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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과속스캔들’의 ‘골든티켓 찾기’ 행사 홍보와 ‘커튼콜 동맹’ 이벤트에 참여한 배우들의 식사 장면. [나인진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단순한 제휴 마케팅이 아니라, 2030세대가 대학로에서 문화를 즐기고, 쉬고,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습니다”

최근 ‘연극의 붐’이 일면서 2030세대들이 대학로로 모이고 있다. 연극가는 관객들로 붐비고, 상권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극단도, 관객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축제 문화를 형성해 주목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AI 기반 푸드테크 솔루션 기업 ‘컨트롤엠’이다.

컨트롤엠이 운영하는 K-푸드 버거 ‘슬램버거’는 강남에 이어 대학로에 2호점을 오픈하면서 지역 문화 예술계와 진행한 상생 마케팅 ‘디 아트 오브 더 슬램(The Art of the SLAM)’을 기획했다.

이른바 ‘커튼콜 공맹’, 극단과 관객이 공연과 맛집을 함께 즐겨 지역 상권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의 마케팅이다.

슬램버거 2호점. [컨트롤엠 제공]


연극배우들은 오후 공연이 끝나고 저녁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 오후 4시쯤 식사를 하곤 한다. 그러나 이 시간대에 일반 식당들이 브레이크 타임인 경우가 많다. 배우들은 ‘슬램버거 전 메뉴 30% 할인쿠폰’을 쓸 겸 슬램버거를 자주 찾았다.

연극을 본 관객들을 대상으로는 극장 안에 숨겨진 ‘슬램 골든티켓’ 보물찾기 이벤트가 진행됐다. 관객들은 무대 소품 사이에 숨겨진 티켓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골든티켓을 찾지 못해도, 30% 할인쿠폰을 이용하기 위해 슬램버거를 찾는 경우가 생겼다.

그렇게 관객들은 내가 좋아하는 공연의 배우들과 함께 같은 매장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극을 즐기고, 연극 후에도 대학로의 문화를 즐기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일종의 ‘대학로 아지트’가 된 것이다. 슬램버거 대학로점은 10월 오픈 첫 달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원종관 컨트롤엠 대표. [컨트롤엠 제공]


원종관 컨트롤엠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커튼콜 동맹’에 대해 “대학로에 연극의 봄이 돌아오면서 활성화되고 있었고, 연극을 보는 연령대가 2030세대가 많았다”며 “극단 배우분들과도 아이디어를 나눈 끝에, 청년들이 대학로에서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를 반영한 이번 마케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객들은 한 공연타임에 한 장밖에 없는 골든 티켓을 일종의 소확행처럼 느끼신 것 같다”며 “티켓으로 매장을 방문하면 배우들도 옆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일종의 문화 예술인의 아지트처럼 형성돼 매장이 활기차졌다”고 말했다.

[나인진TV 유튜브 채널 갈무리]


무엇보다 대학로 극단의 적극적인 화답이 있었다. 다수의 극단이 공연장에 슬램버거의 마케팅 배너를 설치해 홍보했고, 한 극단은 ‘슬램 골든티켓’ 이벤트를 소재로 한 숏폼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도 했다.

나인진엔터테인먼트 극단의 배우 권혁 씨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지역 극단과 브랜드가 힘을 합쳐 대학로 상권을 활력을 높이자는 취지에 공감했다”며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들에게 지역 맛집 할인이라는 또다른 혜택을 제공하는 셈이어서 우리도 기뻤다”고 말했다.

슬램버거 대학로점의 티켓 회수율은 30% 이상으로, 방문 고객 상당수가 공연 관람객과 극단 관계자들이다. 문화와 지역 경제의 상생 마케팅이 적중한 결과다. 컨트롤엠은 2호점 하루 매출이 최고 800만원을 기록해 빠른 시일 내 월 매출 2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 대표는 “좋은 음식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외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슬램버거 대학로점. [컨트롤엠 제공]


원 대표는 이랜드 이커머스 사업본부장, 명품 플랫폼 발란의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지낸 마케팅 전문가로, 2022년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매장 운영을 돕는 스타트업 ‘컨트롤엠’을 설립했다.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발주, 배달, 마케팅, 직원 채용, 데이터 관리 등 외식업 운영에 필요한 전 기능을 통합 제공하는 AI 솔루션 ‘레스토지니’를 출시했다.

컨트롤엠은 이 AI 통합 플랫폼을 적용한 캐쥬얼 다이닝 수제버거 브랜드 ‘브루클린 푸드 트레일러(Brooklyn Food Trailer)’ 등 자체 F&B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에 글로벌 패스트푸드 브랜드 ‘슬램버거’ 매장을 열었고, 2030세대를 사로잡으며 5개월 만인 10월 대학로에 2호점을 오픈했다.

AI 플랫폼 사업에 그치지 않고, 이를 직접 적용한 자체 매장을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원 대표는 “AI 솔루션이 정말 소상공인 사장님들께 도움이 돼야 하는데, 저희가 미리 그 길을 가보지 않고 솔루션을 만든다는 것이 더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직접 운영해 보고 나온 데이터를 해결 과제로 축적하고, 프로덕트로 나오는 선순환이 이뤄지면서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컨트롤엠은 기술력과 사업 확장성을 인정받아 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와 MYSC 등으로부터 지금까지 총 4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