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사, 품질 업그레이드 경쟁
통신사들이 속도 경쟁이 아닌 새로운 경쟁에 돌입했다.

그동안 국내 통신사들은 더 빠른 통신 속도를 제공하는 경쟁을 벌여왔지만, 이제는 첨단 기술을 적용해 네트워크 품질을 향상시키는 경쟁에 나선 것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3사가 네트워크 고도화 경쟁에 돌입한 배경엔 인공지능(AI)·양자 기술 등 첨단 기술이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속도 경쟁뿐 아니라 AI를 통해 보안 수준을 끌어올리거나 트래픽 데이터를 분석해 장비 투자가 더 필요한 지역을 찾아낼 수도 있게 됐다”면서 “통신 3사가 AI 모델, 통화 앱과 같은 새로운 AI 기술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본업인 통신에도 첨단 기술을 접목시키며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최근 글로벌 오픈랜 표준화 기구 ‘O-RAN 얼라이언스’에서 무선망 데이터 수집 고도화 기술에 대한 문서를 발간했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 장비 간 상호 연동을 가능하게 해 통신망의 개방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이다. 2018년 2월 설립된 O-RAN 얼라이언스는 글로벌 오픈랜 표준화 단체다. 삼성전자·에릭손·노키아·엔비디아 등 전 세계 300여 개 기업·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또 최근 AI가 네트워크 품질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최적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통신 품질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수집하는 설루션(FILM)을 소개했다. 류탁기 SK텔레콤 인프라기술본부장은 “기존에는 망 품질을 분석할 때 전체 단말의 평균 성능 수치가 기준이었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면 신호 세기나 위치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단말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수집하기 때문에 더 정확한 품질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래 통신 보안 핵심 기술로 꼽히는 양자 기술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KT는 LG전자와 손잡고 양자 인터넷 공동 연구·개발에 착수한다고 지난달 말 밝혔다. 양자 직접 통신(Quantum Direct Communication·QDC) 기반 초보안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양자 중계기와 네트워크 요소 기술 개발, 양자 네트워크 검증 및 실증 환경 구축, 국내외 표준화 대응 등의 과제를 수행한다. 양자 직접 통신은 큐빗 등 양자 정보 단위를 활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이다. 데이터 탈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때문에 기존 통신 기술 대비 보안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회사는 양자 직접 통신 기술이 AI홈, 로봇 기반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차 등 기계와 사람 간 통신이 필수적인 미래 융복합 서비스에 강력한 보안을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식 KT 미래네트워크연구소장은 “미래 네트워크에서 양자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AI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을 네트워크 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와 함께 네트워크 트래픽 데이터가 발생한 지역의 특성을 판별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사람이 판단하고 분류해왔던 네트워크 트래픽 데이터의 지역별 특성을 AI가 신속하게 판별하고 저장하는 자동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새로 개발한 AI 모델은 네트워크 트래픽 데이터를 입력하면 어떤 지역에서 트래픽이 발생했고, 실내·외 트래픽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어느 시간대에 많이 사용되는지 등의 특성을 분석해 알려준다. LG유플러스는 이 모델을 활용해 전국에 구축한 네트워크망의 관리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별 트래픽 데이터를 분석해 통신 장비가 더 필요한 지역에는 미리 증설하는 방식으로 불편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상헌 LG유플러스 네트워크 선행개발담당은 “네트워크 인프라를 개선하고 고객 체감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AI 모델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