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혜림·차민주 기자] 카카오가 2년 8개월만에 ‘사법리스크’라는 족쇄를 벗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3년 가까이 이어진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멈춰 있던 카카오의 ‘혁신 시계’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 센터장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역량 강화와 체질 개선,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카카오도 무죄 판결 이후 낸 입장문을 통해 “2년 8개월간 이어진 수사와 재판으로 급격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었던 점이 뼈아프다”면서 ‘반격’을 예고했다.
1심 무죄로 사법리스크 해소…카카오 신사업 추진력 ‘회복’ 기대
21일 카카오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 김 센터장은 치료와 회복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이라 당장 복귀 시점을 논하긴 어렵다”면서도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으로서 항상 카카오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가 지난 달 23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카카오 연례 컨퍼런스 ‘if(kakao)25’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 용인=임세준 기자 |
그동안 카카오의 실무는 정신아 대표를 비롯한 현 경영진이 맡아왔다. 하지만 신사업 확장이나 대형 인수합병(M&A) 등 결단이 필요한 국면에서 매번 김 센터장의 부재가 한계로 지적돼 왔다. 꼬리표처럼 따라 붙은 주가 조작·시세 조종 혐의도 카카오의 대외 신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김 센터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일단락 되며, 업계에서는 그동안 위축됐던 카카오의 신사업 추진력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시선이 적지 않다. 김 센터장이 카카오에 끼치는 영향력이 여전히 작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김 센터장이 미래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고, 정 대표가 이를 사업에 녹이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카카오 법인도 ‘무죄’…스테이블코인 TF도 탄력 예상
김 센터장의 1심 무죄 판결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스테이블 코인 사업이다.
카카오는 올해 초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3개사의 대표를 공동으로 참여시키는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사업 구체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해 금융권 협력이나 인허가 등 주요 절차에서 차질을 빚어왔다. 인터넷전문은행법상 대주주가 최근 5년 내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1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만약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면 6개월 이내에 10%를 초과하는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무죄 선고로 업계에서는 김 센터장의 주도 하에 스테이블코인 및 핀테크 신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졌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됨에 따라, 대형 IP 제휴 및 투자 재개 가능성도 예상된다.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카카오 제공] |
‘선택과 집중’ 기반, AI 체질 개선 및 신사업도 속도 낼 것으로
AI와 경영 효율화를 축으로 한 카카오의 체질 개선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AI 중심 기업 도약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이어왔다. 정 대표 취임 직후 132개였던 계열사를 1년 반 만에 99개로 줄였고, 연말까지 80개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창사 이래 첫 그룹 단위의 신입 공채를 진행해 AI 우수 인재 확보에도 공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연구개발(R&D) 투자, 플랫폼 개선 등 혁신을 요하는 분야에서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네이버가 이해진 의장의 복귀 이후 올해 상반기에만 1조386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은 가운데 카카오는 같은 기간 6374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이는 전년 동기(6500억원) 대비 2%(126억원) 감소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친구탭 업데이트’로 사용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김 센터장이 사법리스크 해소를 계기로 기존 전략 재정비 등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카카오는 이달 말 ‘챗GPT 포 카카오’와 ‘카나나 인 카카오톡’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각각 카카오톡에 생성형 AI 챗GPT와 자체 AI 모델인 카나나를 결합한 것으로, 카카오의 새로운 10년을 책임질 중요한 서비스로 꼽힌다.
한편 시장에서는 김 센터장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5.95% 상승한 6만2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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