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IT사이언스팀 기자들이 IT, 과학, 우주, 바이오 분야 주목할만한 기술과 트렌드,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 회사 뭐길래?”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테크 기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디어부터 창업자의 요즘 고민까지, 궁금했던 그들의 모든 것을 파헤칩니다.
“유료로 디지털 노동력(Digital Labor)을 사용하겠다는 고객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4000곳이 넘었고, 한국도 100여 곳 이상이다. 디지털 노동력을 이용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이는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팟캐스트에서 “우리는 더 이상 정보 관리 도구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다. 이제 디지털 워커(digital worker)를 제공하고 있다”고 선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자신의 SNS에 “AI와 로봇이 모든 직업을 대체할 것이다. 노동은 선택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썼다.
세일즈포스 사례만 봐도 AI로 인한 노동시장 대변혁은 이미 진행 중이다. 베니오프 CEO는 “세일즈포스의 고객 지원 부서 인력을 9000명에서 약 5000명으로 줄였다”고 밝히면서 “현재 세일즈포스에서 AI가 전체 업무의 30~50%를 수행하고 있다”고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모두는 과거에 사람이 하던 일을 AI가 맡게 되고, 우리는 더 높은 부가가치의 일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 ‘스스로 일하는 AI 직원’… 기존 챗봇과 달리 사람 개입 없이 자체 문제 해결
에이전트 포스는 세일즈포스의 AI 에이전트 플랫폼이다. 쉽게 말해 ‘스스로 일하는 AI 직원’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챗봇이 미리 정해진 질문–답변 패턴만 따르는 반면, 에이전트 포스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며 사람처럼 대화를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챗봇이 ‘로그인이 안 돼요’라는 문의에 준비된 답변만 제공한다면, 에이전트 포스는 고객 계정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문제 원인을 파악하며, 필요 시 담당 부서 실무자에게 바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 과정에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중무휴로 다수의 요청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고, 구조화된 데이터를 정확하게 다루는 것이 강점이다. 예를 들어 호텔 예약의 경우 사람이 응대하면 10~20번의 대화가 오가야 하지만, 에이전트는 고객의 의도와 조건을 한 번에 파악해 처리할 수 있다.
에이전트 포스는 출시 1년 만에 전 세계 8000개 기업이 도입했으며, 이 중 절반인 4000개 기업이 개념증명(PoC)을 넘어 유료로 사용 중이다. 국내에서도 카페24, 라인페이플러스, 현대인프라코어 등이 실제 적용에 나섰고, 현재 100여 개 기업이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앞서 세일즈포스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가 북미·유럽·아시아 지역의 전문가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디지털 노동력(Digital Labor)’은 2030년까지 약 13조 달러(약 1경 8600조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조사에서는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직원 업무의 22%를 자동화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에이전트 to 에이전트(A2A)’ 협업 시대 본격화
박 대표는 “고객사 반응을 보면 현재 100명의 직원이 처리하던 고객 응대를 디지털 노동력을 통해 단번에 1000명의 직원이 일하는 것처럼 확대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 ”고 전했다.
포뮬러원(F1)은 에이전트 포스를 도입해 평균 응답 시간을 80% 단축하고, 콜 처리 시간은 50% 줄인 대표 사례로 꼽힌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레이싱 영화 ‘F1 더 무비’의 글로벌 흥행 이후 팬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F1은 팬 관리 혁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기존 팬뿐 아니라 경기에 관심 없던 일반 대중까지 새로운 팬층이 급속도로 생겨났기 때문이다.
F1의 전체 팬 중 35세 이하 비율은 3분의 1을 차지하며, 여성 팬 비율은 2018년 32%에서 2023년 42%로 증가했다. SNS 팔로워는 9600만 명을 넘어섰다. 실제 그랑프리 경기를 직관하는 팬은 전체의 1% 미만이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F1 TV, 게임, 굿즈 구매 등 디지털·간접 경험을 통해 경기를 접한다. 그 과정에서 100여 개 이상의 내부·외부 데이터가 생성된다. F1은 이같은 대규모 데이터를 통합·분석해 팬 맞춤형 경험을 설계하고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F1을 위한 에이전트 포스의 첫 상담 문제 해결률은 95% 이상이며, AI 기반 콘텐츠 추천 클릭률은 22% 증가했다. F1은 100여 개 데이터 소스를 통합해 2400만 명의 팬 프로필을 구축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다. 연간 팬 만족도는 90%에 달했다. 이에 2027년까지 팬 수를 4300만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F1 관계자는 “에이전트 포스를 통해 팬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모든 접점에서 팬 경험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세일즈포스는 단일 에이전트를 넘어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에이전트 생태계’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 생태계에서는 목표가 서로 다른 복수의 에이전트가 협력해 복잡한 업무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거래에서는 판매자 측 에이전트는 최대 가격을, 구매자 측 에이전트는 최소 가격을 목표로 하지만, 서로 목표를 인식하고 조율하며 거래를 성사시킨다. 이러한 ‘혼합 목표 시나리오(Mixed Objective Scenario)’에서 오류 없이 수행하는 것이 A2A 기술의 핵심 과제다. 유통업에 접목한다면 소매 유통업체의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반품 요청을 접수하면, 제조사의 에이전트가 물건 손상 여부를 판단하며, 물류 파트너사 에이전트가 배송 절차를 결정하는 식이다.
● 글로벌 AI 준비지수 평가…한국의 AI 준비도는 세계 상위권
세일즈포스가 2024년 7월 발표한 ‘글로벌 AI 준비 지수(Global AI Readiness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AI 규제 프레임워크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9점을 기록하며 싱가포르, 영국과 함께 상위권에 올랐다. 국가 차원의 AI 전략과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산업 및 정부 기관의 AI 도입 수준은 6.7점으로, 제조업·스마트시티·물류 등 핵심 산업에서 AI 적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박 대표는 “한국은 규제가 다소 강한 편이지만, 인적 자본과 기술 수준이 글로벌 표준 대비 매우 높게 평가됐다”며 “대부분의 지표가 글로벌 평균을 상회했고, 국가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AI 준비 지수는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 AI를 수용하는 속도가 빠르고 반응도 민첩하다”며 “본사에서도 반도체 등 제조 인프라와 K-컬처 확산으로 주목받는 시장이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소버린 AI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도 본사가 긍정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