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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본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독자제공]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담배 냄새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골목길 1층에 거주하는 박모(44, 서울 마포구) 씨는 담배 연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집 앞길에서 밤낮으로 피워대는 담배 때문에 머리가 아플 지경.

박 씨는 “길에서 피우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젠 지쳤다”며 “오히려 ‘길에서 피우는 게 불법이냐’고 화를 내는 흡연자도 있더라”고 토로했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백번 양보해, 본인 건강을 해치는 건 본인의 선택이니 열외라 해도, 더 큰 문제는 타인에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

담배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버려진 꽁초는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이어진다. 폭우 때 하수구를 막아 침수 피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담배 연기는 고스란히 민폐다.

심지어 담뱃재조차 발암물질로, 우리 건강을 위협하고 각종 토양 및 수질 오염을 일으킨다.

이런 폐해를 모두 알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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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의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일반담배(궐련)를 피우는 30대 남성 비율은 지난해 28.5%로 나타났다. 10명 중 3명꼴이다. 약 10년 전인 2015년에 기록한 48%에 비하면 19.5%포인트(p) 감소했다.

20대 남성, 40대 남성 일반담배 흡연율은 각각 22.6%, 36.9%를 기록했다. 각각 2025년에 비해 16.1%p, 8.9%p씩 감소한 수치이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이들이 일반담배를 즐긴다.

현재 국내에서 하루 버려지는 담배꽁초 추정치는 약 1억 개비에 달한다. 담배꽁초는 통상 종이류, 혹은 솜 등의 재질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담배꽁초 대부분을 차지하는 필터는 ‘셀룰로스아세테이트’. 플라스틱 재질이다. 섬유 외에 필름, 플라스틱 등에 쓰인다.

길에다 버리는 꽁초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하수구에 버려지는 꽁초들. 빗물과 함께 강으로, 바다로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부 용해되고 일부 섞이며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

하수처리를 담당하는 물재생센터 관계자는 “담배꽁초가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가라앉아 있다가 기계 오작동을 일으키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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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꽁초가 침수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2015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배수구가 나뭇가지나 토사보다 비닐·플라스틱류 쓰레기로 막힐 경우 도심 침수 피해가 3배 이상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 당진에서도 괴물 폭우 당시 배수로가 쓰레기에 막히면서 고동색 빗물이 도로 위로 역류, 대규모 침수가 발생한 바 있다.

심지어 꽁초 외에 담뱃재까지도 남에게 피해를 준다. 담뱃재는 연소 과정에서 남은 독성 화합물이 포함된 ‘발암물질’ 덩어리다. 담뱃재에는 잔류 니코틴, 타르, 카드뮴, 비소 등 7000종의 화합물이 남아 있다.

특히, 카드뮴은 국제암연구소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된 성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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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담뱃재가 혼입된 토양에서 재배된 파슬리의 니코틴 농도는 WHO 기준치(0.05mg/g)의 80배에 달하는 4mg/g인 것으로 집계됐다. 토양과 식물 뿌리를 통해 담뱃재로부터 유해물질을 흡수하는 셈이다

외국에선 담배는 물론, 담뱃재까지 단속 대상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영국은 1990년 제정된 환경보호법에 따라 담배꽁초뿐만 아니라 담뱃재 투기도 불법 행위로 간주해, 최대 4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아이다호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최대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