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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퀀텀AI 연구소 하르트무트 네벤 부사장
기업인 드문 노벨과학상
구글서 2년 연속 5명 배출

불가능 도전하는 일 존중
한국도 이런 문화 만들어야


하트트무트 네벤 구글 퀀텀AI 연구소 부사장. 원호섭 기자“구글은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을 존중합니다.”

구글 퀀텀AI 연구소를 이끄는 하르트무트 네벤 부사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열린 ‘구글 리서치 콘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글 소속 과학자들이 최근 노벨상을 잇따라 수상하는 쾌거를 이룬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구글은 지난해와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총 3명 배출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이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AI)인 알파폴드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고, 올해는 미셸 드보레 구글 퀀텀AI 최고과학책임자(CSO·예일대 명예교수)가 양자역학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와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존 마티니스 UC샌타바버라 교수 등 과거 구글에 몸담았던 과학자까지 합하면 2년 새 모두 5명의 ‘구글러(Googler)’가 노벨상을 받은 셈이다. 노벨 과학상은 응용기술보다 자연의 근본 법칙을 밝히거나 인류 복지와 지식 확장에 기여한 성과에 수여된다. 그런 만큼 기업인 출신의 수상은 극히 드문 일로 꼽힌다.

네벤 부사장은 구글이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과학 중심 기업문화’를 꼽았다. 그는 “구글 창립자들은 언제나 ‘이것이 과학적으로 흥미로운가’를 먼저 묻는다”며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항상 두 번째다. 과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노벨상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분야의 연구에 투자하는 것이 구글의 강점으로 꼽힌다. 네벤 부사장은 “1990년대에 자율주행차 연구를 하고, 2000년대 초에 AI 연구를 한 이유”라며 “양자컴퓨터 역시 그 정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유행을 따르는 연구가 아니라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연구라면 도전한다는 것이다.

구글 퀀텀AI 연구소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양자우위를 증명하고 이를 응용할 수 있는 성과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한 단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벤 부사장은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리겠지만 이번 연구는 그 기간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다음 목표는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분야에서 오류율이 100만분의 1 이하인 ‘논리 큐비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양자컴퓨팅은 데이터를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생성할 수 있다”며 “AI가 학습할 ‘귀중한 데이터’를 만드는 역할을 양자컴퓨터가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벤 부사장은 한국에도 조언을 남겼다. 그는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가 세계 제일의 과학자들을 구글로 끌어들이고, 최고의 성과를 내는 환경을 만들었다”며 “한국도 그런 문화와 도전정신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