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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규어 AI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피규어 02 / 출처=피규어 AI

물리 인공지능(피지컬 AI)은 인공지능 스스로 보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말한다. 모든 과정이 사전 프로그래밍이 아닌 인공지능의 자율 학습과 판단으로 이뤄진다. 피지컬 AI가 로봇, 사물 인터넷(IoT) 기기, 차량 등에 적용되면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해 고위험 및 고강도 업무에 사용 가능하다.

물리 인공지능 시대의 정점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보조할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물리 인공지능이 본격 언급된 2023년 이후, 시장은 공상 과학 영역에서 거대한 산업으로 전환됐다. 시장조사기관 퓨처 마켓 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는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5년 약 78억 달러(약 11조 2905억 원)에서 2035년에는 1800억 달러 규모(약 260조 5500억 원)로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폭발적 성장의 배경에는 심각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자리한다.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 중인 저출산과 고령화는 제조·물류·헬스케어 등 필수 산업 분야의 인력난을 가중시킨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력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시장 경쟁도 치열하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에 1000대 가량 배치할 예정이다. 옵티머스를 전기차 생산 공정에 투입하면서 차량 제조 단가를 낮추고 휴머노이드 데이터 축적에 나선다. 피규어 AI도 경쟁 구도에 뛰어들었다. 2세대 휴머노이드를 BMW 생산 공정에 투입, 데이터를 쌓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은 10억 달러(약 1조 4475억 원)를 투자하며 잠재력을 인정했다.

빅테크 중심으로 흘러가는 휴머노이드 OS 경쟁

컴퓨터, 스마트폰 등 우리가 사용하는 장비 대부분은 운영체제가 필요하듯 로봇에도 운영체제가 필요하다. 운영체제는 하드웨어 성능을 이끌어내고 물리 인공지능 알고리듬을 입출력하는 핵심 플랫폼이다. 로보틱스와 휴머노이드는 기계,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주변 사물과 상호작용하는 신체적 능력 외에 추론 능력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로봇 운영체제 시장은 학계와 연구용으로 널리 쓰이는 ROS(Robot Operating System)가 표준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산업 환경이 다양한 만큼 특화형 운영체제 시장도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업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로봇 운영체제 시장이 2025년 6억 7000만 달러(약 9694억 원)에서 2030년 12억 2000만 달러(약 1조 7652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 운영체제 시장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AWS)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진출했다. 독일 KUKA와 보쉬, 스위스 ABB 등 유럽의 로보틱스 기업도 산업 환경에 맞춰 로봇 운영체제 고도화에 나섰다. 주로 제조, 물류 현장의 협동 로봇이나 자율이동로봇(AMR) 시장에 집중한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의 두뇌를 담당할 인공지능 플랫폼 시장 장악에 나섰다. 엔비디아 코스모스 플랫폼은 자율주행, 로봇의 물리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실제 환경과 유사하게 꾸민 가상 환경, 디지털 트윈 안에서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로봇 운영체제는 블랙박스가 아닌 오픈소스여야 합니다”
얀 리프하르트(Jan Liphardt) 오픈마인드 최고경영자


로봇 운영체제는 일반 운영체제와 다르다. 수많은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융합하고, 복잡한 AI 모델을 구동하며, 인간과 안전하게 상호작용해야 된다. 로봇의 행동 주도권을 갖는다는 이점 때문에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시장 패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오픈마인드는 로봇 운영체제는 독점이 아닌 모두가 참여해 발전 가능한 개방형 플랫폼(오픈소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얀 리프하르트 오픈마인드 최고경영자 / 출처=IT동아

IT동아 :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아닌 생명공학(Biotechnology) 분야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배경이 로봇 AI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었습니까?

얀 리프하르트 대표 : 저는 물리학 교수였습니다. 실험을 위해 레이저, 카메라, 모터,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기계를 만들었는데 로봇의 구성 요소와 매우 유사했죠. 이후 헬스케어 분야의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며 자연스럽게 생명공학으로 연구를 확장했습니다.

생명공학, 뇌를 연구한 경험은 로봇 설계에 영감을 줬습니다. 사람들은 뇌가 ‘하나의 컴퓨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 뇌는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영역의 집합체, 즉 ‘여러 컴퓨터의 모음’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영역은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머리를 돌리는 일만 전담합니다.

뇌는 ‘모듈화’된 기능들로 구성됩니다. 저는 로봇 운영체제도 같아야 한다고 봅니다. 오픈마인드는 로봇을 ‘오픈 소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강력한 기술이 소수에게만 숨겨진 ‘블랙박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엔지니어, 정치인까지 누구나 로봇의 뇌를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기여해야 합니다.

얀 리프하르트 오픈마인드 최고경영자 / 출처=IT동아

IT동아 : 오픈 소스는 모두가 기여 가능한 반면, 방치되거나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악용될 위험도 따릅니다. 오픈마인드의 역할은 어디까지입니까?

얀 리프하르트 대표 : 모든 소프트웨어는 개방형이든 폐쇄형이든, 관심을 기울이고 유지보수 하지 않으면 고장 나기 마련입니다. 독점 소프트웨어 중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운영체제가 많습니다. 이는 오픈 소스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오히려 오픈마인드는 많은 사람이 로봇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공격하고, 취약점을 노출해 주길 바랍니다. 그래야 문제를 더 빨리 고칩니다. 이것이 저희가 LG, 삼성 등 많은 기업과 협력하려는 이유입니다. 이들의 의견을 듣고 상호교류 하면서 거대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IT동아 : 오픈마인드를 운영하며 겪은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습니까?

얀 리프하르트 대표 : 가장 큰 도전은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많은 사람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주된 용도를 요리나 집안일(청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집안일은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게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비눗물 바닥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설계하는 겁니다. 변수가 많아서 설계가 어렵습니다.

우리는 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합니다. 청소나 요리 로봇도 언젠가 나오겠지만, 건강, 안전, 국방, 교육, 그리고 외로운 노인을 위한 동반자 역할 같은 사회적 가치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기업들도 점차 새로운 활용 영역에 주목할 거라 생각합니다.

얀 리프하르트 오픈마인드 최고경영자 / 출처=오픈마인드

IT동아 : 그렇다면 향후 5~10년 뒤, 대표님이 그리는 인간과 로봇이 협업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입니까?

얀 리프하르트 대표 : 저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숙련된 인간이 부족한 영역을 채우는 모습을 그립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헬스케어입니다. 미국은 양질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늘지만, 간호사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예로 제 어머니는 6000 마일 떨어진 독일에 혼자 삽니다. 최근 식탁 밑에 넘어져 몇 시간 동안 갇혔는데요. 저는 다른 대륙에 머문 상태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오픈마인드의 로봇이 건강 동반자로 활용됩니다. 2025년 10월 이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내 일반 가정에 로봇을 배치할 예정입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곁을 지키고, 필요한 순간에 가족이나 의료진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역할입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UC 버클리에서 물리학을 가르칠 때, 한 강의실에 300명 가량 학생이 수업을 듣습니다. 저는 그들의 이름도, 무엇을 배우려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기술이 학생 개개인을 파악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면, 수백 명의 강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겁니다. 오픈마인드가 배치할 로봇 개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기능도 포함합니다. 마지막 사용 사례는 집을 지키는 ‘보안’ 기능입니다. 외부에 위협이 느껴지면 즉시 알리는 기능이 제공됩니다.

개인적으로 휴머노이드 기술은 범용 인공지능 모델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로봇 인공지능 기술은 수많은 요소가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로봇의 모든 요소를 최적화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여러 관계자가 참여하는 오픈소스가 로봇 운영체제에 필요한 이유입니다. 전기 엔지니어, 소재 과학자, 컴퓨터 과학자, 센서 전문가, UI 전문가, 사이버 보안 전문가 등이 오픈마인드의 생태계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