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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 유얼 이치 인 블록체인(Scratch your itch in Blockchain)."

효자손을 받아든 외국인 방문객이 손잡이에 새겨진 문구를 읽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가려운 곳을 긁어드린다'는 위트를 담은 이 사은품은 씨씨미디어서비스 부스에서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준비한 아이템이다.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3층. 50여 개 부스가 빼곡히 들어선 '콘퍼런스룸E'는 이른 시간부터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씨씨미디어서비스가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준비한 효자손/사진=최이담 기자
올해로 8회째를 맞은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웹 3.0 콘퍼런스'가 이날 개막했다. 주제는 '디지털 신뢰로 만드는 가치 생태계, 블록체인과 웹 3.0'.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공동 주관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 스테이블코인, 웹(web)3.0다. 올해 현장에선 규제에서 다시 진흥으로 전환함과 동시에 디지털 경제의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을 바라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보였다.

과기정통부 2차관도 블록체인 기술 현장 찾아
특히 이번엔 콘퍼런스 개최 후 8년 만에 처음으로 과기정통부 차관이 행사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류제명 제2차관은 개막식에 앞서 약 40분간 전시장을 꼼꼼히 둘러봤다. 정부 고위 관료의 현장 방문은 업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웹 3.0 콘퍼런스'의 개막식에 앞서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최이담 기자
류 차관은 안랩블록체인컴퍼니 부스 앞에서 티켓팅 시연 화면을 보며 "암표 방지 효과가 실제로 검증됐느냐"고 물었고, 부산시의 '배터리 여권 플랫폼' 앞에서는 "재활용 단계에서 데이터 위변조 가능성은 없느냐"며 세부 기술까지 직접 확인했다.

부스 투어를 마친 류 차관은 "블록체인 기반 기술은 AI 시대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로, 앞으로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여러 기업이 실제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 만큼 정부도 관심을 갖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개막식 연설에서도 달라진 정부의 방향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류 차관은 "스테이블코인과 인공지능 시대에 블록체인은 글로벌 디지털 경제를 재편하는 핵심 기술"이라며 "정부는 블록체인과 웹 3.0 기술이 디지털 신뢰 사회를 구현하도록 국가 전략을 재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웹 3.0 콘퍼런스' 개막식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사진=최이담 기자
실생활 블록체인 서비스 '풍성'


전시장 곳곳에서는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어떻게 스며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부스에서는 비대면 진료부터 실손보험 청구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병원 서비스'가 시연됐다.

부스 관계자는 "환자가 병원을 옮겨도 진료 기록이 즉시 공유되고 보험 청구는 자동으로 처리된다"며 "개인정보는 암호화돼 본인만 열람 권한을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랩블록체인컴퍼니의 'K-컬처 블록체인 티켓팅 서비스'는 공연 티켓 예매부터 검표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관리해 암표 거래를 원천 차단한다.

한 방문객은 "NFT(대체불가토큰) 티켓이라고 하면 투기 이미지였는데, 이렇게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웹 3.0 콘퍼런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체험해 보고있다. /사진=최이담 기자
부산광역시의 '배터리 여권 플랫폼'도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 배터리의 제조부터 운행, 재활용까지 전 생애 이력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4년간 주관사로 참여하다가 올해 처음 부스를 연 한 기업 관계자는 "블록체인 관련 예산이 줄어드는 시점에 차관님이 현장을 찾으신 건 긍정적 신호"라며 "정부가 다시 관심을 가져준다면 예산뿐 아니라 해외 진출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방문객 수준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며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도 많고, 질문이 굉장히 구체적이다. '토큰 발행 계획이 있느냐', 'AI와 어떻게 연동되느냐'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2025 블록체인 진흥주간×웹 3.0 콘퍼런스' 현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체험해 보고있다. /사진=최이담 기자
현장에서 만난 김종현 루트랩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최근 두바이 행사에 한국 블록체인 기업이 20곳이나 참가한 반면 일본은 4곳에 불과했다"며 "아시아권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한국 개발자 풀과 역량이 높다. 정부와 민간 지원이 맞물리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캐나다, 호주, 그리스 등 10여 개국 대사관 관계자도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의 블록체인 진흥 정책과 공공·민간 서비스 적용 사례를 공유받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부스를 둘러보던 한 해외 관계자는 "한국은 기술력뿐 아니라 행정과 산업이 맞물려 움직이는 드문 사례"라며 "특히 공공 부문에서 먼저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행사는 이달 5일까지 이어진다. 둘째 날에는 블록체인 기술개발사업 성과 발표와 학술대회가 이어질 예정이다.

캐나다, 호주, 그리스 등 10여 개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해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사진=최이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