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현지 시각) 오전 미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구글 본사. 구글 리서치의 ‘리서치@로지스틱스&아젠다’ 행사가 열리는 현장 곳곳에선 구글 연구자들이 이곳을 찾은 학생, 연구자 등에게 구글의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고 있었다. 구글의 양자 컴퓨팅, 위성 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글 어스 AI’, 암 연구를 위해 개발된 AI ‘딥소매틱’ 등에 대한 시연도 진행됐다. 구글 어스 AI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설명하던 한 구글 연구자는 “단순 위성 이미지뿐 아니라 인구, 환경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해 실제 이전에는 수년이 걸리던 복잡한 분석을 단 몇 분 만에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각 분야의 전문 지식과 연구 역량을 가진 훌륭한 연구진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는 그간 구글의 연구 성과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매년 비슷한 행사를 실리콘밸리, 뉴욕 등 미 전역에서 진행하는데, 이날 분위기는 다른 행사보다도 유독 더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였다. 이달 발표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3명 중 2명이 ‘구글러’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두 명과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한 명을 배출한 데 이어 2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현장에서 만난 구글 직원들은 “노벨상 수상자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매우 즐겁고 흥미로운 일”이라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년 연속 노벨상 배출, 구글의 비결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주인공은 양자 컴퓨팅 연구를 이끈 존 마르티니스 전 구글 퀀텀 AI 하드웨어 리드와 미셸 드보레 현 구글 퀀텀 AI 최고 과학자다. 이들은 이론에 머물렀던 양자역학적 효과를 거시적 규모의 실험으로 증명하여 양자 컴퓨터의 기반이 되는 큐비트와 초전도 회로를 구현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국은 국가 전체에서 아직 기초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한 국가도 하기 힘든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구글은 어떻게 할 수 있었던 것일까. 구글 리서치 책임자인 요시 마티아스 구글 부사장에게 물어봤다.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구글 내부 분위기가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그는 “모두가 자축하고 즐거워했고, 더 좋은 연구를 가능하도록 동기 부여가 됐다”며 “구글 리서치엔 여러 상을 받은 뛰어난 연구자가 많고, 이들은 세상의 가장 큰 질문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는 좋은 연구 성과의 ‘비결’은 실패 확률이 높은 연구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마티아스 부사장은 “당장 성과가 나오는 연구보다도 장기 연구를 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며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꾸준히 지원해야 파급력 큰 연구 성과가 나온다”고 했다.
미셸 드보레와 존 마르티네스가 올해 1980년대부터 해왔던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것처럼 수십 년이 지나 사회에 진정한 영향을 주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연구가 많다는 뜻이다. 이어 그는 “구글 리서치의 퀀텀 랩(양자 컴퓨터 연구소)과 AI 랩 연구의 상당수는 그들이 1980년대 쌓아 올린 토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거의 불가능한 문제처럼 보이는 많은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반복해 발전시키면 전 세계 사람을 돕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연구는 반드시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마티아스 부사장은 “현실 세계의 문제에서 출발한 연구 질문을 던지고, 그 연구가 다시 현실의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구글에선 ‘마법의 사이클’이라고 부른다”며 “우리는 단순히 논문을 쓰거나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현실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기초 연구 분야의 인재도 많지만, 이와 함께 대중이 사용하는 광범위한 제품과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 구글은 이처럼 수십 년간 쌓아올린 기초 과학 연구의 토대 위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주 동안에만 구글 리서치에서 유전체학부터 양자 컴퓨팅, 지리 공간 이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를 쏟아냈다. 이날도 위성 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글 어스 AI’에 대한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제미나이의 고급 추론 기능을 지리 공간 모델, 인구·환경 데이터 등 여러 데이터와 결합해 자연재해나 그로 인한 피해 등을 광범위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자연어로 “미 캘리포니아 내의 홍수 지역을 찾아주고, 이로 인한 피해 규모를 알려달라”고 지시하면 AI가 위성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해 알려주고, 피해 규모도 예측해 준다.
◇AI가 과학 연구 속도 높여
AI의 도움으로 과학 분야의 발전이 점차 더 빨라지고 있다. 실제 구글 리서치도 여러 연구개발에 AI를 광범위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측은 “AI의 발전으로 연구 속도가 점차 더 빨라지고 있다”며 “헬스케어,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전에 없던 발전과 새로운 연구들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AI를 인간 연구자들을 돕는 ‘공동 과학자’라고 소개하며 “인간의 독창성을 증폭시키는 ‘증폭기’”라고도 했다.
이 때문에 구글은 양자컴퓨터, 핵융합 발전 등 아직 상용화 전이지만 연구 중이거나 투자하고 있는 ‘미래 기술’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내놨다. 마티아스 부사장은 “양자컴퓨터는 5년 안에 응용 사례가 등장할 것이고, 그 외에 우리가 투자하고 연구하는 것들은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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