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럼프Rx 홈페이지 갈무리]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개인 SNS(누리소통망)인 줄 알았네”
최근 공개된 이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웅장하게 등장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SNS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홈페이지 상단에는 ‘미국 정부의 공식 웹사이트’라고 적혀있다.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다.
사이트의 정체성을 소개하는 메인 문구는 “당신에게 필요한 약, 2026년 1월 최저가로 찾아보세요”다. 얼핏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약을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약을 파는 것은 아니다. 스크롤을 내리면 “트럼프Rx는 약을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환자를 최저가 공급처와 직접 연결해 투명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중간 유통 마진을 제거한다”고 안내한다.
| [트럼프Rx 홈페이지 갈무리] |
이 사이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직접구매 플랫폼 ‘트럼프Rx(TrumpRx)’다.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화이자와의 합의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언급한 웹사이트가 최근 공개됐다.
해당 사이트는 소비자들에게 처방약(전문의약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주요 제약기업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사이트는 2026년 1월 정식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약가인하 정책(최혜국 대우)과 관련된 홍보다. 최혜국 대우란 제약사가 특정 국가에 제공하는 가장 저렴한 가격을 미국에도 똑같이 적용한다는 뜻이다.
웹사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처방약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해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공약을 실현하고 있다”며 이를 ‘미국인들을 위한 획기적인 성과(A breakthrough for Americans)’라고 소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필 사인이 담긴 성명을 통해 “미국인들은 수년 동안 처방약에 대해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해 왔으며, 정확히 동일한 제품에 대해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 많은 가격을 지불했다”며 “이는 오늘로 끝난다(That ends today)”라고 밝혔다.
| 화이자. [로이터] |
미국 약가인하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글로벌 빅파마 17곳에 미국에서 최저가로 의약품을 판매하고, 관련 답변을 제출하라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또한 미국 정부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히며 압박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이 줄줄이 동참을 선언하면서 그 대가로 관세를 유예받았다.
가장 처음으로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나섰다. 화이자는 트럼프Rx에 참여해 의약품을 최대 85%, 평균 5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별개로 미국 내 제조시설에 700억달러도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화이자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의약품 관세 부과 대상에서 3년 동안 유예를 받았다.
지난 10일에는 영국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트럼프Rx에 참여해 의약품을 정가 대비 최대 8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모든 처방약을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공공의료보험)에 세계 최저 가격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향후 5년간 미국 내 의약품 생산과 연구·개발(R&D)을 위해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3년간 관세를 면제받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약값 인하 정책을 발표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 |
가장 최근에는 독일 제약사 머크의 자회사 EMD 세로노가 트럼프Rx에 참여해 불임치료제 가격을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Rx가 공식 오픈되면 체외수정(IVF·시험관 아기) 시술에 쓰이는 배란 유도 의약품 ‘고날-F’, ‘오비드렐’, ‘세트로타이드’ 등이 최대 84% 할인된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에 대한 대가로 EMD 세로노는 또 다른 불임치료제 ‘퍼고베리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일부 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면제받는다.
미국 제약회사 암젠도 콜레스테롤 저하 주사제 ‘레파타(성분명 에볼로쿠맙)’를 자사의 DTC플랫폼 ‘암젠나우’를 통해 60% 할인된 1개월당 239달러에 판매하기로 했다. 이는 G7(주요 7개국) 선진국 가운데 최저 가격으로, 트럼프Rx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트럼프Rx가 공식 운영되는 내년 1월부터 의약품 직접 소비자 대상 판매(DTC·Direct-to-consumer)가 가동된다. 의약품 중개 및 수입 업체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가격은 그만큼 낮추겠다는 것이다.
주요 글로벌 제약사와 약가인하 협상이 성과를 내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의약품 품목관세 부과 계획을 일시 중지한 상태다.
한국바이오협회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1월 최혜국 약가 제공을 목표로 올해 주요 제약사의 참여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약품 관세 부과 시기가 트럼프Rx와 연계돼 내년 1월부터 시행될지, 더 많은 제약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 안에 계획을 발표할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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