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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경제교과서'된 로블록스
FPS·RPG 등 플레이에 그치지 않고
직접 게임 만들고 콘텐츠 판매까지
17세에 30억회 플레이 게임 만들어
제렛 웨스트 CMO "디자인 마케팅등
경험하며 10대들 경제역량 키워"
K팝 협업으로 韓 시장 공략 가속


"한국 개발팀이 로블록스에서 만든 게임 Sol' RNG는 올해 약 12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발자들의 평균 연령은 17.8세에 불과하죠."

글로벌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초통령'으로 불린다. 시작은 교육용 소프트웨어였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할 수 없는 실험들을 해볼 수 있도록 레고를 닮은 캐릭터들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이를 갖고 노는 걸 즐겼고 이제는 하루 1억1180만명이 접속하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이 됐다.

이제 Z세대는 로블록스에서 경제를 배운다. 제렛 웨스트 로블록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21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Z세대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을 넘어 게임 디자인과 마케팅, 비즈니스 운영을 실제 환경에서 직접 경험하며 경제적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밝혔다.

제렛 웨스트(Jerret West) 로블록스 최고마케팅책임자. 로블록스 제공

로블록스는 1인칭 슈팅게임(FPS), 롤플레잉게임(RPG) 등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단순히 제작자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판매할 수 있는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10대들도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만들고 수익을 낼 수 있다. 30억회 이상 플레이된 로블록스의 최고 인기 게임 '제일브레이크(탈옥)'를 개발한 알렉스 발판즈는 당시 17세였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제일브레이크를 만들기 전까지 8년 간 수백개의 작은 프로젝트를 만들며 꿈에 한 발짝씩 다가갔다"라고 전했다. 그는 "청소년기야말로 게임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때"라며 10대들에게 "친구들과 함께 만들고 싶은 것을 하나 정해 부딪혀봐라"고 조언했다.

로블록스는 게임 개발 도구 뿐만 아니라 판매 인프라도 제공해 10대들을 '로블록스 경제 생태계'로 끌어들이고 있다.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만든 게임 내에서 가상 아이템·게임 패스·구독 상품 등을 판매하는 '인게임 결재', 의상·장신구 등 아바타의 아이템을 판매하는 'UGC 마켓플레이스', 그리고 게임 내 '몰입형 광고'를 통해 자신의 게임을 수익화할 수있다.



웨스트 CMO는 "로블록스를 진정으로 차별화하는 요소는 방대한 규모와 강력한 커뮤니티, 그리고 우리가 구축한 독특한 몰입형 경제"라고 설명했다. 로블록스는 지난달 5일 개최한 개발자 행사 RDC 2025에서 개발자 환전 프로그램(DevEX) 환율을 기존 1로벅스(로블록스 내 가상화폐 단위)당 0.0035달러에서 0.0038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AI는 게임 개발의 진입 장벽을 더욱 낮췄다. 로블록스는 아이디어 단계의 기획을 빠르게 최소기능 제품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실시간 음성채팅 번역' 기능을 제공해 언어에 관계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음성 명령으로 게임 내 동작을 수행하는 '스피치 투 텍스트'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발판즈는 "이러한 변화는 이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했다.

로블록스는 최근 한국 팝업스토어를 열고 K팝 그룹 에스파 아이템을 게임 내에 출시하는 등 한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웨스트 CMO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인터넷 및 게임 시장 중 하나이므로 이용자와 개발자 커뮤니티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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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