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풍성장 이끈 기업문화
주식 지급 등 ‘확실한 보상’
임원들도 수십년 자리지켜
주식 지급 등 ‘확실한 보상’
임원들도 수십년 자리지켜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시대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은 단지 칩의 성능에서 나오지 않는다. 장기적 안정성과 실패를 흡수하는 회복력, 그리고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라는 세 축의 문화가 ‘엔비디아 신화’의 기반을 이룬다.
1993년 창립 이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30년 넘게 수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크리스 말라초스키 공동창업자, 콜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데버라 쇼퀴스트 운영총괄, 제이 푸리 글로벌영업총괄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 대부분이 10년 이상 한자리를 지켰다. 이 같은 리더십의 연속성은 ‘분기 실적’보다 ‘10년 그림’을 중시하는 습관을 조직 전체에 새겼다. 실패를 연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필요할 땐 과감히 방향을 틀어 즉시 실행하는 기질도 여기서 비롯됐다.
엔비디아에 실패는 금기가 아니다. 1995년 첫 그래픽처리장치(GPU)인 ‘NV1’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호환 문제로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곧바로 아키텍처를 전면 수정했고 1년 뒤 내놓은 신제품으로 처음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2008년 스마트폰용 칩 ‘테그라’가 부진했을 때도 미련을 두지 않았다. 곧바로 자동차·게임 기기로 전환하며 돌파구를 찾았고 이는 훗날 차량용 컴퓨팅과 게임 생태계의 토대가 됐다. 이처럼 저성장 영역을 과감히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연속적으로 이동하는 ‘연쇄 피벗’은 엔비디아식 생존 전략이 됐다.
조직문화도 독특하다. 엔비디아는 극단적으로 평평한 구조를 유지한다. 황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인원이 50~60명에 이를 정도다. 대부분 기업이 1대1 면담이나 위계적 보고를 중시하는 반면, 엔비디아는 그룹 단위 토론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중간보고층을 최소화해 정보 왜곡을 줄이고 현장 신호가 경영진에까지 직통으로 올라가도록 한다. 직급보다 프로젝트 전문성과 책임이 우선이어서 신입사원이 임원 회의에 참여해 논쟁을 벌이는 일도 흔하다.
근무 강도는 ‘압력솥(pressure cooker)’이라 불릴 만큼 높다. 직원들이 강한 압박감과 긴장 속에서 일한다는 얘기다. 주말을 반납하거나 새벽까지 일하는 직원도 많다. 하지만 보상이 확실하다. 근속연수에 따라 지급되는 제한조건부 주식(RSU)은 핵심 인력을 붙잡는 ‘황금 수갑’ 역할을 한다. 학자금 대출 상환 지원, 유연근무제, 분기별 연차 제도 같은 복지도 당연히 업계 최고다.
결과는 숫자로 증명된다. 엔비디아 이직률은 2023년 5.3%에서 올해 2.5%까지 떨어졌다. 이는 다른 빅테크 평균(10%)의 4분의 1 수준이다. 직원의 20%가 10년 이상, 40%가 5년 이상 근속 중이다. 높은 강도 속에서도 높은 보상과 자율성, 그리고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이 구성원의 충성심을 끌어낸다.
포천이 선정한 ‘베이 지역 최고의 직장’ 2위, ‘미국 100대 일하기 좋은 기업’ 5위, ‘부모를 위한 최고의 직장’ 2위라는 결과도 이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직원 중 95%가 “엔비디아는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 답했다. 이는 미국 평균(57%)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엔비디아 본사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엔비디아의 성공은 결국 ‘사람을 붙잡는 힘’에서 나온다”면서 “긴 시간 실패를 견디며 몰입할 수 있는 조직, 그리고 그런 문화를 지켜주는 리더십이 반도체 회사를 넘어 하나의 지속가능한 연구기관처럼 작동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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