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걱정되죠. 인건비는 똑같은데 외부 과제를 못 받게 하면 연구자 입장에선 결국 연봉이 줄어드는 것 아니겠어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연구자가 경쟁을 통해 외부 과제를 수주해오던 PBS(연구과제중심제도)가 내년 폐지 수순을 밟는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이같은 변화가 오히려 출연연 연구자 간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출연연 인건비 수입 구조를 100% 출연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인건비를 정부가 전부 부담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출연연 인건비의 절반은 정부 출연금을 통해, 나머지 절반은 정부 및 민간수탁 과제를 통해 충당했다. 2024년 기준 출연연 인건비의 45%는 수탁 과제에서 나왔다.
계획안에 따라 내년부터는 정부수탁과제가 대폭 줄어들 예정이다. 인건비 수입원의 절반 정도가 사라지는 셈이다. 일부 신규 과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인건비가 미달된 출연연만 수주할 수 있다. 대신 전략연구사업이 신설된다. 올해 종료를 앞둔 기존 정부수탁과제 예산(약 4500억원)이 이 사업에 투입된다.
전략연구사업은 각 출연연이 고유의 임무와 전략에 따라 수행하는 대형과제다. 생명 분야 출연연은 신약 및 치료제 개발 연구단을, 전자통신 분야 출연연은 AI(인공지능) 관련 연구단을 꾸리는 식이다. 기관 목표에 맞춰 기획하고 수행하는 전형적인 탑-다운(top-down)형 사업이다.
출연연 곳곳에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부 과제를 수주할 길이 막힌 상황에서 부족한 인건비를 메울 수단은 전략연구사업뿐인데, 사실상 기관장 재량에 따라 특정 연구 분야에 지원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책임연구원급 연구자는 머니투데이에 "기관장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당연히 자신의 연구 분야와 사람에 먼저 관심이 쏠릴 텐데 같은 연구원에서도 소외당하는 연구자들이 생길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기관 내 기본연구사업이 적더라도 외부 과제로 인건비를 채울 수 있었다면 (개편 후에는) 기관장의 선택만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며 "(전략사업이) 기관장의 재량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할 추가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출연연 인건비를 상향 조정한다면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연봉은 오르지 않았는데 추가 수입원도 막힌 것"이라며 "인건비를 정부가 100% 지급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안정성은 높일 수 있겠지만 개별 연구자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는 개편을 앞두고 인건비 상향안 대신 '성과연동 인센티브' 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성과평가에 따라 출연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급을 주거나 기관별 대표연구자를 선정해 억 단위 상여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한편 NST와 23개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오는 24일 열린다. 이 자리에서도 PBS 폐지 후속 대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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