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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앞두고 곳곳 ‘기술 향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 23일, 경북 경주시 정상회의장 인근에서 자율 주행차 '로이'가 도로를 누비고 있다. 8명을 태우고 최대 시속 40㎞로 달리는 로이는 APEC 기간 참관객을 태우는 셔틀버스 역할을 한다. /뉴스1
27일 오후 2시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 옆 경주엑스포대공원 서편 주차장. 자율주행 버스 ‘로이(ROii)’가 운행을 시작했다. 로이는 핸들과 페달이 전혀 없는 ‘레벨4’ 자율주행 전용 차량이다. 최대 8명이 탈 수 있고 시속 40㎞까지 달린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정상회의 개막에 맞춰, 회의장 근처를 도는 셔틀버스로 활용되고 있다. 차량 앞뒤 4개 라이다와 7개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도로 상황을 360도 실시간 감시한다. 갑작스럽게 다른 차량이 끼어들어도 안정적으로 제동하고, 차선 변경도 매끄럽게 해냈다. 로이를 개발한 에이투지 관계자는 “APEC 기간 로이 4대와 버스 형태의 자율주행차 1대가 투입된다”며 “많은 해외 참관객과 경제인에게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을 소개할 수 있어 의미가 깊다”고 했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가 첨단 기술의 장이 됐다. 시내 곳곳에서는 자율 주행을 비롯해 AI(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맷 거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등 글로벌 기업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경주에 전시장을 차리고 첨단 기술들을 선보인다.

그래픽=이철원

김해국제공항과 경주역, 경주터미널, 주요 숙소에는 AI 통·번역 기기가 설치됐다. 이날 경주엑스포대공원의 APEC 경제전시장 입구에도 키오스크 모양의 AI 통·번역기가 관람객을 맞았다. 스페인어로 “전시관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여성 모습의 AI가 “전시관이 5개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화장실이 어디 있느냐”는 영어 질문에는 “왼쪽으로 가면 된다”고 안내했다. 경주 택시 1000여 대에도 AI 통·번역 플랫폼이 구축됐다. 택시 뒷좌석에 붙어 있는 QR 코드를 찍고 승객은 모국어로 말하면 기사에게 한국어로 통역되는 식이다.

XR(확장 현실) 기술 기반 관광도 가능하다. ‘골든 신라 XR’ 버스가 첨성대, 황룡사 등 경주의 대표 관광지를 이동하면 관광객들은 창밖으로 XR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유적지 인근을 버스로 지날 때 창밖의 풍경 위로 고대 신라의 모습이 그래픽으로 보여진다. 예컨대 첨성대 인근에서는 고대 신라 복장을 한 사람들과 첨성대의 모습이 창에 비치는 식이다.


경주엑스포대공원 야외 전시장, 첨단미래산업관에는 반도체, 조선 등 한국 간판 산업의 최신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엔비디아에 납품할 준비를 하는 삼성전자의 최신 고대역폭 메모리(HBM) HBM4의 실물 모습이 공개되고,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HD현대중공업의 AI 용접 로봇 등도 전시됐다.

국내 스타트업들도 기술력을 뽐냈다. K-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과 퓨리오사는 자체 AI 가속기를 전시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AI 가속기 ‘아톰맥스’는 동급 가속기보다 전력 효율이 3배 높다”고 말했다. 로봇 스타트업 엑스오비스는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만화 작가 이현세의 그림체로 초상화를 그려주는 AI 로봇 ‘스케처X’를 공개했다. 로봇은 카메라로 얼굴을 찍은 뒤 2분 30초 만에 만화체 초상화를 그려냈다. 또 다른 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는 웨어러블 재활 로봇을 선보였다.

28일부터는 ‘K-테크 쇼케이스’가 진행된다. 삼성전자의 두 번 접는 스마트폰 ‘트라이폴드 폰’ 실물이 이곳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정상회의 메인 무대 인근 야외 대형 전시 공간에 첨단 TV 기술을 집약한 투명 무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샹들리에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