포에 흡수돼 모발 재생을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 화학 자극 없이도 천연 지방산만으로 같은 효과
연구팀은 화학적인 자극 없이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올레산(oleic acid) 과 팔미톨레산(palmitoleic acid) 등 다양한 지방산을 알코올에 녹인 혈청을 만들어 실험쥐 피부에 도포했다.
그 결과, 별도의 화학 자극 없이도 모발 재생이 일어났다. 연구팀은 해당 혈청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향후 인체 두피에 도포했을 때의 효과와 적정 농도를 시험할 계획이다.
● “천연 지방산이라 안전성 높아”
연구를 이끈 성잔 린(Sung-Jan Lin) 교수는 “올레산과 팔미톨레산은 인체 지방조직뿐 아니라 식물성 오일에도 풍부하게 함유된 천연 지방산이어서 안전성이 높다”고 말했다.
린 교수는 자신의 허벅지에도 직접 혈청을 발라 실험했고, 3주 만에 눈에 띄게 털이 자라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 다수 대상 시험은 아직…추가 검증 필요
연구진은 “인체 모낭 조직을 활용한 실험에서도 유사한 재생 반응이 나타났으며, 별다른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면서도 “아직 다양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의학 분야의 최고 권위 학술지 중 하나인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게재됐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