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 엔비디아를 쫓아가던 AMD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를 수년간 짓누른 문구다.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만사형통’이지만 AMD의 GPU는 대체재에 불과했다. 1등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니 AMD 입장에선 속이 탔다.
AMD는 벼랑 끝 전술을 택했다. AI 시장의 ‘큰손’ 오픈AI와 손을 잡았다. 최근 6기가와트(GW) 규모의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AMD의 GPU(Instinct)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계약을 양사가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경우 오픈AI는 AMD 지분을 최대 10% 까지 취득할 수 있는 ‘워런트’(지분 매입 옵션 계약)를 받았다.
최대 지분까지 매입한다고 가정할 때 오픈AI는 AMD의 최대 주주가 된다. 갈수록 순이익(마진)이 떨어져 빅테크 지위 까지 흔들렸던 AMD는 확실한 ‘물주’를 확보했다. 경쟁사(엔비디아) 입장에선 악재이지만 정작 엔비디아 주주들은 느긋하다. 결국 엔비디아의 1등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 덕분이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최근 AI 시장을 부동산에 비유하면 오픈AI가 시행사다. 많은 빚을 내서 땅을 사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공한다. 이때 AMD와 같은 건설사들이 사업의 기반을 다진다. AMD는 오픈AI에 MI450이라는 차세대 GPU를 제공하기로 했다.
진 후 AMD CFO는 이번 계약이 “AMD의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리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신규 매출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매출 성장세가 꺾인 AMD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는 것이다. 2024년 AMD 매출은 전년대비 13.7% 증가에 그쳤다.
엔비디아의 경우 연간 50% 이상의 매출 성장과 50% 이상의 순이익률로 AMD를 압도하고 있다. AI 시장에서 GPU 점유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AMD의 순이익률(마진)은 엔비디아의 경쟁사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2022년 7.3%, 2023년 4.6%, 2024년 7.5%에 그쳤다.
2025년 이후는 월가 추정치. <자료=블룸버그>AMD는 엔비디아를 추격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나섰다. 2017년 말 8900명에 불과했던 AMD 직원 수는 2018년 1만명을 돌파하더니, 2022년 2만5000명, 2024년 2만8000명으로 계속해서 증가세다. 전체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절대적인 것을 감안하면 마진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년 AMD의 일반판매관리비(판관비)는 27억83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1년 판관비는 14억4800만 달러였다. 3년새 2배 가량 급증했다. 비용이 100% 늘었는데 같은 기간 매출은 57% 밖에 늘지 않았다.
레거시(전통) 제품에 속하는 CPU 시장에서도 AMD는 인텔에 밀린 2등주다. CPU 시장도 GPU 시장 처럼 극단적인 독과점 구조다. 인텔의 점유율이 70%라고 하면 나머지 30%를 AMD가 차지하고 있다. ‘라이젠’ 시리즈 처럼 호평을 받는 AMD 제품도 있으나, 인텔의 압도적인 브랜드 신뢰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결국 AMD는 ‘낮은 제품 점유율 → 낮은 마진 → 연구개발(R&D) 투자 부족 → 2등주 지속’이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AMD의 R&D 투자비는 1등 회사들인 엔비디아와 인텔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인텔과의 격차는 줄이지 못하고, 엔비디아와는 오히려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황새를 따라가기엔 AMD의 다리 길이가 짧다. 투자자 입장에선 2등주에 배당도 주지 않는 AMD가 매력적일 리 없다. 리사 수에겐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픈AI라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1년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자료=야후파이낸스>월가에선 오픈AI와 손잡은 AMD의 실적 추정치를 일제히 높이고 있다. 일각에선 AMD가 AI 칩 시장의 최대 20% 까지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엔비디아가 90% 이상 장악 중이다. 금융당국이나 빅테크들도 GPU 시장이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가길 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AMD의 올해 예상 매출은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다. 2026년에는 413억9060만 달러, 2027년 545억7160만 달러로 연간 매출 성장률이 매년 20% 이상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 마진은 내년 부터 20%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AMD가 오픈AI와 손잡은 것은 ‘꿀물’을 마신 것과 같아 보인다. 그러나 오픈AI는 AI 거품과 폭락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월가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는 오픈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오픈AI는 이 돈으로 엔비디아 GPU를 구입하기로 했다.
두 회사 사이에서만 돈이 오가는 장부 거래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AI발 거품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AI와 AMD와의 거래도 마찬가지다. 최근 GPU가 담보 자산으로 인정받으면서 ‘폭탄 돌리기’ 우려는 커지고 있다. 그리고 공급 과잉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다.
AMD가 오픈AI에 GPU를 제공해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면 AMD 주가는 우상향할 것이다. 워런트 계약에 따라 오픈AI는 AMD의 최대 주주가 된다. GPU는 당분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픈AI는 계속해서 AMD를 통해 GPU 생산을 늘리게 된다.
AI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면 괜찮지만 어느 순간 공급 과잉이 될 수 있다. 오픈AI는 번 돈으로 엔비디아 GPU에 또 다시 투자할 것이다. GPU 가격과 관련 회사 매출은 급강하할 수 있다. 이같은 일이 현실화될 경우 1등 회사도 아닌 AMD의 경우 그 타격이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는 셈이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GPU로 대표되는 AI 버블은 2000년 전후 닷컴버블 시절 광케이블에 대한 지나친 과잉 투자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광케이블 투자는 인터넷 트래픽 폭증을 대비해 대규모로 이뤄졌다.
AMD는 벼랑 끝 전술을 택했다. AI 시장의 ‘큰손’ 오픈AI와 손을 잡았다. 최근 6기가와트(GW) 규모의 AI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AMD의 GPU(Instinct)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계약을 양사가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경우 오픈AI는 AMD 지분을 최대 10% 까지 취득할 수 있는 ‘워런트’(지분 매입 옵션 계약)를 받았다.
최대 지분까지 매입한다고 가정할 때 오픈AI는 AMD의 최대 주주가 된다. 갈수록 순이익(마진)이 떨어져 빅테크 지위 까지 흔들렸던 AMD는 확실한 ‘물주’를 확보했다. 경쟁사(엔비디아) 입장에선 악재이지만 정작 엔비디아 주주들은 느긋하다. 결국 엔비디아의 1등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 덕분이다.

한자릿수 마진에 無배당 AMD의 생존 전략 나왔다
‘수’와 ‘후’는 AMD의 핵심이다. 수는 CEO이고, 후는 최고재무책임자(CFO)다. 두 사람 모두 오픈AI와의 협력이 AMD의 운명을 바꿀 최대 프로젝트라고 말한다. 리사 수 CEO는 “지금까지 발표한 GPU 배치 프로젝트 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선언했다.최근 AI 시장을 부동산에 비유하면 오픈AI가 시행사다. 많은 빚을 내서 땅을 사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공한다. 이때 AMD와 같은 건설사들이 사업의 기반을 다진다. AMD는 오픈AI에 MI450이라는 차세대 GPU를 제공하기로 했다.
진 후 AMD CFO는 이번 계약이 “AMD의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리고 수십억달러 규모의 신규 매출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매출 성장세가 꺾인 AMD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는 것이다. 2024년 AMD 매출은 전년대비 13.7% 증가에 그쳤다.
엔비디아의 경우 연간 50% 이상의 매출 성장과 50% 이상의 순이익률로 AMD를 압도하고 있다. AI 시장에서 GPU 점유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AMD의 순이익률(마진)은 엔비디아의 경쟁사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다. 2022년 7.3%, 2023년 4.6%, 2024년 7.5%에 그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4년 AMD의 일반판매관리비(판관비)는 27억83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1년 판관비는 14억4800만 달러였다. 3년새 2배 가량 급증했다. 비용이 100% 늘었는데 같은 기간 매출은 57% 밖에 늘지 않았다.
레거시(전통) 제품에 속하는 CPU 시장에서도 AMD는 인텔에 밀린 2등주다. CPU 시장도 GPU 시장 처럼 극단적인 독과점 구조다. 인텔의 점유율이 70%라고 하면 나머지 30%를 AMD가 차지하고 있다. ‘라이젠’ 시리즈 처럼 호평을 받는 AMD 제품도 있으나, 인텔의 압도적인 브랜드 신뢰도를 넘지 못하고 있다.
결국 AMD는 ‘낮은 제품 점유율 → 낮은 마진 → 연구개발(R&D) 투자 부족 → 2등주 지속’이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AMD의 R&D 투자비는 1등 회사들인 엔비디아와 인텔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인텔과의 격차는 줄이지 못하고, 엔비디아와는 오히려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엔비디아와 같은 황새를 따라가기엔 AMD의 다리 길이가 짧다. 투자자 입장에선 2등주에 배당도 주지 않는 AMD가 매력적일 리 없다. 리사 수에겐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픈AI라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오픈AI가 만드는 AI 버블에 동참한 엔비디아와 AMD

이에 따라 AMD의 올해 예상 매출은 사상 처음 3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다. 2026년에는 413억9060만 달러, 2027년 545억7160만 달러로 연간 매출 성장률이 매년 20% 이상 기록할 것으로 추정한다. 마진은 내년 부터 20%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만 보면 AMD가 오픈AI와 손잡은 것은 ‘꿀물’을 마신 것과 같아 보인다. 그러나 오픈AI는 AI 거품과 폭락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월가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는 오픈AI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오픈AI는 이 돈으로 엔비디아 GPU를 구입하기로 했다.
두 회사 사이에서만 돈이 오가는 장부 거래에 불과한 셈이다. 이는 AI발 거품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AI와 AMD와의 거래도 마찬가지다. 최근 GPU가 담보 자산으로 인정받으면서 ‘폭탄 돌리기’ 우려는 커지고 있다. 그리고 공급 과잉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다.
AMD가 오픈AI에 GPU를 제공해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면 AMD 주가는 우상향할 것이다. 워런트 계약에 따라 오픈AI는 AMD의 최대 주주가 된다. GPU는 당분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픈AI는 계속해서 AMD를 통해 GPU 생산을 늘리게 된다.
AI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면 괜찮지만 어느 순간 공급 과잉이 될 수 있다. 오픈AI는 번 돈으로 엔비디아 GPU에 또 다시 투자할 것이다. GPU 가격과 관련 회사 매출은 급강하할 수 있다. 이같은 일이 현실화될 경우 1등 회사도 아닌 AMD의 경우 그 타격이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는 셈이다.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GPU로 대표되는 AI 버블은 2000년 전후 닷컴버블 시절 광케이블에 대한 지나친 과잉 투자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광케이블 투자는 인터넷 트래픽 폭증을 대비해 대규모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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