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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10만 전자 돌파와 잃어버린 10년의 과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3주년인 27일 삼성전자의 주당 가격이 처음으로 장중 10만 원을 돌파했다. 테슬라·애플과의 계약,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지표이지만, 삼성의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인공지능(AI)·반도체 주도권을 놓고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칫 경영 결단과 기회를 놓칠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첨단 기술 업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취임 3주년을 맞아 별도 행사나 메시지 없이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는 것 역시, 삼성 앞에 놓인 시급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10년 가까이 이어졌던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기간 동안, 삼성전자는 메모리 1위를 빼앗기는 등 경쟁력 약화 우려를 보여왔다. 실제 그는 지난 3월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경영진부터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며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이 회장은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최대 경영 과제였던 반도체 사업 부활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7월에는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고, 8월에는 애플로부터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아이폰용 이미지센서(CIS)의 설계 및 위탁 생산 계약을 따냈다.

앞으로 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사실상 멈춰 있던 인사·조직 개편의 시계를 ‘성과와 혁신, 성장’ 중심으로 다시 돌려야 한다. 반도체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조직의 사기를 높여 새롭게 신발끈을 고쳐 신게 해야 한다.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도 시급하다. AI·로봇·바이오 등 신사업의 확실한 안착도 과제로 꼽힌다. 이 회장은 이번 주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관련,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비롯한 글로벌 경영 리더들과 만나 협업 전략 또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10만 전자 시대와 함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 ‘초격차’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모습을 삼성이 다시 보여주기를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