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27일(현지시간) 아마존이 최대 3만 명 규모의 본사 인력 감원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서다. 이는 본사 전체 직원(35만 명) 중 10%에 가까운 규모다. 아마존이 2022년 말 진행한 인력 감축 규모(2만7000명)를 뛰어넘는다. 아마존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AI가 5년 내 신입 사무직 절반 대체 가능”
대규모 인력 감원 배경엔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 정책이 있다.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내부 공지를 통해 “생성AI와 AI 에이전트를 더 많이 도입하면서 업무 방식이 바뀔 것”이라며 “향후 몇 년간 이로 인해 전체 기업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eMarketer)의 스카이 카나베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이번 조치는 아마존이 상당한 규모의 인력 감축이 가능할 정도로 AI 생산성 도구 활용도를 높였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대규모 인원 감축을 추진 중인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좋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아마존을 비롯한 MS, 알파벳(구글 모회사), 메타는 지난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내놓거나 그에 근접하는 성적표를 공개했다. 이 때문에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고용이 증가하는 선순환 연결고리가 AI로 인해 끊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이 고용을 투자가 아닌 비용으로 인식하면서 이른바 ‘AI발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하는 셈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올해 보고서에서 “고용주의 41%가 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이라며 “기술 변화가 일자리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의 고용시장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지난 5월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와의 인터뷰에서 “AI가 향후 1~5년 내로 신입급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고, 미국 실업률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고 어려운 한국, 신규 고용 줄일 듯
실제 AI의 사람 일자리 대체 현상은 테크 분야를 뛰어넘어 산업 전 영역으로 확산 중이다. 미국 재취업 지원 서비스 기업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올해 1~9월 총 94만6426건의 감원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한 수치다. 미국 금융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AI로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직무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최대 민간 고용주인 월마트는 최근 매출이 증가하더라도 향후 3년간 직원 수를 동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고 요건이 엄격한 한국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조직 개편과 희망퇴직, 고용 축소 등으로 우회하는 사실상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AI 사내독립기업(CIC) 구성원을 대상으로 특별 퇴직 프로그램을 공지했다. 구성원들 소속 부서를 재배치하는데 원하지 않으면 특별 퇴직을 신청하도록 한 것이다. 채용 관리 솔루션 ‘그리팅’을 운영하는 이태규 두들린 대표는 “장기적으로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에선 일자리 감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에서는 해고가 어려워 직군 통합을 통한 자연스러운 이탈을 유도하거나 신규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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