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TT·웹툰·게임 등 콘텐츠 산업의 흐름과 전략을 살펴보고, 변화의 의미를 짚습니다.
생존 위해 선택한 '협력'
디즈니+와 티빙의 파트너십은 단순한 콘텐츠 공급 계약을 넘어선 전략적 '공존 실험'이다. 디즈니+는 일본 내 경쟁 심화로 현지 오리지널 라인업을 확장해야 하고 티빙은 일본 진출의 진입장벽을 낮추려는 상황 속에서 서로의 이해가 맞물렸다.일본은 OTT 보급률이 60%를 넘어서며 아시아 최대 유료 구독 시장으로 성장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예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K-콘텐츠 진출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OTT 시장의 구조적 압박도 협력을 불러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넷플릭스가 구독자 3억명을 돌파하며 사실상 유일한 '수익 안정 구간'에 진입했지만, 디즈니·워너브라더스·파라마운트 등 나머지 플랫폼은 적자와 구조조정을 반복 중이다.
국내 시장 역시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혔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주요 플랫폼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시장 포화·광고 침체·가입자 순환율 증가 등으로 생존 전략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디즈니+ 재팬은 이번 협력을 '한국 스토리텔링과 디즈니 브랜드의 결합'으로 규정하며, 한·일 콘텐츠 융합형 라인업 강화를 공식화했다. 디즈니 입장에서는 넷플릭스가 선점한 아시아 오리지널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제작비 부담 없이 검증된 한류 콘텐츠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타모츠 히이로 월트디즈니컴퍼니 재팬 대표는 "CJ ENM과 티빙의 매력적인 한국 콘텐츠에 디즈니+의 블록버스터 포트폴리오를 결합해,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몰입형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디즈니 올라탄 티빙의 글로벌 전략
티빙은 이번 협력을 통해 'K-콘텐츠 허브'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티빙은 디즈니+ 재팬을 통해 일본 현지 마케팅·플랫폼 인프라를 확보하면서도, 자사 오리지널을 '독자 브랜드관(TVING Collection)' 형태로 노출시킨다. 디즈니+ 일본 내 'TVING Collection'에는 60여 편의 티빙·CJ ENM 대표작이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도깨비', '응답하라 1988',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CJ ENM 지식재산권(IP)뿐 아니라, 신작 '친애하는 X'를 포함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가 현지에서 동시 방영된다.
티빙은 현지 서버·마케팅·규제 리스크 없이 일본 시장에 직진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즈니의 일본 내 브랜드 신뢰도를 활용해 빠른 인지도 확보가 가능하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일본에서 강력한 존재감과 오랜 역사를 가진 디즈니와의 파트너십은 티빙 콘텐츠를 현지 시청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기회"라며 "앞으로도 매력적인 K-콘텐츠를 전 세계 더 많은 글로벌 고객들에게 선보이며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K-OTT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티빙은 이번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북미·남미 시장으로 글로벌 확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5년을 '글로벌 공략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K-OTT'의 모델 제시
국내 OTT 산업은 지난 5년간 빠르게 성장했지만 시장 규모는 6조원 안팎으로 이미 정체 국면에 진입했다. 콘텐츠 제작비와 판권료는 꾸준히 상승하고 광고 수익은 경기 둔화로 줄어들고 있다. 한정된 내수 시장 안에서의 경쟁은 결국 적자를 키우는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졌다.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 논의도 이런 구조적 압박에서 비롯됐다.이 때문에 국내 OTT들에게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티빙이 디즈니 플랫폼 위에 올라타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자 플랫폼만으로는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지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와 진입 효율을 높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번 제휴는 한국 OTT 산업의 방향성에도 중요하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독점 체제를 유지하고 티빙·웨이브 등이 자국 내 합종연횡을 논의하는 가운데, 글로벌 OTT 안으로 들어가는 K-OTT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한 것이다.
이번 제휴는 'K-콘텐츠 플랫폼의 하이브리드 수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디즈니 플랫폼을 빌리지만 티빙 브랜드와 오리지널 포트폴리오는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티빙은 글로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면서도 현지 진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며 "향후 OTT 합종연횡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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