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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에게 나타나는 피부 발진 [웹 MD]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에이즈(AIDS)’라고 알려진 후천성 면역결핍증.

그동안 ‘죽음의 병’으로 알려진 이 병이 더 이상 불치병이 아닌, 난치병을 넘어,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한 발짝 나아가게 됐다. 전 세계 유명 제약사들도 포기한 이 신약개발을 국내 제약사가 앞장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엔 ‘에이즈’의 원인인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치료제 임상 2a상에서 탁월한 안전성과 내약성 결과까지 내놔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됐다.

최종 개발에 성공하면, 하루에 1회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에이즈’를 극복할 수 있게 된다.

HIV 바이러스. [게티이미지뱅크]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인 에스티팜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IDweek 2025’에서 HIV-1(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1형) 치료제로 개발 중인 후보물질 ‘STP0404(성분명 피르미테그라비르)’의 임상 2a상 시험 중간 분석 결과를 구두발표했다.

피르미테그라비르는 에스티팜의 주력 파이프라인이다. 알로스테릭 HIV-1 인테그라아제 저해제(ALLINIs)로, 바이러스 복제 주기를 간접적으로 무너뜨리는 새로운 기전이다.

임상 2a상 시험은 HIV-1에 감염된 만 18~65세 성인 1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T)를 받은 경험이 없거나 제한적인 ART 노출을 가진 성인으로 구성됐으며, 10일 동안 피르미테그라비르 또는 위약을 1일 1회 복용했다. 이번 중간 분석 결과는 코호트 1과 2(200㎎ 및 400㎎) 참가자에 대한 분석 결과다.

그 결과, 피르미테그라비르 치료군에서는 혈장 HIV-1 RNA 수준이 Day 11까지 유의미하게 감소(p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HIV-1 감염 치료 가이드라인은 HIV-1 RNA 수준이 0.5 log10 copies/㎖ 이상 감소되면 1차 효능 지표를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번 중간 시험 결과 평균 감소치는 1.191~1.552 log10 copies/㎖로, 바이러스 감소효과가 93~96%까지 나오는 것으로 확인했다.

보고된 치료 유발 이상 반응(TEAE) 16건 중 3건은 연구 약물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중대한 이상 반응(SAE), 심각한 이상 반응 또는 이상 반응으로 인한 투약 중단 사례는 중간 분석 시점까지 관찰되지 않았다. 또 모든 이상 반응은 해결 또는 회복되어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보했다.

약동학(PK) 프로파일은 용량의존적으로 증가했으며, 혈중 최고 농도는 투약 후 약 4.5~5.5시간에 도달했다. 평균 반감기는 11.6~13.7시간으로 나타났다. 10일 동안 반복 투여 후 체내 축적은 경미하거나 관찰되지 않았다.

이를 종합하면 피르미테그라비르는 뛰어난 항바이러스 효능, 우수한 약동학 프로파일, 안전성 및 내약성을 입증한 것이다.

2차 에이즈 감염 현미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중간 시험 결과는 ‘HIV-1 알로스테릭 인테그라제 억제제인 피르미테그라비르(STP0404)의 첫 번째 개념 증명 임상 시험’이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대회에서 구두발표를 통해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과와 안전성, 1일 1회 복용의 편리성, 새로운 작용기전의 가능성을 알리게 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IDWeek 2025’는 감염병 분야의 최신 연구와 임상 실무가 집중적으로 논의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감염병 학회다.

에스티팜은 2014년부터 2년 동안 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연구 이후, 2016년 해당 기술 전체를 양수받아 국내외 특허권과 독점개발권을 확보하고, 전임상 시험부터 현재까지 자체 개발하고 있다.

ALLINIs 기전으로는 전 세계 최초로 HIV-1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전으로 인체 대상 임상 시험에 들어간 후로물질은 피르미테그라비르가 유일해, 계열 내 최초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앞서 같은 기전으로 연구에 뛰어든 글로벌 빅파마도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전임상 단계에서 중도 하차했다.

이와 달리 에스티팜은 문제가 된 간독성을 피하는 방식으로 분자 구조를 설계했으며, 글로벌 임상 1상에서 주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동아쏘시오그룹 계열사 에스티팜. [에스티팜 제공]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후천성 면역결핍증은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라는 점이다. 환자들이 평생 약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내성이 가장 큰 부작용이다.

내성을 피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전의 약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피르미테그라비르는 기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기대되고 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이번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통해 중대한 이상 반응이 없고, 바이러스 감소 효과에서 유의미한 숫자를 확인했다”며 “ALLINIs라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가능성을 알린 중요한 결과”라고 말했다.

현재 코호트 3(600㎎)의 대상자 모집 및 투약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 상반기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 수령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