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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스마트 홈 랩’ 가보니…
5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주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있는 '스마트 홈 랩'에서 대니얼 라우시 아마존 알렉사·에코 부문 부사장이 '알렉사+'와 대화하고 있다. /강다은 특파원
5일(현지 시각) 오후 1시쯤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 본사. 데이원 빌딩의 30층에 내려 ‘제한된 구역’ 문구가 쓰인 문을 지나니 한 ‘가정집’이 나왔다. 마치 사람이 사는 것처럼 냉장고와 TV 등 가전제품, 소파를 비롯한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아마존의 음성 비서 ‘알렉사’와 이를 탑재한 기기 ‘에코’를 개발하기 위한 실험실이다. 아마존 측은 ‘아마존의 비밀 아파트’라고 불리는 이 실험실을 해외 기자단에 처음 공개했고, 국내 언론 중에는 본지가 유일했다.


음성을 인식하는 스마트 스피커 ‘에코’에 탑재된 ‘알렉사’는 2015년 음악을 재생해주고, 알람을 설정해주는 음성 비서로 처음 출시됐다. 당시 “스피커가 말을 알아듣고 대답한다”며 SF(공상과학) 영화가 현실이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대부분의 사람이 음악·날씨·알람 기능만을 이용하는 데 그쳐 알렉사·디바이스 부문에서 2000명 이상이 해고되는 등 한동안 침체를 겪었다.

아마존은 지난 3월 기존 알렉사에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능을 더한 ‘알렉사 플러스(+)’를 출시하며 제2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챗GPT처럼 어떤 주제로도 깊은 대화가 가능하고, 스마트홈 관리를 해주며, 이용자를 대신해 쇼핑·예약 같은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알렉사+가 탑재되는 기기인 에코가 점차 발전해 스피커에 디스플레이까지 추가된 모델이 나오며 보고 듣고 말하는 비서가 됐다.

현장을 안내한 라우쉬 부사장이 알렉사에게 “커피 머신을 사고 싶은데 추천해달라”고 주문하자, 아마존앱에서 판매되는 커피 머신 중 별점 4점이상 짜리 목록을 보여주었다. 또 “오늘 밤에 시애틀에서 열리는 아이스하키 경기를 알려달라”고 주문하니, “산호세팀과 오후 7시에 경기가 있다”고 답했다. “빙판 근처에 두 자리를 원한다”고 하니, 24구역 AA열 자리를 추천하며 구매 의사를 물었다. 대화 주제엔 아무런 제한이 없었다. 생활 상식뿐 아니라 과학·지질학 같은 학술적 내용으로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알렉사+의 강점은 ‘멀티 모델’ 전략이다. 알렉사+엔 70종 이상의 거대언어모델(LLM)이 연결돼 있다. 이용자가 특정 작업을 지시했을 때 시스템 내에서 가장 적합한 모델을 자동 선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수천 개의 시스템 API와 외부 시스템과 연결돼 복합적인 명령을 잘 처리하는 ‘AI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기능을 갖췄다. “회의 요약해서 일정에 넣고 관련 뉴스도 찾아달라” 같은 지시도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동시에 잘 수행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AI 에이전트 시대에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AI 기술 경쟁은 LLM 경쟁에서 이를 바탕으로 이미지·영상 등이 합쳐진 멀티모달 모델 경쟁으로 진화한 뒤 최근엔 직접 예측해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경쟁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알렉사+ 개발 외에도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다양한 능력·특징을 가진 ‘AI 동료’와 협업하는 AI 에이전트 플랫폼 ‘에이전트 코어’를 운영하는 등 본격화할 AI 에이전트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CEO)는 “AWS는 12개월 동안 1250억달러 규모의 자본 투자를 계획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뒤 팀에서 효율성이 4~5배까지 향상되는 놀라운 결과를 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