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단어를 입력하고 러닝에 필요한 ‘윈드 브레이커’ 결제까지 걸린 시간은 단 30초. 처음 검색 화면에는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초보자 러닝코스 목록이 나열됐다. 땀이 갑자기 식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초보자 주의 사항과 ‘윈드 브레이커’가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 곧이어 평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이 떴고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내가 러닝에 필요한 윈드 브레이커가 없다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네이버가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통합 콘퍼런스 ‘단(DAN) 25’에서 공개한 통합 AI 에이전트 ‘에이전트 N’의 미래 모습이다. 네이버의 검색, 쇼핑, 금융, 카페 활동 등 여러 서비스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날 키노트 연설에서 “통합 에이전트 AI가 구현되면 어떤 검색어를 입력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며 “에이전트 N이 맥락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예측해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치 어떤 윈드 브레이커가 좋을지 검색하지 않고도 결제 버튼을 누를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 ‘검색’에서 ‘실행’으로 정체성 탈바꿈한 네이버
이미 수익 개선을 위해 오픈AI, 구글, 퍼플렉시티 등 주요 빅테크들도 AI에 쇼핑 결제 기능을 도입하고 나섰다. 네이버가 그들과 차별점으로 강조하는 것은 사용자의 ‘맥락’을 파악한다는 점이다. 검색, 쇼핑, 예약, 지도(플레이스), 카페 등 여러 서비스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거실 조명’이라는 같은 키워드를 입력해도 사용자에 따라 신혼집에 어울리는 조명, 아이 학습 환경에 어울리는 조명 등 서로 다른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COO는 “딱 적절한 순간에 도움을 주는 AI는 네이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네이버는 에이전트 N을 기반으로 쇼핑에 특화된 ‘쇼핑 에이전트’를 내년 1분기(1~3월)에, 모든 에이전트를 통합한 ‘AI탭’은 2분기(4~6월)에 공개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이날 발표에서 에이전트 N을 구현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네이버가 데이터센터부터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기술의 전 과정을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하는 ‘풀스택 AI’ 기업”이라는 점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플랫폼 공동 개발을 약속하며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 6만 장을 공급받기로 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새로 도입되는 GPU는 네이버 AI를 고도화하고 피지컬 AI, 버티컬 AI(산업특화 AI) 등에도 활용될 것”이라며 “6만 장도 충분하지는 않다”고 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현재 한국은행(금융), 한국수력원자력(에너지), 대동그룹(농업) 등 국내 주요 산업군에서 기업들과 버티컬 AI를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른 나라에 의해 휘둘릴 수 없는 산업군, 방산 및 제조업 등에서도 버티컬 AI를 개발 중”이라며 “한국의 언어와 데이터, 산업 구조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기업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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