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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국부펀드 주도로 설립
세계 3위 AI 허브 목표…투자 쇄도
美 첨단 AI 반도체 대량 수급이 관건
휴메인 홈페이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 주도로 세워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휴메인이 설립 반년 만에 새로운 AI 분야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엔비디아와 퀄컴 등 IT 대기업은 물론 블랙스톤 같은 대형 투자업체들과의 제휴가 이어지며 중동지역 AI 시장을 독점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재정지원 의지가 강하고 다른 지역보다 에너지 수급이 쉽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규제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첨단 AI 반도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휴메인의 중장기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사우디 휴메인, 블랙스톤과 4조 규모 투자계약…데이터센터 강자되나


휴메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투자운용사인 블랙스톤과 30억달러(약 4조30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금은 사우디 일대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에 쓰일 예정이다. 2034년까지 사우디 전역에 6기가와트(GW) 규모 데이터센터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휴메인은 블랙스톤 외에도 블랙록, KKR, 디지털브리지 등 다른 대형 투자운용사들과도 투자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스타트업인 휴메인은 지난 5월 설립 이후 IT업계 대기업들과 잇따라 제휴 협약을 발표하며 순식간에 성장했다. 엔비디아로부터는 내년까지 1만8000개 규모 블랙웰 GPU 반도체를 공급받기로 했고, AMD와는 100억달러 규모 AI 인프라 공동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아마존과도 50억달러 규모 AI존 설립을 계획 중이다.

특히 휴메인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아랍어 기반 대형언어모델(LLM) 개발과 차세대 데이터센터 설립이다. 그동안 미국 중심으로 진행된 LLM 개발은 영어에는 특화돼 있지만, 상대적으로 아랍어는 데이터가 부족해 개발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았다. 휴메인 자체가 중동 지역 토종 AI 스타트업으로 시작된 만큼, 아랍어 LLM 개발에서는 다른 미국 기업들보다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빈살만이 5월에 세운 신생기업…세계 3위 AI 허브 목표
휴메인 홈페이지

휴메인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직접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하는 등 설립 당시부터 정부의 노력이 많이 들어간 기업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5월 12일 열린 사우디-미국 투자포럼(Saudi-US Investment Forum)에서 휴메인 설립을 정식 공표했다. 휴메인을 중심으로 AI 산업을 육성해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AI 허브 국가가 된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 AMD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미국 기업인들이 총출동했다. 이를 통해 휴메인은 설립 공표와 동시에 굵직한 기업들과 곧바로 제휴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빈살만 왕세자는 올해 초 AI 산업 육성을 국가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일부로 포함하고, AI 산업을 차세대 석유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으로 휴메인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AI 인재 영입을 목표로 휴메인 산하에 100억달러(약 14조500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 휴메인벤처스를 설립, 수십 개 AI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했다.

이를 통해 휴메인은 출범 직후부터 자체 AI 운영체제(OS) 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다. '휴메인 원'으로 명명된 해당 OS는 지난달 말에 사우디 리야드에서 개최된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서 처음 소개됐다. 이 OS는 기존의 윈도우즈나 iOS와 같이 사용자가 직접 클릭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방식이 아닌 음성이나 텍스트 명령을 통해 AI 에이전트가 작업을 자동처리하도록 설계된 OS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기존 사무용 PC의 사용방식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타렉 아민(Tarek Amin) 휴메인 CEO는 휴메인 원 공개 행사에서 "AI 중심 사용자 경험이 결국 미래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AI 에이전트가 통합 플랫폼 안에 직접 내장돼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멈춰선 네옴시티 계획 새 동력 기대감…美 첨단 반도체 수급이 문제
네옴시티 건설현장 모습. 네옴 홈페이지

휴메인을 중심으로 한 AI 산업 육성이 정체 중인 비전2030 핵심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사업에도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환경규제와 에너지 수급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우디가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아랍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휴메인은 향후 AI 선두주자가 될 조건들을 갖고 있다"며 "사우디에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부지가 어디에든 있고, 재생에너지든 천연가스든 석유든 원하는 에너지를 가장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휴메인이 앞으로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성장에 한계가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싱가포르 벤처투자기업인 앤틀러의 아랍에미리트(UAE) 파트너인 바그다드 게라스는 CNBC에 "첨단 AI 반도체를 미국 기업들에 모두 의존하고 있고, 엔지니어 인력도 50% 이상 미국 등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외교관계에 따라 반도체와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 정부가 미국과 수개월째 첨단 AI반도체 수급 문제를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 방지다. 오는 18일 예정된 빈살만 왕세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휴메인은 향후 화웨이 반도체를 어떤 공정에서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