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4R 희귀 변이 보유자, 심각한 비만에도 콜레스테롤·심장병 위험 감소
뇌와 지질 대사 간 새로운 연결고리…심혈관 질환 신약 개발 단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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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비만 환자들이 즐겨 먹는 설탕 음료와 콜라, 감자 칩등 인스턴트 식품.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세계보건기구)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비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역설적으로 심장 건강을 보호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까지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9일 학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진은 비만 유발 유전자로 알려진 'MC4R(멜라노코르틴-4 수용체)'의 특정 희귀 변이를 가진 이들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소개됐다.

특히 MC4R 유전자는 포만감을 느끼는 데 관여해 비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상적인 MC4R 유전자는 활성화될 때 음식 섭취를 줄이라는 신호를 보내줘 비만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능 상실 돌연변이로 인해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식욕을 억제하는 브레이크가 풀려 체중이 증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MC4R 유전자 변이가 비만을 유발하는 셈이다. 실제로 MC4R 기능 상실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살이 찌기 쉽다. 전체 비만 인구의 약 1%, 비만 아동의 경우 최대 5%가 이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비만은 저밀도 지단백(LDL)과 같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심장병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게 된다. 하지만 연구진이 수천명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유전 분석을 시행해보니, 반대되는 결과가 도출됐다. MC4R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심각한 비만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인 비만 환자들보다 LDL 수치가 낮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 낮았다.

이는 비만이 고콜레스테롤과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기존 통념에 도전하는 결과다. 비만의 합병증을 관리하고 고콜레스테롤을 치료할 새로운 약물 표적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연구진은 일부 비만 환자들이 양호한 심장 건강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방안 모색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핵심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MC4R 유전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비만 유전학 연구'와 '영국 바이오뱅크'라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수백 명의 MC4R 돌연변이 보유자를 확인했다.

분석 결과 비만 유전학 연구에서 MC4R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는 돌연변이를 가진 성인 144명은 정상 MC4R 유전자를 가진 비슷한 정도의 비만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혈압은 물론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트리글리세리드(중성 지방) 등 주요 지질(지방을 비롯한 유기화합물의 총칭) 수치가 모두 낮게 유지됐다.

영국 바이오뱅크의 분석에서도 유해한 MC4R 돌연변이 복제본을 가진 사람들은 기능하는 MC4R을 가진 유사한 체중의 사람들보다 지질 수치가 낮았고 심장병 위험 역시 경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더해 연구진은 식단 내 지질에 대한 반응 차이도 조사했다. MC4R 기능이 결핍된 11명과 정상 MC4R을 가진 비만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고지방 식사 후 지질 대사 반응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MC4R 기능이 결핍된 사람들은 지방이 많은 식사 후 지질을 다르게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와 지질 대사 사이에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방증이다.

연구진을 이끈 사다프 파루키 교수는 "심혈관 질환으로부터 보호되는 효과가 매우 뚜렷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신약 개발자들에게 연구할 만한 매력적인 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고콜레스테롤 치료를 위한 새로운 약물 표적을 지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MC4R 돌연변이의 보호 효과가 성별에 따라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한 연구에서는 MC4R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가 중년 여성의 체질량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중년 남성보다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비만과 그 합병증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특히 고위험 비만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