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만5천명 이상 감원을 단행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다시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최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잇따른 대규모 구조조정 추진에 역행하는 행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공지능발 일자리 쇼크’는 해고의 명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유명 벤처캐피털 대표 브래드 거스트너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인력을 늘릴 것이지만, 인공지능 도입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식으로 인력을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델라의 발언은 일반 기술·지원직이 아닌 인공지능을 개발·활용할 수 있는 고숙련 인재를 중심으로 인력을 뽑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월 전체 글로벌 인력의 1% 미만을 감축했으며, 5월에는 6천명 이상을 추가로 해고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체 직원 수는 약 22만8천명이다. 이 회사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 7월 초에도 9천명을 추가로 감원했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돌연 “인력을 늘리겠다”고 밝힌 건 ‘인공지능 전환기 재편 전략’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오픈에이아이(AI)의 챗지피티(Chat GPT) 등장 직전인 2022년 회계연도(2021년 7월∼2022년 6월) 동안 직원 수를 전년 대비 22% 늘였으나, 최근 1∼2년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투자에 집중하면서, 기존의 중복 인력과 비핵심 사업 부문을 대거 정리했다.
지난주 1만4천명을 해고한 아마존 역시 이번 구조조정이 ‘인공지능 탓은 아니다’란 입장을 밝혔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감원 배경에 대해 “재무적인 이유로 내린 결정이 아니었고 지금 당장은 인공지능 때문도 아니다”라며 “핵심은 (조직 내)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조직 구조의 층위가 복잡해졌다”고 덧붙였다. 관리자 직급의 증가로 발생하는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을 바로잡기 위해 추진한 구조조정인 셈이다.
최근 국내에서 에스케이(SK)텔레콤이 인공지능 전문 사내 독립기업 ‘에이아이 시아이시’(AI CIC)를 띄우면서 200여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인공지능·디지털인프라 컴퍼니’를 목표로 인공지능 사업을 본격화한 2021년 11월 이후 관련 인력을 대거 채용했는데, 4년에 걸쳐 인공지능 분야 핵심·비핵심 사업의 운명이 나뉘면서 업무·기능 중복을 해소하고 조직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을 ‘인공지능 탓’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회의론을 제기한다. 토마스 루레 케임브리지대 조직사회학 및 리더십 교수는 미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한 인터뷰에서 “(대규모 감원은) 지정학적 긴장, 관세 불안, 정부 부채로 인한 금융 불안정성, 인공지능이 일과 직무 설계에 미치는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인공지능 도입에 따라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바뀌는 것을 이유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을 비판했다. 기업이 실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업무를 명확히 파악하는 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그 전에 인력을 줄이거나 채용을 늦추는 건 단지 바라는 대로 생각하는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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