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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 IBM 최고경영자는 지난 2023년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기초 연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기업들은 무엇을 어떻게 사용하고, 어떻게 확장하고 제조할지를 배웠다. 단순히 대학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진행된 첨단 R&D만이 성과로 이어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혁신의 속도가 빠른 기업일수록 기초과학 연구를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실험실을 넘어 산업 전반까지 살펴보며 연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데이원컴퍼니(패스트캠퍼스)가 현직 개발자 및 AI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 출처=IT동아
딥러닝과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이하 AI)이 거의 모든 학계와 산업에 스며들고 있으며, 혁신의 속도는 현직자들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빨라지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수년 이상 걸리는 단백질 구조 예측 과제를 AI로 단시간에 해결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화학적 특성을 가진 물질을 제조하고, AI로 가설을 생성하고 검증하는 등 ‘AI 협력 과학’ 분야가 대세로 떠오른다.

산업계에서도 AI를 통해 실제 공장과 동시에 움직이는 가상의 공장을 만들어 자동화하고, 코드와 소프트웨어를 자동으로 생성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클로드(Claude)를 개발하는 엔트로픽(Anthropic)은 머신러닝 경험이 전혀 없는 지원자도 기술 직원으로 채용할 정도다. AI가 개인의 경험과 지식, 기술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가까이에서도 챗GPT로 시작된 생성형 AI가 일상 속에서 개개인의 삶을 혁신 중이다.

산업 현장에서의 실제 사례 공유, 교육하는 자리 늘어

AI 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업계 최전선 종사자들은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있다. 글로벌 회계 법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6월 발표한 ‘두려움 없는 미래 : 2025년 글로벌 AI 일자리 측정’ 보고서에 따르면 AI 관련 직업의 임금 프리미엄은 지난해 25%에서 올해 56%로 크게 뛰었다. 그러면서 필요한 기술 요구는 다른 일자리보다 66% 더 늘었다고 한다. 지난해보다 AI 기술자에 대한 대우가 훨씬 좋아졌지만, 최신 기술을 더 빠르게 익혀야만 생존하는 시장이 된 것이다.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의 유명 개발자 및 AI 기술자 등이 연단에 서서 각자 사례를 발표했다 / 출처=IT동아
이에 따라 AI 관련 교육 기업들은 새로운 교육과 강연을 신설하며 업계 전문가들의 시선과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성인 교육 콘텐츠 기업 데이원컴퍼니가 개최한 ‘GENCON 2025 AI 컨퍼런스 for AI Future’를 찾아 개발자들의 관심사를 접해봤다. 해당 콘퍼런스는 ▲피지컬 AI ▲모빌리티 ▲신경망 처리 장치(NPU) ▲콘텐츠 등을 주제로 개최되며, 엔비디아, 테슬라 등 글로벌 기술 기업과 리벨리온, 와들 등 국내 AI 기업에서 재직 중인 전현직 AI 전문가들이 기술 활용 방안과 최신 동향 등을 소개했다.

김보경 리벨리온 글로벌 비즈니스 리드가 NPU 시장의 3대 기회를 주제로 발표했다 / 출처=IT동아
션 차(Sean Cha) 엔비디아 시스템 소프트웨어 선임 엔지니어는 ‘피지컬 AI를 위한 비전 언어 모델 학습 플레이북’을 주제로 비디오 기반 피지컬 AI 데이터셋에 최적화된 비전 언어 모델(VLM)의 파인튜닝 경험과 기술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도엽 전 런웨이(Runway) 대표는 ‘차세대 비주얼 미디어를 위한 라지스케일 AI 구축 전략’을 발표해 현재 최신 미디어 AI 동향과 접근법 등을 소개했다.

루시 조(Lucy Cho) 테슬라 엔지니어링 프로그램 선임 매니저는 ‘기술에서 고객까지, 협업의 힘’을 주제로 차량용 ECU(전자제어장치)의 개발 과정이 어떻게 고객 경험으로 이어지는지를 소개했고, 김보경 리벨리온 글로벌 비즈니스 리드는 ‘글로벌 AI 인프라 패러다임 전환으로 변화하는 NPU 시장의 3대 기회’를 주제로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취하는 전략을 발표했다.

김윤규 전 락스타게임즈 선임 애니메이터가 AI를 활용한 실제 게임 애니메이션 개발 사례를 소개 중이다 / 출처=IT동아
박지혁 와들 대표는 오픈AI GPT-5 해커톤 우승 경험과 실리콘밸리 현장의 최신 AI 개발 트렌드를 공유했고, 이승환 삼일PwC 부대표는 ‘AI로 재정의되는 금융: 회계법인의 미래 전략’을 주제로 회계 업무와 AI의 결합을 소개했다. 김윤규 전 락스타게임즈 선임 애니메이터는 ‘게임 산업 내 AI가 바꿔놓은 제작 환경과 직무 변화’를 통해 AI가 게임 개발 생태계 전반에 불러올 변화의 흐름에 대해 발표했다.

많은 개발자들이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학습한다. 아쉽게도 업계 최고 전문가들이 어떻게 일하고, AI가 어떻게 활용되는지까지는 쉽게 찾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발표 이후 10분 간 진행되는 Q&A에서도 현재 직무에 어떻게 AI를 도입해서 공부해야 하는지부터 실리콘밸리에서 AI 개발자로 생존하기 위한 전략, 특정 프로그램에서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한 방안, 최신 AI 모델이 일반 사용자에게 확산하기 위한 조건 등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질문이 오갔다. 참가자들 전반이 전문가의 의견과 이를 기술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습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산업 현장의 개발 및 연구가 더 큰 AI 파급력 갖춰

지난해 아카이브(arxiv)에 등록된 ‘AI 연구에 대한 학계와 산업계의 상호 보완적 기여’ 논문을 살펴보면 학계로 구성된 연구팀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고 발표 숫자도 많지만 인용이나 관심이 적다고 한다. 또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나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는 혁신적 실험 연구가 많은 편이다. 반면 산업계 연구자들로만 구성된 팀의 논문은 더 많이 주목받고 인용되며, 기존의 연구 흐름을 깨뜨리는 파급력이 크다. 논문 내용 역시 첨단 기술을 다루고 실용적이다.

AI 업계의 빠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참가한 개발자들이 많았다 / 출처=IT동아
산업계는 빠른 기술의 발전과 실용화, 대형 모델을 구현하는데 기여하고 학계는 새로운 개념과 창의적 접근, 기술의 원리를 연구한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놓고 보자면 산업계의 움직임이 더 현실을 바꾸고 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람들 하나하나가 현업 개발자이자 산업계 연구자에 가깝고,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서 더 많은 AI 혁신과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AI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개발자들은 이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있음을 데이원컴퍼니 젠콘 2025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