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국제단체 "캄보디아 범죄 생태계 확산" 경고
데이터·AI 결합한 '여행 안전지도' 필요성 부각
캄보디아 범죄단지 '태자단지' 모습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인 태자단지의 모습. 2025.10.16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이곳은 곧 위험 지역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여행객의 스마트폰에 이런 경고가 뜬다면 어떤 느낌일까.
한때 영화 속 상상이던 '범죄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과거 사건의 시간과 장소, 주변 환경을 조합해 범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표시한다. 지도 위의 붉은 점은 더 이상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위험이 쌓인 흔적이다.
최근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에서 한국인을 노린 납치, 감금, 온라인 사기 사건이 이어지면서 이 기술을 해외 안전 관리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데이터 품질, 현지 부패, 국제 공조, 인권 문제까지 AI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AI 데이터가 그려내는 '범죄 예측' 지도 AI를 활용한 '범죄 예측 지도'는 경찰이 어디에 순찰을 배치하고 어떤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각 도구다.
핵심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색깔로 표시하는 데 있다.
초기에는 '핫스팟(Hotspot) 분석'이 주로 쓰였다. 과거 사건이 집중된 구역을 붉게 표시해 순찰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후에는 한 단계 진화한 '리스크 지형 모델링(RTM)'이 등장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망고단지' 모습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의 모습. 2025.10.16
dwise@yna.co.kr
RTM은 단순히 '사건이 자주 일어난 곳'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곳이 위험한가'를 설명해준다. 가로등이 부족한 골목, 유흥업소나 편의점이 몰린 거리, 버스터미널 주변처럼 인구 이동이 많은 곳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AI는 이런 다양한 환경 데이터를 종합해 "이 지역은 위험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하게 된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서는 RTM을 도입한 뒤 조명 교체, CCTV 재배치, 출입 통제 등을 시행했고, 일부 범죄율이 30% 이상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AI는 범죄를 '예언'하는 존재가 아니라 경찰의 '눈'을 더 넓히는 도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AI로 범죄 예측 가능하지만…한계 분명해 실제로 AI 예측 치안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이 도입했던 '프레드폴(PredPol, 현 Geolitica)'은 그 한계를 보여준다.
과거 AI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일 위험 지역을 예측했지만 예측 정확도가 낮고 지역 편향 문제가 발생해 2020년 사업이 중단됐다.
예측 결과가 데이터 수집 방식에 영향을 줘서 편향이 반복되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특정 지역을 자주 순찰하면 적발 건수가 늘고 그 데이터가 다시 AI 학습에 들어가 또 같은 지역을 위험하다고 표시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 범죄단지 '태자단지' 오가는 현지 경찰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며 정부가 대응에 나선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태자단지에서 경찰이 단지 출입문으로 드나들고 있다.
태자단지는 현재 캄보디아 군경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2025.10.16 dwise@yna.co.kr
결국 일부 지역 주민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AI가 기존 편견을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명분으로 삼아 편견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범죄는 단순한 수학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발적 사건, 사회 갈등, 국제 조직범죄의 개입까지 AI의 알고리즘이 담지 못하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범죄 예측은 참고 자료일 뿐 절대적인 판단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캄보디아, '사기 산업'으로 변한 그림자 그럼에도 AI의 범죄 예측 기술이 필요한 것은 캄보디아가 지금 '사기 산업화'라는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감금, 강제노동, 온라인 사기 피해가 급증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24년 보고서에서 "메콩 지역에서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가 결합한 복합 범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비정부기구 GI-TOC도 올해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주요 사기단지의 연간 수익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며 일부 분석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규모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범죄조직 배후로 알려진 프린스그룹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며 정부가 대응에 나선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최대 범죄단지로 꼽혔던 '태자단지' 운영 등 조직적 범죄의 배후로 알려진 프린스그룹에서 운영하는 은행의 모습.
프린스그룹과 그 회장인 천즈는 캄보디아 등지를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며 전 세계 피해자들의 돈을 뜯어내고 인신매매한 노동자들을 고문하는 불법 스캠(사기)센터를 운영한 혐의로 지난 14일 미국ㆍ영국 정부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2025.10.17
dwise@yna.co.kr
사기단은 고액 연봉 구직 광고로 피해자를 유인해 감금한 뒤 투자 사기나 연애 빙자 사기를 강요한다. 거점은 시아누크빌, 프놈펜 외곽, 미얀마 접경지대 등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24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캄보디아는 180개국 중 158위를 기록했다. 현지 관리 일부가 사기 조직과 결탁했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어 캄보디아의 경우 AI가 지목한 '붉은 지도'만으로는 범죄 예측을 제대로 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AI로 여행 안전지도 구축해야" 현재 캄보디아 정부가 AI 기반 범죄예측 지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사례는 없다.
한국 정부 역시 외교부의 '여행경보제'가 있지만 실시간 범죄 데이터를 반영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앞으로 'AI 여행 안전 지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위험 지역을 색칠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폴, 외교부, 경찰청의 사건 정보와 국제 데이터베이스, 소셜미디어(SNS), 언론 자료를 함께 분석해 지역별 위험도를 시각화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여행자가 특정 도시를 검색할 때 '최근 외국인 대상 사기 급증 지역'이라는 안내가 뜨는 식이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서 구출된 한국인 A씨
(시하누크빌[캄보디아]=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난달 캄보디아 시하누크빌 범죄단지에서 구출된 한국인 B씨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주 지방경찰청 내 이민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15 son@yna.co.kr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국제 공조와 투명한 검증, 데이터 인권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 AI의 예측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결과뿐 아니라 근거 데이터가 공개되고 독립 기관의 평가도 병행돼야 한다.
AI는 범죄를 막는 '마법의 알고리즘'이 아니다. 다만 수많은 위험 신호를 빠르게 읽어내고 인간이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캄보디아 등 동남아의 사기 네트워크는 이미 초국가적 형태로 진화했다. 그만큼 대응도 AI 기술과 함께 외교, 수사 협력이 긴밀히 발을 맞춰야할 시점이다.
president21@yna.co.kr
데이터·AI 결합한 '여행 안전지도' 필요성 부각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인 태자단지의 모습. 2025.10.16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이곳은 곧 위험 지역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여행객의 스마트폰에 이런 경고가 뜬다면 어떤 느낌일까.
한때 영화 속 상상이던 '범죄 예측'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과거 사건의 시간과 장소, 주변 환경을 조합해 범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표시한다. 지도 위의 붉은 점은 더 이상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위험이 쌓인 흔적이다.
최근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에서 한국인을 노린 납치, 감금, 온라인 사기 사건이 이어지면서 이 기술을 해외 안전 관리에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데이터 품질, 현지 부패, 국제 공조, 인권 문제까지 AI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AI 데이터가 그려내는 '범죄 예측' 지도 AI를 활용한 '범죄 예측 지도'는 경찰이 어디에 순찰을 배치하고 어떤 환경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시각 도구다.
핵심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위험도를 색깔로 표시하는 데 있다.
초기에는 '핫스팟(Hotspot) 분석'이 주로 쓰였다. 과거 사건이 집중된 구역을 붉게 표시해 순찰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후에는 한 단계 진화한 '리스크 지형 모델링(RTM)'이 등장했다.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망고단지'의 모습. 2025.10.16
dwise@yna.co.kr
RTM은 단순히 '사건이 자주 일어난 곳'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곳이 위험한가'를 설명해준다. 가로등이 부족한 골목, 유흥업소나 편의점이 몰린 거리, 버스터미널 주변처럼 인구 이동이 많은 곳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AI는 이런 다양한 환경 데이터를 종합해 "이 지역은 위험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하게 된다.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서는 RTM을 도입한 뒤 조명 교체, CCTV 재배치, 출입 통제 등을 시행했고, 일부 범죄율이 30% 이상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결국 AI는 범죄를 '예언'하는 존재가 아니라 경찰의 '눈'을 더 넓히는 도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AI로 범죄 예측 가능하지만…한계 분명해 실제로 AI 예측 치안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이 도입했던 '프레드폴(PredPol, 현 Geolitica)'은 그 한계를 보여준다.
과거 AI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일 위험 지역을 예측했지만 예측 정확도가 낮고 지역 편향 문제가 발생해 2020년 사업이 중단됐다.
예측 결과가 데이터 수집 방식에 영향을 줘서 편향이 반복되는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특정 지역을 자주 순찰하면 적발 건수가 늘고 그 데이터가 다시 AI 학습에 들어가 또 같은 지역을 위험하다고 표시했기 때문이다.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며 정부가 대응에 나선 가운데 16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인근 범죄단지로 알려진 태자단지에서 경찰이 단지 출입문으로 드나들고 있다.
태자단지는 현재 캄보디아 군경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2025.10.16 dwise@yna.co.kr
결국 일부 지역 주민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AI가 기존 편견을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명분으로 삼아 편견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범죄는 단순한 수학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발적 사건, 사회 갈등, 국제 조직범죄의 개입까지 AI의 알고리즘이 담지 못하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AI 범죄 예측은 참고 자료일 뿐 절대적인 판단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캄보디아, '사기 산업'으로 변한 그림자 그럼에도 AI의 범죄 예측 기술이 필요한 것은 캄보디아가 지금 '사기 산업화'라는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감금, 강제노동, 온라인 사기 피해가 급증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2024년 보고서에서 "메콩 지역에서 온라인 사기와 인신매매가 결합한 복합 범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비정부기구 GI-TOC도 올해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주요 사기단지의 연간 수익이 수십억 달러에 이르며 일부 분석에서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규모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프놈펜=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ㆍ감금이 잇따라 발생하며 정부가 대응에 나선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최대 범죄단지로 꼽혔던 '태자단지' 운영 등 조직적 범죄의 배후로 알려진 프린스그룹에서 운영하는 은행의 모습.
프린스그룹과 그 회장인 천즈는 캄보디아 등지를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며 전 세계 피해자들의 돈을 뜯어내고 인신매매한 노동자들을 고문하는 불법 스캠(사기)센터를 운영한 혐의로 지난 14일 미국ㆍ영국 정부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2025.10.17
dwise@yna.co.kr
사기단은 고액 연봉 구직 광고로 피해자를 유인해 감금한 뒤 투자 사기나 연애 빙자 사기를 강요한다. 거점은 시아누크빌, 프놈펜 외곽, 미얀마 접경지대 등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24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캄보디아는 180개국 중 158위를 기록했다. 현지 관리 일부가 사기 조직과 결탁했다는 의혹이 이어지고 있어 캄보디아의 경우 AI가 지목한 '붉은 지도'만으로는 범죄 예측을 제대로 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AI로 여행 안전지도 구축해야" 현재 캄보디아 정부가 AI 기반 범죄예측 지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사례는 없다.
한국 정부 역시 외교부의 '여행경보제'가 있지만 실시간 범죄 데이터를 반영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앞으로 'AI 여행 안전 지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히 위험 지역을 색칠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폴, 외교부, 경찰청의 사건 정보와 국제 데이터베이스, 소셜미디어(SNS), 언론 자료를 함께 분석해 지역별 위험도를 시각화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여행자가 특정 도시를 검색할 때 '최근 외국인 대상 사기 급증 지역'이라는 안내가 뜨는 식이다.
(시하누크빌[캄보디아]=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지난달 캄보디아 시하누크빌 범죄단지에서 구출된 한국인 B씨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하누크빌주 지방경찰청 내 이민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15 son@yna.co.kr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국제 공조와 투명한 검증, 데이터 인권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 AI의 예측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결과뿐 아니라 근거 데이터가 공개되고 독립 기관의 평가도 병행돼야 한다.
AI는 범죄를 막는 '마법의 알고리즘'이 아니다. 다만 수많은 위험 신호를 빠르게 읽어내고 인간이 대응할 시간을 벌어주는 조기경보 시스템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캄보디아 등 동남아의 사기 네트워크는 이미 초국가적 형태로 진화했다. 그만큼 대응도 AI 기술과 함께 외교, 수사 협력이 긴밀히 발을 맞춰야할 시점이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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