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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이건 정말 충격적이다”
‘기적의 치료제’로 불리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한국에 상륙한 지 1년째. 심각한 오남용 처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고도비만 환자에 사용되는, 엄연한 비만치료제다. 하지만, 12세 미만 어린이도, 임신부도 무분별하게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정부가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오남용 우려 의약품 품목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있다. 일종의 ‘경고 딱지’를 붙여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로이터]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올해 8월까지 만 12세 미만에게 69건이 처방됐다. 임신 중 처방한 경우도 194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는 어린이, 임신부, 수유부,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는 투여를 금지하고 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인데, 의료 현장에서 허가 범위 내 처방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노보노디스크의 또 다른 비만치료제인 삭센다 역시 2021년 한 해 동안 12세 미만 어린이에게 67건, 임신부에게 179건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에 출시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는 출시 한 달 만에 만 18세 이하 처방수가 12건에서 70건으로 증가했다.
| 일라이릴리의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와 오젬픽. [로이터] |
국회는 비만과 무관한 의료기관들이 비만치료제를 처방하고 있는 실태도 지적했다.
김남희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위고비 공급내역 자료에 따르면, 정신의학과 2453건, 산부인과 2247건, 이비인후과 3290건, 소아청소년과 2804건, 비뇨기과 1010건, 비뇨의학과 1010안과 864건, 치과 586건, 진단방사선과․영상의학과 104건 등이 있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비만치료제는 비급여 항목으로, 실제 처방 행태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 사이 부작용 사례도 심상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시판된 위고비를 투약한 뒤 급성췌장염을 겪은 환자는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신부전 63명, 저혈당 44명 등 961명이었다.
이 가운데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급성췌장염 19명, 담석증 76명, 담낭염 39명, 급성신부전 18명, 저혈당 7명 등 159명에 이른다.
|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사형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들고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 |
이에 정부는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품목에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27일 “식약처에서 복지부와 협의를 예정하고 있다”며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이 되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실태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의약품에도 이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에서 “식약처와 감시 체계, 관리 방안을 같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은 오남용 우려가 현저하다고 인정하는 의약품을 지정해 별도로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발기부전치료제와 관련한 5가지 품목이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이 경우 포장 용기에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문구 표시가 의무화된다.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판매가 가능하며,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할 체계가 갖춰진다.
앞서 식약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주사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환자 또는 BMI가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성인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라며, 허가된 용법대로 전문가의 처방에 따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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