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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硏 학술지 기고문…"고밀도 도시 최적화·사회 수용성 높여야"

청계천서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셔틀 시험운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한국이 아직 초기 단계인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 성공하려면 해외 사례를 모방하는 대신 국내 도시 구조와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치밀한 맞춤형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 기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민동환 이사와 윤여원 선임매니저는 9일 한국교통연구원 학술지 '교통 기술과 정책' 최신 호에 실은 'K-자율주행의 성공을 위한 전략' 기고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한국의 자율주행 상용화는 미국이나 중국 등 자율주행 선도 국가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올해 중반 기준 누적 실증 주행거리는 미국(웨이모)이 약 1억6천만㎞, 중국(바이두)이 약 1억1천만㎞에 달하는데 한국은 산업 전체를 합쳐도 약 72만㎞에 불과하다.

다만 연구진은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의 기술을 그대로 수입하거나 일반화된 해외 사례를 준용하기보다는 고유한 도시구조와 사회문화적 특징에 기반한 한국형 자율주행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이나 부산, 인천 등 대부분 대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고 도로가 복잡한 데다 이면도로, 불법 주정차·보행자 밀집 구간이 다수 분포된 고밀도 구조다. 반면 미국은 고속도로 등 넓고 단순한 도로가 많아 개인 승용차 기반의 자율주행 실증에 적합하고,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대형 시범도시에서 규제 없이 대규모 실증을 할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한국이 그간의 자가용 중심 자율주행 접근법에서 벗어나 고밀도 도시 환경에 최적화된 기술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대규모 고속 주행보다 좁은 도심과 복잡한 보행 흐름, 정류장 기반의 교통체계에 적응할 수 있는 정밀 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5G 통신망, 디지털 정밀지도 기술, 스마트시티 인프라 등 한국의 강점을 기반으로 자동차 단일 기술이 아닌 '자율주행+도시서비스 융합 모델'을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로보셔틀(자율주행이 가능한 다인승 이동수단)과 버스 노선 기반 자율주행 등의 도심형 순환 모빌리티 등 공공 서비스형 모델로 나아갈 것도 제시했다.

지난 6일 화성에서 열린 자율주행 실증의 장 '케이시티' 3단계 준공식
[국토교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나아가 연구진은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 기존 운수업계의 반발에 부딪히거나 신뢰성이 의심받는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상생에 방점을 둔 산업 구조의 재편과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강조했다.

연구진은 "한국 사회는 특히 일자리 보호, 공공성 확보, 안전 우선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 이식이 아니라 기존 산업과의 조화, 이용자 신뢰 확보, 사회적 설득력이 있는 서비스 구조의 정립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특히 운수 종사자들이 차량 내 안전관리자와 원격 관제자, 고객지원 전문가 등으로 직무를 전환하고 운수업이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정의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자율주행 상용화를 뒷받침할 완전 무인 주행, 차량 원격 운행, 정밀지도 활용, 책임보험 등 핵심 인프라 관련 정책의 정비를 서둘러 예측할 수 있는 규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진은 "자율주행은 기술 촉진을 넘어 도심형 기술 특화 전략, 산업 전환 전략, 제도 정비 및 사회적 수용성 확보라는 세 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사회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