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대기의 핫클립'입니다.
오늘은 'Her'라는 영화 얘기로 시작하려 하는데요.
주인공이 애절한 사랑에 빠진 대상, 다름 아닌 인공지능입니다.
[영화 'Her' 중 : "내가 만나는 사만다란 여자는 사실 운영체제야. (운영체제랑 사귄다고? 느낌이 어때?)"]
휴대전화에 담긴 인공지능과 사소한 일상을 모두 함께하는 남성, 급기야 연애까지 하게 됩니다.
12년 전 개봉 당시엔 먼 얘기 같아 보였는데, 지금은 거의 현실이 됐죠.
하버드를 중퇴한 미국의 아비 쉬프먼이란 청년이 비슷한 인공지능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목걸이처럼 보이죠?
이걸 목에 차면 인공지능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건데 이름이 프렌드, 즉 친구입니다.
['프렌드' 광고 : "끝내주네. 매일 하나씩 먹을 수 있겠다. 미안, 너한테 튀었네. (맛있어.)"]
그런데 목걸이에 말을 걸어도 대답은 목소리가 아니라 스마트폰 문자로 보내줍니다.
뭔가 좀 기괴한데요.
어쨌든 이 '친구'를 팔려고 창업자는 거액을 들여 뉴욕 지하철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반응은 어땠을까요?
시민들은 광고판마다 낙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AI는 네 친구가 아니다", "우린 이런 미래를 원치 않는다", "밖에서 진짜 친구를 찾아라" 등등 제품을 조롱했습니다.
[시위대 : "진짜 친구를 만나라! 진짜 친구를 만나라!"]
인공지능 '프렌드' 모형을 부수는 시위까지 열렸는데요.
반발에도 불구하고 창업자는 시위 장면과 낙서를 SNS로 공유하면서 오히려 논란을 홍보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실제 인간이 아닌 인공지능 목걸이를 '친구'라고 부르는 것에 사람들은 불쾌함을 느끼는데요.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 먼 나라 일이 아닙니다.
[챗GPT 이용자/음성변조/지난 9월 : "저는 그런 지지를 못 받았는데 챗GPT한테 정말 이렇게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무조건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공감과 지지는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거예요."]
친구나 가족에게도 숨기는 비밀을 챗GPT에 털어놓는 사람들이 요즘 많다고 합니다.
AI가 편리한 점도 분명 있지만, 지나치게 맹신하거나 의존하면 안 되겠죠.
지난 4월 미국에서는 챗GPT가 준 정보로 16살 아들이 자살했다면서 부모가 개발사를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이재성/중앙대 인공지능학과 교수/지난달/KBS뉴스 : "이 사람이 좋아할 만한 말들을 이렇게 주는 거란 말이에요. 결국은 자기가 자기 자신이랑 대화하는 거랑 똑같습니다."]
AI와 소통하고 위로 받는 요즘 세태, 기술 발전이 사람 간의 연결고리를 오히려 더 멀어지게 하는 건 아닐까요?
'박대기의 핫클립'이었습니다.
영상편집:권혜미/자료조사: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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