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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SK텔레콤 사옥 전경 /사진 제공=SK텔레콤
SK텔레콤(SKT)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스토아 매각을 공식화한 데 이어 SK플래닛 사옥까지 처분하며 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기조에 발맞추고 있다. 향후 5년간 5조원 규모 AI 투자를 앞둔 가운데 선제적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T커머스 1위 SK스토아 매각 수순
SKT의 100% 자회사인 SK스토아 매각이 공식화됐다. 양맹석 SK스토아 대표는 이달 15일 사내공지를 통해 "당사가 조만간 매각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스토아는 T커머스(데이터홈쇼핑) 국내 1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 3023억원, 영업이익 81억원을 기록했다. 순자산은 606억원, 영업이익률은 2.7%로 부진한 수준이다. SKT 연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홈쇼핑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존재감이 축소된 영향이다.

SK플래닛 판교 사옥도 매각 수순에 들어갔다. SKT는 59.8% 지분을 보유한 SK플래닛 사옥을 11월 SK리츠에 약 2157억원에 매각할 예정이다. 2019년 SK플래닛으로부터 779억원에 취득한 지분이다. 매각은 SK리츠가 건물을 매입한 뒤 SKT에 재차 임대하는 세일앤리스백 방식이다. 향후 5년간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유동화 구조를 택했다.

부동산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당장 사옥을 비울 필요 없이 임대료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SKT는 작년 말부터 비핵심 계열사 정리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지난해 말 SK커뮤니케이션즈와 F&U신용정보, 손자회사 SK엠앤서비스를 삼구이앤씨에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AI 사업 집중을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이었다. 올해 4월엔 카카오 지분을 매각해 약 4133억원을 확보했다. 비핵심 자산을 현금화하며 AI 투자 재원을 차근차근 쌓아온 셈이다.

5년간 5조원 AI 투자 계획
SKT는 올해 9월 향후 5년간 총 5조원을 AI 사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투자의 중심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에 돌입했다. 총투자 규모는 7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AWS가 5조원 이상을 부담하고 2조원 규모를 SK브로드밴드가 담당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이외에 오픈AI와도 서남권에 전용 AI 데이터센터를 공동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안정화로 SKT의 설비투자 부담은 점차 줄고 있다. 2020년 3조250억원이던 설비투자는 2023년 2조7420억원, 지난해 2조394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지출은 7410억원이다.

김양섭 S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5G 전국망 구축 완료 등 구조적 요인에 힘입어 SKT 합산 설비투자는 향후에도 안정화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5G 초기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이 완료되며 발생하는 여유분이 AI 투자로 이동하는 구조다.

문제는 올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점이다. SKT는 올해 경영 가이던스로 연결 기준 매출 17조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를 전망했다. 올해 침해사고와 관련해 집행한 5000억원 규모 고객 보상을 반영한 결과다. 기존 가이던스인 매출 17조8000억원, 영업이익 전년 대비 증가에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SKT의 매출은 연결 기준 17조9406억원(전년 대비 1.9% 증가), 영업이익은 1조8234억원(전년 대비 4% 증가)이었다. 가이던스에 따르면 매출은 5.2% 감소한다. 증권사들은 영업이익이 더 큰 폭(35.7%)으로 줄어 1조2000억원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4조3388억원, 338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9%, 37.1% 감소했다. 3분기엔 감소 폭이 더 커진다. 매출은 10% 이상 줄고 영업이익은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