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쿰 2025’ 현장, 아침 7시부터 줄 선 팬들
농심 ‘케이팝 데몬 헌터스’ 체험존 인기 폭발
BTS·블랙핑크가 만든 문화 파도, 화장품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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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쿰2025 행사장에 마련된 브랜드 부스 [사진=원호섭 기자]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더글 하우스(Duggal Greenhouse). ‘쿰(KOOM) 2025’ 이틀째 행사장은 한국인보다 미국 현지인들로 가득 찼다. 마지막 날인 18일 열리는 K-팝 콘서트를 보기 위해 이날 아침 7시부터 의자를 들고와 줄을 선 팬들도 있었다.

자신을 ‘K-팝 매니아’라고 소개한 재스민은 “2015년 LA에서 열린 K콘(KCON)은 한산했지만 해마다 관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BTS가 미국 무대에 오르고 블랙핑크가 세계 투어를 하면서 팬층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는 한국 역사나 문화를 배우지 않아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K-팝 덕분에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고, 직접 한국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덧붙였다.

행사장 중앙에서는 농심이 운영하는 체험공간이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캐릭터가 그려진 ‘신라면’ 패키지를 받을 수 있는 부스 앞에는 첫날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이틀 동안 두 차례나 해당 부스를 찾았다는 미국인 올리비아는 “미국 학생들에게 ‘케데헌’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라며 “아이들과 함께 보다가 부모까지 팬이 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K-팝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라며 “미국에서의 인기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다음 세대의 K-컬처,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K-컬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한 수출을 넘어 현지 문화의 일부로 뿌리내리는 ‘글로벌 컬처 빌더’로 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하이브는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을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현지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있다”라며 “그 첫 번째 성과가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CAT’S EYE)’”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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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2025에 마련된 농심 체험관의 모습 [사진=원호섭 기자]캣츠아이는 지난 5월 신곡 ‘날리(Gnarly)’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했으며, 영국 오피셜 싱글 톱100 차트에도 8주 연속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월에는 데님 브랜드 갭(GAP) 광고 캠페인에 출연해 SNS에서 80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김 COO는 “하이브의 글로벌 전략은 한국 아티스트를 단순히 해외에 진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K-팝의 성공 시스템 자체를 현지에 이식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이라며 “이는 방시혁 의장이 주도하는 창의적 비전이자, 하이브의 핵심 성장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화적 열기는 자연스럽게 K-뷰티로 이어졌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은 미국 수입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주최 측은 이에 맞춰 행사장 한 구역을 통째로 ‘K-뷰티관’으로 꾸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앞둔 국내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튿날 K-뷰티관은 현지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신제품 ‘팩’을 나눠주는 부스나 화장을 시연하는 부스 앞에는 20~30명의 현지인이 길게 줄을 섰다.

현장을 찾은 니나 씨는 “한국 화장품은 과학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인식이 있다”라며 “미국 사람들은 한국을 ‘우리보다 100년 앞선 나라’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라 씨 역시 “한국 화장품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라며 “제품을 낼 때 마다 품질이 개선되고,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혁신적인 제품이 많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K-팝이 K-뷰티 열풍을 이끈 원동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니나 씨는 “한국 아이돌들의 피부가 워낙 좋아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하게 된다”라며 “넷플릭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도 화장품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제품을 선보인 한송이 올리브인터내셔널 이사는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제품 구성이 현지인들의 이목을 끄는 것 같다”라며 “최근 미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