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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반차장] SEDEX서 협력 강조한 삼성, 테슬라 AI칩 공동생산으로 TSMC 독점 균열디지털데일리 소부장반차장 독자 여러분, 이번 주도 반차장이 반도체 업계의 중요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반차장보고서>에서는 이번 주에 놓쳐서는 안 되는 주요 뉴스들을 간결하게 풀어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주 핵심 이슈 함께 살펴보시죠. <편집자주>

송재혁 삼성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 사진 = 배태용 기자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반도체 산업의 화두가 '함께 만드는 혁신'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SEDEX 2025 무대에서 '시너지'를 키워드로 내세웠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직접 삼성전자의 미국 생산거점을 언급하며 기술 경쟁의 판도를 뒤흔들었습니다. 한국에서의 기술 철학 선언과 미국에서의 협력 신호가 맞물리며 반도체 시장의 권력 지도가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 의 기조연설에서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혼자 하는 혁신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29년간 반도체를 개발하며 느낀 건 혁신은 천재 한 명이 아니라 협업에서 나온다는 점"이라며 "최근 기술 흐름은 바로 그 시너지를 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 CTO는 반도체 기술 진화의 축을 평면(Planar)에서 수직(Vertical)으로 붙이는 본딩(Bonding)으로 쌓는 3D 아키텍처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정리했습니다. 그는 "플래시 메모리는 이미 10년 전 평면의 한계를 넘어섰고 이제 D램과 로직도 세로로 세우고 붙이는 구조로 진화 중"이라며 "로직이 먼저 간 길을 D램과 낸드가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한 "HBM, 칩렛, 본딩 기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로직, 패키징, 테스트까지 전 영역을 보유한 유일한 회사이기에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 융합이 혁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겁니다.

흥미로운 건, 이 메시지가 미국에서 머스크의 입을 통해 현실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테슬라 3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AI5 칩은 TSMC와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생산할 것"이라며 "삼성의 텍사스 테일러 팹이 TSMC보다 한발 앞서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AI5는 TSMC 단독 생산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발언으로 삼성전자의 역할이 공식화된 셈입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테슬라의 자율주행칩 'AI4'를 생산하고 있으며 향후 AI6까지 포함해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AI5는 기존 AI4 대비 최대 40배 높은 성능을 제공할 것"이라며 "삼성과의 협력은 테슬라의 AI 전략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습니다.

일론 머스크 xAI CEO


AI5는 GPU 블록을 제거하고 AI 전용 커널과 연산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칩으로 삼성전자의 미세공정과 패키징 기술이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는 이번 협력에 대해 "테슬라가 TSMC 단독 의존 체제에서 벗어나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합니다.

특히 AI 반도체 생산이 한 곳에 집중될 경우, 공급 지연이나 단가 협상에서 불리함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테슬라가 '양자택일'이 아닌 '양자병행'을 택한 것입니다.

머스크의 발언은 단순한 칭찬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판도에도 의미 있는 균열을 남겼습니다. TSMC 중심의 첨단공정 수탁 구조가 유지돼온 가운데 삼성전자가 테슬라 AI칩 일부를 맡으며 새로운 균형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겁니다. 특히 '테일러 팹이 TSMC보다 앞서 있다'는 머스크의 코멘트는 미국 내 생산 경쟁의 초점을 명확히 바꾸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삼성전자가 강조한 '시너지 기반 혁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SEDEX 무대에서 송 CTO가 말한 '칩 간의 결합'이 실제 산업 현장에선 '기업 간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은 자사 내 로직·메모리·패키지 기술을 통합해 고객 맞춤형 AI 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머스크의 발언은 이런 기술 통합 능력에 대한 신뢰로 해석됩니다.

또한 이번 협력은 미국 내 반도체 생태계의 재편과도 맞물립니다. TSMC는 애리조나 공장, 삼성은 텍사스 테일러 공장을 거점으로 각각 양산을 준비 중인데 미국 고객사 입장에선 두 거점을 병행 운영함으로써 공급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테슬라·엔비디아·AMD 등 AI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는 추세 속에서 삼성의 조기 안정화 여부는 시장 내 입지를 좌우할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