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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만성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쾌변’을 열망하는 이들의 귀를 쫑긋하게 하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영국 영양사협회(British Dietetic Association)가 변비 해결을 위한 식이 지침을 새롭게 제시했기 때문. 이는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지금까지 나온 총 75개의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 분석해 마련했다. 약물 없이 식단만으로 변비를 치료하는 세계 최초의 ‘근거 기반 변비 식이요법 권고안’이라는 평가다.

위장병 전문의인 호주 웨스턴 시드니대학교 빈센트 호(Vincent Ho) 교수가 59개의 권장 사항 중 ‘근거 수준’이 높아 실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핵심을 정리한 글을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했다.

키위, 하루 2~3개 최소 4주 이상 섭취
연구진은 키위 2~3개를 매일, 최소 4주간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
초록색이든 황금색이든, 두 품종 모두 변비에 도움이 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효과를 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린 키위, 골드 키위 모두 변비에 효과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키위의 식이섬유는 수분을 만나면 사과의 섬유질보다 크게 부풀어 올라 변의 부피를 늘려 장을 더 쉽게 통과하도록 해준다. 껍질째 먹을 때 섬유질이 더 풍부하지만, 과육만 먹어도 효과는 있다.

그린 키위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액티니딘(actinidin)이 들어 있어 위와 소장에서 음식의 단백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장 통과를 돕는다.

키위에는 라피드(raphides)라 불리는 결정체가 있는데, 장 점액 생성을 촉진해 윤활 작용을 함으로써 대변 배출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키위를 섭취하면 메탄을 생성하는 장내세균을 줄여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네랄 워터와 마그네슘
연구진은 미네랄 워터 섭취가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권장량은 하루 0.5~1.5리터(약 2~6컵)를 2~6주간 마시는 것이다.
미네랄 워터가 변비에 효과적인 것은 마그네슘 성분 덕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유는 미네랄 워터에 마그네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은 천연 배변제(변 연화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산화마그네슘(MgO)은 만성 변비 치료용 식이 보충제로 흔히 사용된다.

이번 권장안에선 하루 0.5~1.5g의 산화마그네슘 보충제를 4주 이상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 다만 신장 질환자나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마그네슘 보충제는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밀빵, 하루 6~8조각 3주 이상 섭취
연구에 따르면, 호밀빵은 정제 밀가루로 만든 흰 빵이나 일반 완화제보다 변비 개선 효과가 높았다. 하루 6~8조각을 3주 이상 섭취할 것이 권장된다. 다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양이다. 아울러 호밀에는 글루텐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셀리악병(글루텐 불내증)을 앓고 있다면 적합하지 않다.
호밀빵은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하루 6~8조각을 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식이섬유 식단’, 꼭 필요하지 않다
이번 지침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식이섬유를 많이 먹는 것이 만성 변비에 반드시 효과적이지 않다”라고 지적한 점이다.

연구진은 하루 25~30g의 섬유질을 섭취하는 고 식이섬유 식단과 15~20g 섭취하는 저 식이섬유 식단을 비교한 무작위 대조시험 한 건을 발견했다.
그 결과, 고 식이섬유 식단은 변비 완화에 추가적인 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저 식이섬유 섭취 군이 가스 발생과 복부 팽만감이 적었다고 보고됐다. 물론 이것이 “섬유질이 필요 없다”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일반 식사보다는 보충제를 통한 섬유질 섭취가 더 효과적”이라며 차전자피(질경이씨 껍질) 등 하루 10g 이상의 섬유 보충제 섭취를 권장했다.

만성 변비란?

이번 연구에서 변비는 주 3회 미만의 배변, 이것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정의했다. 만성 변비는 전 세계 성인의 약 16%가 겪는 흔한 질환이다.

대표 증상은 딱딱하거나 울퉁불퉁한 변, 복통, 메스꺼움 등이 있으며, 심할 경우 혈변, 발열, 구토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 결과는 인간 영양과 식이요법 저널(Journal of Human Nutrition & Dietetics)과 신경위장학 & 운동학(Neurogastroenterology & Motility)에 동시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