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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첫 XR 헤드셋 '갤럭시 XR'…'연결성'이 최대 장점
갤럭시 XR [사진=옥송이기자]
갤럭시 XR 안쪽 모습. [사진=옥송이기자]


[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삼성전자가 확장현실(XR) 세계에 진입했다. 그간 ‘프로젝트 무한’으로 알려졌던 ‘갤럭시 XR’이다. 삼성은 첫 XR 기기에 ‘멀티모달 AI’를 부제로 붙였다. 3차원 공간에서 음성·시선·제스처로 콘텐츠와 상호 작용하며 정보 탐색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흘간 삼성의 XR 기술력을 체험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윗쪽 지붕은 이렇게 생겼구나. 예술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다녀왔다. 갤럭시 XR로. 올해 3월 MWC 출장차 찾았던 지역이지만 관광지를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갤럭시 XR 첫 여행지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택했다.

먼저 ‘헤이 구글’이라는 명령어로 제미나이를 부른 뒤 구글맵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데려가 달라고 말했다. 이내 눈앞에 둥근 지구가 들어왔다. 곧 유럽 대륙으로, 이어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갤럭시 XR로 구글맵을 실행한 모습. 핀란드를 내려다 보고 있다. [사진=옥송이기자]
갤럭시 XR로 구글맵을 실행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보인다. [사진=옥송이기자]


‘이머시브뷰’를 택하자 생생한 풍경이 펼쳐졌다. 실제로 봤던 바르셀로나의 도시 풍경과 똑같아 입이 절로 벌어졌다. 직접 걸었던 길을 다시 마주하니 반가웠다. 하늘 위에 떠서 지구와 도시, 대륙을 오가며 살필 수 있었다.

스마트폰 구글맵에 저장해 뒀던 장소들이 가상 세계에서 제시돼 자유롭게 방문해 둘러볼 수 있었다. 4K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화질이 뛰어났다.

갤럭시 XR의 화질은 VR 전용 영상을 재생할 때 더욱 빛을 발했다. 아이돌 그룹이 실제로 눈앞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춤추며 흩날리는 머리카락이나 화장 표현까지 또렷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XR 기기를 사용하다 보니 무게로 인한 피로감은 피할 수 없었다. 갤럭시 XR의 무게는 545g으로 600g 이상인 애플 비전프로보다 가볍다.

갤럭시 XR로 VR 전용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화질이 인상적이다. [사진=옥송이기자]


비전프로가 착용 시 다소 묵직하게 느껴졌다면 갤럭시 XR은 상대적으로 가볍다. 이마 쿠션과 프레임이 머리에 가하는 압력을 고르게 분산시키고, 후면 밴드 다이얼로 머리에 맞게 고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용할수록 무게가 주는 압박으로 목과 얼굴 통증이 생겼다. 시선을 마우스처럼 이용하는 ‘아이 트래킹’ 기능은 멀티모달 능력을 높였지만 눈 피로를 유발했다.

100% 충전 상태에서 1시간 30분가량 이용한 뒤 내려놓았을 때 잔여 배터리는 53%였다. 외장 배터리 사용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에 불과했다.

다만 사용법은 직관적이었다. 시선과 손짓만으로 조작이 가능했고 불편함이 없었다. 엄지와 검지를 맞대면 클릭이 가능하며 인식률이 높았다. 아이 트래킹은 동공 움직임에 따라 커서가 이동한다.

갤럭시 XR은 외장 배터리를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다. [사진=옥송이기자]
갤럭시 XR의 후면 다이얼을 조정하는 모습. [사진=옥송이기자]


손짓과 시선을 함께 사용할 때는 시선으로 커서를 움직인 뒤 팔을 움직이지 않고 손가락만 맞대면 클릭이 된다. 갤럭시 XR은 별도 컨트롤러를 판매하지만 게임을 즐기지 않는 이상 컨트롤러의 부재가 불편하지 않았다.

갤럭시 XR을 쓰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연결성’이다. 삼성 기기와 쉽게 연동된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서 보던 환경을 가상세계로 끌고 온 느낌이다. 특히 삼성 퀵세어 기능을 통해 XR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에 바로 전송할 수 있었다.

AI 기능도 연결성으로 이어진다. 갤럭시 XR에는 제미나이 AI가 탑재돼 있다. 음성 명령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다른 기기에서 제미나이와 나눴던 채팅 기록이 연동돼 대화를 이어가기 쉬웠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첫 XR 헤드셋인 갤럭시 XR의 가격은 269만원이다. 애플과 메타의 중간 수준이다. 멀티모달 AI와 뛰어난 화질, 간편한 조작은 만족스러웠지만 외장 배터리와 콘텐츠 부족은 아쉬웠다. 다만 안드로이드 XR 플랫폼 기반인 만큼 킬러 앱 부재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