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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국감서 정부 노력 부족 질타
카이스트 49명, 유니스트 70명 등 이탈
中 "연봉 4억, 주택 지원" 영입 시도 활발
"처우 너무 떨어져… 정부 지원 늘려야"
구혁채(오른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대전=뉴스1

정부가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4대 과학기술원의 교원 인력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과기원을 떠난 교수 중 절반가량은 수도권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해외로 이직한 석학들도 적지 않았다. 중국이 좋은 조건을 내세워 국내 우수 과학자를 데려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과학기술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4대 과기원의 교수 이탈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최근 6년간 4대 과기원을 떠난 교수는 162명에 달했다. 이는 4대 과기원 전체 교원 1,363명의 12%에 해당하는 규모다. 학교별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49명, 울산과학기술원(UNIST∙유니스트) 70명,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17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디지스트) 26명이다.

이탈 교수의 절반가량은 수도권 대학으로 이직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해외 대학이나 연구원으로 이직한 교원도 24명으로 적지 않았다. 이직 교원의 15% 수준이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과학기술 인재 강국인데, 해외 인재 유치보다도 우리 인재가 해외로 나가는 걸 막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은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국내 과학기술 인재 포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원 200명 중 123명(61.5%)이 최근 5년 내 해외 영입 제안을 받았는데, 영입 제안의 82.9%는 중국에서 온 것이었다. 최 의원이 공개한 카이스트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초 카이스트 교수 149명은 “연간 200만 위안(약 4억 원)의 급여와 주택·자녀 학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 인재를 묶어둘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다. 4대 과기원의 올해 예산 2조2,486억 원 중 정부 지원은 6,241억 원(27.7%)에 그쳤다. 정부의 부실한 지원과 인력 유출 속에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QS세계대학랭킹에서 카이스트(53위)를 제외한 나머지 과기원은 300위권에 머무르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 의원은 "우리 과기원 교수에 대한 처우가 너무 떨어진다"며 "정부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이공계 인재 유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다음달 중 인재 양성과 관련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