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천리안 5호 기술이전 법률 검토
LIG넥스원에 이전할 기술 추가될까 우려
탈락한 KAI가 평가 문제 제기 소송까지
"민간 참여 늘수록 유사 상황 반복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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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이 주도해 개발하는 정지궤도 기상위성 '천리안 5호'가 우주에 떠 있는 모습을 나타낸 상상도. 기상청 제공

국내 첫 민간 주도 정지궤도 기상 위성인 ‘천리안 5호’ 개발 사업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기술을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사업자로 선정된 LIG넥스원에 예상보다 더 많은 기술을 이전해야 할 상황을 우려해 법적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 단계부터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며 소송전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첫 민간 주도 위성사업에 대해 세심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0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항우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항우연은 지난달부터 천리안 5호 개발사업 기술이전 관련 외부 법률 검토를 받고 있다. 항우연은 “LIG넥스원과 기술이전을 진행하면서 이미 제출한 수요기술 목록 외 기술이 추가돼 이전 범위가 상이할 경우 법적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천리안 5호는 천리안 1호와 2A호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발하는 정지궤도 기상위성이다. 기상청이 사업을 주관하고 2031년까지 약 6,008억 원이 투입된다. 개발은 최초로 민간기업이 주도하고, 항우연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한다. 현재 기술이전 사전 협의가 진행 중인데, LIG넥스원은 20여 개의 기술항목 이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은 그러나 더 많은 기술이전이 필요할 거라고 보고 있다. LIG넥스원은 위성 본체 구성품이나 탑재채 개발 실적이 있지만, 위성 시스템과 본체 개발 참여 경험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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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2213460000111)


사업자 선정에 탈락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최근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을 상대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도 항우연이 법률 검토에 나선 또 다른 이유다. 소송의 쟁점은 평가의 적절성과 평가위원 이해충돌 여부다. KAI는 △위성 시스템·본체 개발 실적이 LIG넥스원보다 많은데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것 △천리안 위성 개발에 관여하던 항우연 퇴직자들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KAI보다 LIG넥스원이 사업자가 됐을 때 평가위원이 기술료 보상금을 더 많이 받는 구조라는 게 KAI의 주장이다. LIG넥스원은 “2006년부터 우주사업에 참여하며 노하우를 쌓았고,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 평가에 임했다”는 입장이다.

우주개발에 민간 참여가 늘수록 유사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사태를 명확히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첫 민간 주도 정지궤도 위성 개발을 추진하면서 평가위원 공정성과 이해충돌 리스크 같은 기본적 안전장치를 소홀히 한 결과 항우연과 기업 모두 법적 불안을 떠안게 됐다”며 “선정 과정과 기술이전 항목 확정 절차, 평가위원 구성 등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